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자주포, 전투 로봇도 ‘쑥쑥’
  • 김진두 (YTN 기자) ()
  • 승인 2009.05.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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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발한 한국형 첨단 무기들, 국가 방위 목적 넘어 수출 전략 상품으로 재조명

한국 해군이 그 위력과 작전 능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국내 선박의 호송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가 해적에 쫓기던 상선을 잇달아 구조해냈다. 상선 중에는 북한의 6천3백99t급 화물선인 ‘다박솔’도 포함되어 있다. 신속하게 출동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적을 퇴치하는 한국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 ‘문무대왕함’은 두려움을 모르던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의 무기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이미 세계 최고를 다투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국가 방위라는 고유 목적을 넘어서 수조 원에 달하는 수출 전략 상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 기술진이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의 신형 첨단 무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세계 최강의 위력, 국산 자주포 K9 ‘썬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군 포병대에서 사용하던 포들은 고정형이 대부분이었다, 이동을 하려면 차량에 매달고 가야 했기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포병은 포탄의 궤적을 보고 발사 장소를 추적한 적군에 의해 역으로 타격당해 궤멸될 수도 있는 위험한 보직이었다. 하지만 현대전에서 포병은 이전과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한국 포병이 개발한 비장의 신무기인 K9 자주포 ‘썬더’는 이동형 타격 무기이다.

여러 포의 포탄을 한 목표에 동시에 집중시켜 초토화시키고는 시속 70km의 빠른 속도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다. 사거리도 선진국의 동급 무기에 비해 10km가 더 길어 표준탄은 30km, 신형탄은 40km 넘게 날려보낼 수 있다. 자신은 안전한 위치에서 적의 지휘사령부를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1984년 연구를 시작해 10여 년의 노력 끝에 완성된 ‘썬더’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주포로 평가되고 있다. 독일의 PzH-2000 자주포가 갖고 있던 최강이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썬더’에게 돌아간 것이다.

이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터키에 3백여 대, 1조3천억원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킨 데 이어 중동과 동남아, 호주 등과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터키에서는 ‘썬더’를 ‘푸트나’라고 부르고 있다. 거기에 K9 ‘썬더’에는 탄약을 자동으로 옮겨주는 전용 탄약 운반차량 ‘K10’이 따라붙는다. 컨베이어 내장 탄약 적재 장치를 통해 1백4발의 각종 포탄과 5백4개의 장약을 보급할 수 있다. 포탄 공급 속도도 분당 최대 12발로 적재된 포탄과 장약을 보급하는 데 28분, 적재하는 데 37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어떠한 전장 환경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탄약 보급을 완료해 적진을 타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K9과 K10인 것이다.

▒ 한국형 차기 전차 ‘XK-2 흑표’

차기 전차 흑표는 우리 지형에 맞춰 개발된 최초의 한국형 전차라고 할 수 있다. 최고 4.1m 깊이의 물속을 달린 뒤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곧바로 전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구경 1백20mm의 주포와 신형 포탄은 북한 전차는 물론 지금까지 세계 무기 시장에 나온 어떤 전차도 일격에 관통할 수 있다. 전차 킬러로 불리는 헬기의 공격을 차단하고 역으로 격추시킬 수 있는 전자 지능탄과 대전차 미사일 교란 장비도 장착하고 있어 현존하는 최강의 전차로 꼽힌다. 흑표도 ‘썬더’와 마찬가지로 터키 무기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썬더와는 달리 완성 무기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전하는 형태를 취했다. 당장의 큰 수익보다는 한국의 부품과 기술 수출이라는 장기적인 시장을 보는 것이다.

 ▒ 휴대용 대공 유도 무기 ‘신궁’

‘신궁’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국내 방산업체들과 함께 8년 동안 7백억원을 투입해 개발에 성공한 휴대용 대공 유도 무기이다. 최대 사거리 7Km, 최대 고도 3.5Km, 마하 2의 속도를 지녀 적의 근접 항공기와 헬기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 ‘신궁’은 목표 항공기가 반경 1.5m 안에 근접할 경우 폭발하면서 수백 개의 파편으로 기체를 관통해 격추시킨다. 또, 항공기가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기만용 섬광인 플레어를 정확히 식별해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플레어와 항공기의 적외선 신호를 2가지 색으로 구분하는 2색 탐색기 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명중률도 90%대를 넘어 동급 무기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스팅어와 러시아의 이글러는 명중률이 60%대에 머무르고 있고, 미스트랄은 ‘신궁’과 명중률은 비슷하지만 더 무겁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신궁의 대당 가격은 1억8천만원인 데 비해 현재 우리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스트랄의 대당 가격은 2억3천만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신궁’에 장착해 사용하는 야간 조준기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되어 활용도가 훨씬 높아졌다.

