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좋은 향나무 있어서…내 평생 최대 정성 쏟아”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6.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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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유골함 제작·기증한 홍성철씨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면(永眠)한 향나무 유골함을 제작한 사람은 35년 동안 목각 제품을 만들어온 경기도 고양시의 한일목각 홍성철 대표(65)이다.

홍대표는 지난 5월27일 오전 11시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로부터 유골함 제작을 요청받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거행된 지난 5월29일 오전 전화 통화에서 “처음 주문이 들어왔을 때는 제작 시간이 촉박해서 고민을  했고, ‘잘 못 만들게 되면 어떻게 하나’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고 제작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홍대표는 부인과 아들 이렇게 셋이서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서 유골함을 완성해, 영결식이 있기 전날인 5월28일 저녁 9시쯤 장의위원회측에 전달했다. “실수를 하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니까,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잠이 오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행여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 봐, 처음부터 유골함을 8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유골함을 하나씩 하나씩 추려냈고, 마침내 가장 완벽한 유골함 하나가 탄생했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내가 만들었던 유골함 가운데 가장 많은 정성을 쏟았던 것 같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은 가로 35㎝, 세로 25㎝, 높이 20㎝, 두께 1.8㎝ 크기로 북미산 향나무로 제작되었다. 일반 납골당에 안치되는 유골함(가로와 세로 각각 21㎝, 높이 20㎝)보다는 조금 큰 크기이다. 유골함의 윗면에는 대통령 휘장인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음각되어 있으며, 앞면에는 봉황과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홍대표는 “북미산 향나무는 국내산과 재질이 비슷하다. 향이 좋고 해충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장의위원회측에서 주문이 들어왔을 때, 마침 색과 결, 강도가 좋은 향나무를 들여와 보관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은 무상으로 기증되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았다면, 처음에 8개를 만들었기 때문에 한 개당 30만원씩, 모두 2백40만원 정도는 받았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보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흰색 도자기 유골함을 제작했다. 하지만 장의위원회는 자체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홍대표에게 제작을 의뢰했던 것이다. 홍대표는 “간혹 유명하신 분들의 유골함을 도자기나 돌로 만든 경우는 있었으나, 노 전 대통령처럼 향나무 유골함을 쓴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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