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GM대우 ‘초읽기’
  • 심정택 (자동차 산업 전문가) ()
  • 승인 2009.05.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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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6월1일까지 파산 보호신청 준비 지시받아…산업은행의 지원도 기약 없어

▲ GM대우의 근로자들이 버스에 탄 채 출근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 직전에 놓이면서 GM대우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는 GM대우는 산업은행 등 8개 시중 은행이 지난 4월 5억 달러 안팎의 선물환 계약 만기를 3개월 연장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중·장기 현금 흐름은 여전히 좋지 않아 다시 사느냐 아니면 죽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구조조정 마감 시한이 오는 6월1일로 잡혀 있는 GM 파산 보호신청 여부의 가닥이 5월 말에 잡히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12일 미국 재무부가 GM 쪽에 오는 6월1일까지 파산 보호신청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준비 작업은 신속한 ‘외과 수술식’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재 GM 처리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파산을 신청한 직후 새로운 업체를 만들어 GM의 우량 자산을 인수하고, 부실 자산은 잔존 법인에 남겨 천천히 청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GM도 자구 계획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는 캐딜락, 시보레, 지엠시(GMC), 뷰익 등 네 브랜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처분할 계획이라며 분리 방침을 밝혔다. GM대우나 오펠, 홀덴 등 GM의 국외 브랜드들의 경우는 뚜렷한 처리 방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해당 국가의 지원 방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M의 유럽 법인인 오펠은 이탈리아 피아트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고, 사브 브랜드도 새 임자를 찾고 있다.

올해 수출 물량,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

크라이슬러의 파산 보호신청을 보면서 GM대우 직원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GM도 파산 보호신청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GM대우는 현재 GM 본사의 회생이 결정되지 않아 올해 1분기 수출 주문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었으며, 공장 가동을 최소화하면서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다.

자금 지원 문제를 놓고 GM과 GM대우의 2대 주주(28%)인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 간 협상은 벌써 시작되었다. GM은 이미 여러 차례 GM대우에 대한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이다. 산은은 최대 주주인 GM 본사의 지원 없이 혼자 GM대우를 지원하려면 지분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산은의 요구가 구체화되고 있다. 추가 유동성 지원의 전제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매각하든가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으로 옮기라는 내용이다. 금융권에 알려진 바로는 지난 4월23일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과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이 산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산은은 또 GM대우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라세티 프리미어 등 자체 개발한 자동차의 라이선스(기술 소유권) 등을 넘겨받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한다. 글로벌 R&D센터를 아예 한국으로 이전하거나 라이선스만 확보해도 매년 지급하는 로열티 비용이 줄어 GM대우 유동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산은의 판단이 깔린 것이다. GM의 닉 라일리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사장은 지난 5월1일 “장기적인 대안으로 논의하겠다. 곧 산업은행의 요구에 대해 답변을 주겠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같은 날 “당장 GM대우 지분을 팔 생각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일부를 넘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닉 라일리 사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GM이 지분을 판다” 또는 “GM이 경영권 매각 의사는 없고 산업은행의 지원만을 바란다”라는 식으로 엇갈린 보도를 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닉 라일리 사장이 GM대우 사장을 지냈고, GM대우 및 한국 내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어서 애매한 발언으로 한국 내 여론을 떠본 것이 아니냐고 해석한다. 이에 앞서 GM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레이 영은 지난 4월27일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한국 기자단에게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가 먼저 GM대우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GM 본사로서는 지원할 방안이 없다”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미국 재무부가 신규 해외 투자 금지를 GM에 대한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GM대우에 투자할 수 없다”라며 ‘GM이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산은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영 부사장은 “GM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캐나다 법인에도 투자할 수 없어 캐나다 정부에 30억 달러의 브리지론을 요청한 상태이다. 한국측이 지원하지 않으면 GM대우는 엄청난 어려움에 빠진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본사와의 전략적 체휴 통해 독자 생존 가능성도

GM대우는 지난해 2천9백3억원의 영업이익을 보고도 8천7백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선물환 등 파생상품 거래에서 1조4천9백86억원의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5천9백85억원에서 3천8백66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 부채가 5조8천5백42억원인 데 반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 자산은 4조8천8백97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말 기준 1백84%이던 부채비율도 단기 차입금 급증 등으로 지난해는 7백32%까지 올라갔다. 지난 4월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수치는 7백41%였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4월7일 감사 보고서에서 “현재 유동 부채가 유동 자산을 9천6백45억원 초과한 만큼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졌다. GM대우의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부평 을에 당선된 홍영표 의원(민주당)은 “GM대우가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자금은 알려진 것처럼 1조원이 아니라 2조원이다”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만큼 GM대우의 경영권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1999년 7월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GM에 넘어간 지 10년만에 재론되는 것이다. 2002년 10월 재출범한 GM대우는 본사의 전세계 판매망을 활용한 소형차 수출 전략이 주효하면서 되살아났다. 2006년에는 1천7백명에 이르는 정리해고 근로자를 모두 복직시키는 노사 상생도 실천했다. 대우차가 GM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바뀌면서 수출 물량은 연평균 30% 이상 늘어났다. 대신 GM대우 브랜드가 아닌 시보레의 브랜드로 팔렸다. 이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최근 파생상품 관련 손실 규모가 조 단위를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영 투명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GM과 산업은행 간의 샅바 싸움과 관련 없이 GM대우의 다양한 생존 방안이 나오고 있다. GM대우의 독자 생존 방안도 그중 하나이다. 여기에는 해외 비중이 높은 GM대우의 특성상 기존 GM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GM의 해외 영업망을 활용한다는 방침이 깔려 있다. 이는 과거 기아차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포드가 기아의 소형차(프라이드)를 포드의 해외 영업망을 통해 OEM으로 공급했던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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