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도 많고 까다로운‘세계유산’으로 가는 길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5.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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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실시…공식적인 심사 과정만 1년 반 걸려

▲ 수도권과 강원 영월에 있는 조선 왕릉 40기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예정이다. 위는 태조 이성계가 안장된 건원릉. ⓒ문화재청 제공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13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유네스코에 최근 제출한 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조선 왕릉에 대해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최종 결정은 6월22일에서 30일까지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진다. 지금까지 유네스코가 ICOMOS의 권고를 그대로 따라왔던 점을 감안하면 조선 왕릉의 등재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팀의 신미아 차장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ICOMOS의 권고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으로 이어진다.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확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세계유산은 유네스코가 인류를 위해 보호되고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만큼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문화재로 현재까지 문화유산 6백79건, 자연유산 1백74건, 복합유산 25건 등 1백41개국에 8백78건이 등재되어 있다.

통합적 보존·관리 등 높이 평가해

우리나라는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 등 7건이 이미 세계문화유산의 대열에 올랐으며, 지난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 왕릉은 문화유산으로는 8번째, 통틀어서는 9번째 세계유산이 되는 셈이다. 유네스코의 신미아 차장은 주변국인 중국이 35건, 일본은 14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의 등재 건수가 적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ICOMOS의 결정은 조선 왕릉이 단순한 왕의 무덤 이상의 의미를 갖게 해준다. 지난해 실사를 벌였던 ICOMOS의 평가단은 유교적이고 풍수적인 전통을 반영해 자연 경관을 적절하게 융합한 건축과 조경 양식의 조형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점, 현재까지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 왕릉 조성이나 관리, 의례 등에 대해 담은 국조오례의, 의궤 등 고문서가 풍부한 점, 조선 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관리되고 있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우리는 수도권의 동구릉, 광릉, 태릉 등과 강원도 영월의 장릉까지 조선 왕릉 40기 전체를 포함하는 대규모의 세계문화유산군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종묘와 창덕궁에 이어 조선왕조 관련 문화유산들이 대부분 등재되어 조선왕조의 문화적 우수성과 독창성을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매년 2월1일 신청을 마감해 다음해 6~7월에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까지 공식적인 심사 과정만 1년 반이 소요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전세계에서 등재 신청을 한 문화유산 29건 중 신규로 등재 권고된 것은 조선 왕릉을 포함해 10건(34%)에 불과할 정도이다. 국내에서 조선 왕릉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한국의 백악기 공룡 해안’(전라남도 및 경상남도 일대 공룡화석유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등재 불가로 평가받았다. 동 분야의 연구가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여서 축적된 연구가 부족하고 발자국 화석만으로는 세계유산적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문화재청의 김홍동 국제교류과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불가로 최종 결정되면 재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결정 이전에 신청을 철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세계유산으로 신청하기 최소 1년 전에는 잠정목록에 등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잠정목록에 들어 있는 우리 문화재는 조선 왕릉과 남해안일대공룡화석지 외에도 문화유산으로 강진 도요지, 무령왕릉, 삼년산성,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등이 있고, 자연유산으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올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해 ICOMOS의 실사를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들, 등재 신청 ‘과열’…보존이 더 시급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입국들은 관광을 진흥시키거나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세계유산 등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효과를 수치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홍보와 관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의 신미아 차장은 “관광을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거나 재정에 도움이 되지만 관광 자체가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은 직접적인 개발에 이어 세계유산을 위협하는 두 번째 요소이다”라고 경계했다.

국내 지자체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역 유물이나 풍물을 세계유산 잠정목록 대상에 넣기 위해 문화재청에 관련 절차를 밟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는 자연유산인 남해안의 갯벌과 문화유산인 서남해안의 염전 등 2건이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올해는 10건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공주·부여의 백제역사지구, 익산의 백제역사지구,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 제주의 민속마을, 울진의 금강송 등이 등재를 신청했다. 문화재청의 김홍동 과장은 “2007년 제주도의 자연유산 등재로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지자체들의 인식이 넓어진 영향이다. 신청 건수는 많지만 모두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만치 않은 유네스코의 심의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도 심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6월 중으로 문화재위원회를 구성해 어느 것을 잠정목록에 올릴지 심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최소 4~5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관심을 보인다고 바로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했던 ‘지역 축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의 신미아 차장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과열되어서 처음 사업 취지와 다르게 변질되거나,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관심은 관광이나 홍보에 더 쏠리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존이다. 이번에 등재될 조선 왕릉만 보더라도 수도권 개발로 고층 건물에 둘러싸이거나 원형이 훼손된 곳이 있다. 태조 이성계가 안장된 건원릉을 포함해 9릉 17위가 모셔진 동구릉 인근에는 골프연습장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재청과의 협의 없이 지자체가 건축 허가를 내준 탓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한국의 세계유산에 대한 관리는 양호하다고 평가받는다. 신미아 차장은 “관리 계획이 안 지켜질 경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들어가게 되고, 계속 문제가 될 경우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되기도 한다. 삭제까지 된 경우는 지금까지 한 건 있었다. 다행히 우리의 세계유산 중에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들어간 경우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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