▒ 헬기 잡는 차기 전투장갑차 ‘XK21’ 

차기보병전투장갑차 XK21은 외형으로는 미국의 M2 브래들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방어력과 무장은 동급 장갑차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강화된 장갑력이다. 전면은 러시아의 30mm 기관포탄을 막을 수 있고 측면과 후면은 14.5mm 중기관총에 대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으며, 10m 고도에서 공중 폭발하는 러시아의 1백52mm 자주포의 파편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방어 능력은 높였지만 무게는 줄어 시속 7km 이상으로 강이나 하천도 운행할 수 있고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의 최신 전투 장갑차보다 기동 성능도 뛰어나다. 화력도 분당 3백발을 발사할 수 있는 40mm 기관포와 7.62mm 기관총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측면에는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했다. 일반 탄알뿐 아니라 공중 폭발탄까지 장착할 수 있어 장갑차 잡는 킬러라고 불리는 헬기와도 대적할 수 있는 무장을 갖추었다. 차기보병전투장갑차 XK21은 1999년 말부터 9백10억원을 투입해 개발을 완료해 올해부터 실전에 배치된다.

▒ 탄알 하나로 수십 명 잡는  미래형 소총

우리 군이 개발한 미래형 소총을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총에 대한 개념을 바꿀 수밖에 없다. 목표물 위에 가서 정확히 폭발하는 총알, 하나의 총알에 파편 3백개가 만들어져 1개 분대 정도는 순식간에 괴멸시킬 수 있다.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공중 폭발탄과 소총을 골라 사용할 수 있고, 우리의 장점인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무게를 6.1kg으로 크게 줄였다.

미국과 스웨덴 등 무기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기능의 소총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완성된 소총을 선보였다. 이 미래형 소총은 세계 소총 시장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기 때문에 썬더와 흑표를 이을 차세대 전략 수출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잠수함 잡는 상어, 한국형 경어뢰 ‘청상어’

경어뢰는 가벼운 어뢰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청상어’는 초계함급 이상의 수상함과 헬기, 해상초계기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1995년 체계 개발에 착수해 10년 동안 5백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한 끝에 2004년 완성되었다. 청상어는 물속에서 소리를 추적해 잠수함을 공격하는데, 음파를 발산하고 돌아오는 음파로 거리를 측정한 뒤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약 20km 이상을 날아가 1.5m 두께의 철판도 뚫을 수 있어 잠수함도 쉽게 격침시킬 수 있다. 경어뢰 개발은 우리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무거운 어뢰인 중어뢰 ‘백상어’의 개발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

청상어와 비교되는 경어뢰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임펙트’가 꼽힌다. 하지만 청상어가 수심이 낮은 바다에서도 표적을 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이중 선체의 잠수함도 파괴할 수 있는 등 기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동급의 어뢰에 비해 가격이 50%에 불과하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 인간 병사 대신해 위험 임무 수행하는 견마로봇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4백6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되어 개발 중인 견마로봇은 근거리 감시와 정찰, 지뢰 탐지 등 위험한 임무를 인간 병사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주변의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움직이고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군 상황실로 실시간 전송된다.

야간에는 적외선 영상으로 체온을 감지해 적군의 움직임을 잡아낸다. 중형 정찰용 로봇은 와이브로를 통한 원격 제어가 가능해 6km 후방에서 주변의 영상을 보면서 차를 운전하듯 로봇을 조정한다. 현재 완성된 형태의 로봇은 없지만 목적에 맞는 다양한 로봇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군은 2015년에는 인간 병사와 협동 작전이 가능한 경전투 로봇이 등장하고, 2018년에는 공중 무인 헬기와 다목적 화력 차량까지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진화하는 국산 함정, 광개토대왕함·이순신함·문무대왕함

한국의 함정은 광개토대왕함을 시작으로 충무공 이순신함, 문무대왕함까지 숨가쁜 진화를 거듭해왔다. 기능도 단순한 구축함에서 이제 이지스함까지 자체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조선 세계 1위의 민간 기술력을 국방 기술로까지 연결시킨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체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운용되는 주요 전자 시스템은 아직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국산 무기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한국형 첨단 신무기들은 모두 개발이 시작된 지 10~2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개발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우리 무기의 완성 시기가 다른 무기 선진국들의 틈새를 절묘하게 공략했다. 보통 하나의 무기를 개발하면 개선 작업을 거쳐 20여 년을 사용한 뒤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무기를 다시 개발하게 된다. 그런데 그 중간에 우리의 무기들이 대거 선을 보임으로써 다른 나라의 무기에 비해 성능 면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절묘한 우연이 우리나라를 무기 선진국, 무기 수출국의 위치로 올라서게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신형 첨단 무기는 지금 해외로 가고 있다. 썬더와 흑표는 이미 수출에 성공했고, 미래형 소총은 수출 가능성이 크다. 우리 해군력 증강에 힘을 보태야 해 당장 수출 상품화될 가능성이 낮은 어뢰와 함정들은, 선진국의 동급 무기에 비해 성능이 손색없는 데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잠재적인 수출 상품으로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무기들이 수출 전략 상품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무기 산업의 경우 외교·정치적 문제가 한데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정치·외교적 협력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신뢰 관계가 확립된 상황에서 기업의 접근이 있어야 비로소 수조 원대에 달하는 수출 전략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

한국형 첨단 무기를 완성한 우리 과학자들은 우리가 만든 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 무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우리 체형에, 우리 지형에 맞지 않는 무기를 들고 국토 방위에 나섰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한국형 무기들은 국토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더해 훌륭한 수출 전략 상품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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