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생애 마지막 사랑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5.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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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찾아와 가슴 흔든 남자…독일판 <죽어도 좋아>

▲ 감독: 안드레아스 드레센 / 주연: 우르슬라 베르너, 호르스테 베스트팔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는 대부분 재미있다. 젊은 선남선녀가 나와 지지고 볶다가 잘 먹고 잘 살든지, 아니면 하나가 죽어서 비극으로 끝나도 관객들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사랑이니까 용서가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찾아와서 비극을 낳기도 한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사랑이 찾아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헤어지면 보고 싶고 만나 보면 시들한’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 치명적인 유혹이 멀쩡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불륜도 사랑이다.

남편에게 고백하고 집을 나가다

사랑에 나이가 있을까. 없다고 해야 맞겠지만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은 <우리도 사랑한다>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검버섯이 덕지덕지한 피부를 가진 노파와 노인이 사랑을 하고 섹스까지 한다. 관객들은 저 나이에 저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지만 감독은 배우들을 마치 20대 젊은이인 것처럼 연기하게 했다. 그래서 거침이 없고 뻔히 보이고 결국, 파국으로 간다.

잉에(우르슬라 베르너 분)는 집에서 옷가지를 수선하며 먹고사는 평범한 주부이다. 그의 남편 베르너는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신세이다. 어느 날, 칼(호르스테 베스트팔 분)이 바지를 고쳐달라며 찾아온다. 남편이 있는데도, 찾아온 이 남자에게 잉에는 한눈에 반하고 만다. 60대 중반인 잉에와 76세인 칼이 몰래 만난다. 사랑에 취한 잉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있는 여자는 괴롭다. 딸에게 털어놓지만 별다른 답이 안 나온다. 딸이 말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 고백하고 칼의 집으로 떠나간다. 30년이나 같이 살던 아내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베르너는 알 수 없다.

지난 2002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죽어도 좋아>의 독일판처럼 보인다. <죽어도 좋아> 역시 개봉 후 많은 화제를 낳았다. 부부의 섹스 장면 때문이다. <우리도 사랑한다>는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남편에게 불륜을 고백한 잉에의 당당함, 이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베르너의 무력감에 나이는 없었다. 독립영화답게 영화는 한없이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이런 영화를 찍은 감독의 용기가 가상하다. 시카고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5월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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