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구단’과 ‘천하무적’ 타율은?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5.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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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소재 드라마·예능 프로그램들 ‘눈길’…초반 시청률은 한자릿수에 머물러

▲ 맨 위는 리얼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 위는 드라마 . ⓒKBS 제공(맨위), MBC 제공(위)

야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단순한 경기 중계가 아니다. 4대 프로 스포츠인 야구·축구·농구·배구의 중계는 지상파 방송에서 보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케이블 TV와 위성방송에 스포츠 전문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스포츠 중계의 주도권은 그쪽으로 넘어갔다.

최근에 눈길을 끄는 ‘야구’ 프로그램은 경기 중계를 지상파에서 몰아냈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변주된 것들이다. 현재 지상파에서 MBC 드라마 <2009 외인구단>과 KBS 2TV의 <천하무적 야구단>이 방영되고 있고, 케이블 채널 엑스포츠에서는 경기 중계에 예능 프로그램의 요소가 가미된 <연예인 야구리그>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야구 붐’ 일자 앞다퉈 편성

<2009 외인구단>은 영화로도 선보였던 이현세 원작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드라마로 옮긴 것이다. 오혜성·엄지 역을 맡은 윤태영과 김민정 외에 박성민, 송아영, 전인택, 박정학 등이 출연한다. 차승원, 황정민 등 영화계 스타들의 TV 복귀작이 방영되는 시점에서 어딘가 힘이 떨어지는 캐스팅이다. <2009 외인구단>은 캐스팅의 약점을 탄탄한 원작의 힘과 지난해 6월부터 촬영해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인 경기 장면으로 극복한다는 입장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 비전문가인 연예인들이 팀을 창단해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등의 과정을 다루는 리얼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임창정, 김창렬, 이하늘 등 연예인 야구팀에 소속되어 있는 출연진을 중심으로 김준, 마르코, 한민관, 마리오 등 인지도에서 생소하고 야구에도 능숙하지 않은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최근에는 연예인 야구팀 알바트로스의 에이스인 오지호가 새 멤버로 영입되기도 했다. 2006년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달려라 슛돌이>를 연출했던 최재형 PD가 다시 한 번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최재형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딱딱할 수도 있지만 스포츠도 하나의 놀이이다. 야구를 매개로 한 명의 MC가 진행을 이끌지 않고 멤버 전체가 좌충우돌하며 만들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MBC-ESPN에서 방송되던 <연예인 야구리그>는 엑스포츠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30~40대의 주요 타깃 시청층 점유율에서 프로야구 경기 중계에 맞먹는 성과를 얻었다. 장재석 PD는 “야구 실력이 기대했던 것보다 우수하다. 연예인이 하다 보니 경기 외적인 재미가 많고, 돌발 상황도 자주 발생해 의외의 재미를 준다”라고 설명했다.

안방극장에 야구 관련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야구 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는 야구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은 전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인기 구단 롯데의 선전으로 1995년 이후 13년 만에 관중 5백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올림픽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선전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젊은 선수들의 군 문제가 달려 있기도 했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극적인 승부였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써내려간 드라마는 각본이 있었다면 너무 뻔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뒤를 이은 WBC의 선전도 야구 붐 형성에 한몫했다. 이승엽, 박찬호가 빠지고 감독 선임에 문제를 겪는 등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연이은 국제 대회에서의 성과로 높아진 야구에 대한 관심이 야구 소재 예능 프로그램의 증가로 표출되었지만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한 <2009 외인구단>과 <천하무적 야구단>이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9 외인구단>은 지난 5월9일과 10일 방송에서 각각 시청률 9.7%와 6.9%(TNS미디어코리아집계)에 그치며 방송 4회째까지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9 외인구단>의 이경석 총괄PD는 “극 초반 등장 인물들의 힘들고 불행한 시기를 묘사하다보니 극이 어두워졌다”라고 부진의 원인을 설명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속해 있는 <천하무적 토요일>의 시청률도 6.5%에 불과했다. <2009 외인구단>은 본격적인 야구 장면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동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으로 MBC <무한도전>과 SBS <스타킹>이 포진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 부진을 설명할 수 있다.

경기 규칙 등이 시청자 불편하게 만들 수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미온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그동안 <마지막 승부> <아이싱> <라이벌> <슈팅>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간간이 등장했지만 성공을 거둔 것은 <마지막 승부>가 유일하다. <마지막 승부>도 농구 자체의 역동성보다는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등 꽃미남·꽃미녀가 등장한 트렌디 드라마라는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 이경석 총괄PD는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역동적인 스포츠를 드라마에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이번 작품에는 6대의 카메라와 지미집 등을 동원해 촬영하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마쳤다.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구가 처음 접한 사람이 알기 어려운 스포츠라는 점도 야구 소재 프로그램이 넘어서야 할 벽이다. 야구는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은 종목이다. 잘 모르는 이에게 경기 장면을 설명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야구가 얼마나 복잡한 스포츠인지 알 것이다. 야구팬에게 익숙한 게임의 규칙이나 내용이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불특정 다수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 있다. 야구 마니아들만을 위한 전문적인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공중파가 아니라 스포츠 채널에 편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가 어렵다는 점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배우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오락 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은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시청자가,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야구를 배워나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야구 초보들에게 야구의 재미를 하나씩 알아가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컨셉트나 캐릭터가 안정화되고 시청자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2회 만에 막을 내린 <대단한 희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은 생존 가능성 확인 기간이 짧다.

최근에 등장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야구와의 첫 번째 결합은 아니다. 매 경기에 앞서 벌어지는 시구는 이미 연예인들에게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연예인들의 시구 모습은 다음 날이면 인터넷에 쏟아져 나온다. 특히 ‘개념 시구’의 창시자 홍수아의 깜짝 피칭 이후 연예인들이 시구에 부담을 가질 정도가 되었다. 홍수아를 명예선발투수로 위촉한 두산 베어스 홍보팀의 박진환씨는 “시구가 연예인들의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홍수아씨 같은 경우에는 야구팬들 사이에 소녀시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그러다 보니 섭외도 연예인 소속사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구단 입장에서도 홍보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어 서로 윈-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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