세계 경차시장‘스파크’ 튀는 ‘모닝’일세
  • 심정택 (자동차 산업 전문가) ()
  • 승인 2009.05.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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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저가 소형차 경쟁에 적극 나서…한국은 GM대우·기아차가 주도

▲ 기아차의 모닝.

GM대우가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차세대 글로벌 경차 시보레(Chevrolet) ‘스파크(Spark)’를 공개함에 따라 국내 경차시장에서 기아차 모닝과 일전을 치르게 되었다. 스파크는 GM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경차 및 소형차 기지인 GM대우에서 디자인과 차량 개발을 주도한 신형 경차이다. 올해 하반기 마티즈 후속 모델로 1천cc급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국내에 시판할 예정이다. GM대우는 소비자에게 좀더 넓은 경차 선택의 폭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8백cc 마티즈 모델도 함께 생산해 판매하는 등 관련 라인업을 더욱 확충할 계획이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경차는 소형차 사이즈에 버금가는 1천cc급 모닝이 등장하면서 불황인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기아차 모닝이 1분기 베스트 셀링카의 자리에 올랐다. 3월까지 모닝의 판매 실적은 1월 6천4백90대, 2월 7천8백3대에 이어 3월 8천8백43대 등 누계 2만3천1백36대로 현대차 아반떼, 쏘나타를 제치고 내수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월까지 단일 차종 내수 판매 3위에 머물렀던 모닝은 3월 한 달간 전월에 비해 13.3%가 증가한 8천8백43대가 팔리며 월 판매 1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1분기 누계로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3월 들어 LPG를 연료로 쓰는 모닝 LPI 모델이 본격적으로 투입되어 모닝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모닝 LPI 모델은 3월 한 달간 1천4백43대가 팔려 모닝 전체 판매의 16.3%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LPI 모델이 추가됨에 따라 모닝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차에 편입된 모닝은 지난 한 해에 전년 대비 1백96.4% 늘어난 8만4천1백77대가 팔려 내수 판매 3위를 기록하며 경차 시대의 부활을 알렸다.

모닝 LPI는 가격이 저렴한 LPG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연비도 13.4 km/ℓ(자동변속기)로 경제성이 뛰어난 편이다. LPG 평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60%에 불과해, 동급 경쟁차에 비해 유류비를 상당히 많이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모닝 LPI는 강력한 출력과 토크로 힘이 약하다는 LPG차의 고정관념을 깼다.

모닝 LPI의 최대 출력은 67마력으로 모닝의 가솔린 모델보다도 세다. 최대 토크도 9.0kg.m으로 7.3~8.9kg.m 수준인 가솔린 경차보다 높다. 특히 모닝 LPI는 2008년 4월 관련법의 개정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도 구입이 가능하다.

▲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GM대우의 시보레 스파크. ⓒ뉴시스

일본, 2백만대 규모 시장으로 앞서나가

경차 선진국 일본의 경차는 국산에 비해 다양성과 효율 면에서 한참 앞서간다.

경차 전문 메이커인 스즈키는 지난해 12월 뉴 알토 래핀(Lapin)을 출시했다. 2002년 데뷔 이후 처음 맞는 풀 모델 체인지(전면적인 형식 변경)로 닛산 큐브 같은 각진(스퀘어) 스타일링이 특징이다.

뉴 알토 래핀은 플랫폼(차체)부터 안팎 디자인, 파워트레인까지 모두 달라졌다. 여성 운전자를 겨냥해 개발된 초대 알토 래핀은 마쓰다 ‘스피아노’ 브랜드로 팔리기도 했다. 래핀은 프랑스어로 토끼라는 뜻이다. 엔진은 6백60cc의 53마력 자연흡기와 63마력의 터보 등 두 가지 사양이 있다.

자연흡기 버전(FF)은 새 무단변속기(CVT) 덕분에 공인 연비가 24.5km/ℓ, 4단 자동변속기를 단 모델의 연비는 22.5km/ℓ에 달한다. 자연흡기 엔진은 구형보다 냉각 성능이 높아졌으며 터보는 저회전 토크가 향상되었다. 차체 곳곳에는 흡음재를 설치해 풍절음을 비롯한 각종 소음을 줄였다. 타이어도 14인치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일본 경차들은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운전자의 취향에 부합할 수 있도록 색상과 선택 사양이 다양하고 상위 차종에 맞먹는 넉넉한 실내 공간도 지녔다. 이는 휠베이스뿐만 아니라 도어의 크기를 키웠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일본 경차의 경우 풀 모델이 바뀌어도 엔진 개선은 극히 미미한 편이다. 일본은 경차의 배기량이 6백60cc로 정해져 있어 자연흡기와 터보 모델의 출력은 어떤 메이커이든 대동소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나오는 일본 경차들은 실내의 공간 활용과 편의 장비 설치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혼다의 뉴라이프는 일본 경차로서는 처음으로 오디오와 리어 뷰 카메라를 기본 사양으로 갖추었다. 또, 자동주차시스템 SPAS(Smart Parking Assist System)가 옵션으로 제공된다. 동급의 라이벌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편의 사양이다. 운전자는 4.3인치 모니터를 통해 후방의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일본자동차제조협회(JAMA)에 따르면 2007년 일본의 경차와 경트럭의 판매는 1백90만대를 넘어서 전체 자동차 판매 점유율의 36%에 달했다. 2007년 일본 내 경차의 판매는 전년에 비해 5.1% 하락했지만, 1997년보다 24% 늘어났다. 일본 경차시장의 1위는 다이하쓰(32%), 2위는 스즈키(30.8%)가 차지하고 있다. 혼다는 11%의 점유율로 3위이다.

인도, 세계 최저가 차로 관심 모았던 ‘나노’ 출시 예정

자동차 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은 타타 인디카(Tata Indica), 현대 i10, 현대 상트로(Santro), 마루티 스즈키의 왜건R(Maruti Suzuki Wagon R)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차시장이다. GM도 GM대우가 개발한 스파크의 컨셉트 모델인 비트를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경차를,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현지 조달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인도 시장에 본격 가세할 예정이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조사 기관인 J. D. 파워는 인도 자동차 시장이 현재 1백50만대 규모에서 2014년까지 2백60만대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 D. 파워는 인도 시장의 성장세가 중국을 제외하고는 신흥 시장인 브라질과 러시아 등에 비해 앞서며, 타타의 나노 등 저가 소형차가 시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저가 차라는 타이틀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타타의 야심작인 나노는 그동안 생산지를 찾지 못해 출시가 계속 미루어졌다. 나노는 판트나가에에서 임시로 생산되지만 내년부터는 구자라트의 새 공장에서 연간 35만대씩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식으로 론칭된 나노는 개발을 알렸던 4년 전의 약속을 그대로 지켰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기본형의 가격은 단 10만 루피(약 2천 달러)에 불과해 인도에서 가장 저렴한 스즈키 마루티의 절반에 불과하다. 타타는 이미 50만대를 주문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1990년대 초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우조선(현 대우중공업)이 스즈키와 기술 제휴를 통해 경승용차 ‘티코’를 개발했으나 이후 다양한 라인업의 실패, 일반차급과는 다른 딜러망 체제의 운영 미숙, 경승용차를 경시하는 사회 풍조 등으로 인해 안착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고유가와 경차 배기량의 확대 등으로 인해 국내 경차시장은 다시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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