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이기 “강도를 높여라”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09.06.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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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핵에 강경 대응 요구하는 소리 높아

▲ 다카스 유키오 일본 유엔대사가 5월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관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후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5일 북한의 지하 핵실험 이후 일본 사회가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4월5일 로켓 발사 때와 달리 예고 없이 진행된 지하 핵실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연일 톱뉴스로 다루고 있다. 아울러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의 움직임을 시시각각으로 전하고 있다. 언론들은 두 번째 핵실험을 한다면 빨라도 8월15일 조국해방기념일, 9월9일 건국기념일,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맞춰 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일본에서는 북한이 급작스럽게 실험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서 대체로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군사적 측면이다. 무엇보다도 강성대국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등식을 점점 강화시켜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 내부의 단결이다. 건강이 악화된 김정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계자를 정해 권력 승계 구도를 안착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높은 레벨에서 미국과의 협상이다. 오바마 정권의 대북한 정책 노선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핵과 탄도미사일의 능력을 보여주고 체제를 보장받으려고 한다는 의견이다.

일본 언론들은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어 2006년 10월 실시한 핵실험을 TNT 화약으로 환산해 1kg 이하로 추정했으나 이번의 경우 20t 정도로 나카사키 원폭 정도의 위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 노동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 실험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소 총리는 즉각 “일본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며 유엔 결의 위반이자 핵확산 방지조약(NPT)에 중대한 도전이다”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회도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참의원과 중의원은 전원일치로 북한의 지하 핵실험에 항의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자민당의 아베 전 총리는 “수출입의 전면 금지를 더욱 강화하고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해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본인들이 북한을 보는 시각은 거의 일치되어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일본의 적이다.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이다. 정치적으로도 북한을 때리면 지지를 받는다. 아베 전 총리가 정치적으로 급부상한 데에는 납치 문제에 적극적이었다는 점, 즉 북한 배싱(때리기)에 앞장서온 정치인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도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납치 가족을 일본에 데리고 왔으며 북한 배싱으로 나름대로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한 측면이 있다.

외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나와

▲ 일본 도쿄에서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들이 북한 핵실험을 보도하는 호외 신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핵·미사일·납치 문제에 대응해오고 있다. 2006년 7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북한의 만경봉호 입항을 금지시켰고, 미사일이나 핵무기와 관련한 수출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 군사적으로는 미사일 방어 체제 일정을 앞당겼다. 이어 2006년 10월9일에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는 모든 북한 선박의 입항을 막고 북한으로부터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 아울러 북한 군부 수뇌부들이 사용하는 고급 사치품의 수출도 금지했다. 군사적으로 미·일 방위 조약과 미국의 핵우산을 공고히 하는 정책을 다시 확인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탄도미사일 발사 때는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더욱 까다롭게 제약했다. 북한 국적 선적의 입항 금지 및 수입 금지 조치를 1년 연장했다. 당시 아소 정부는 자국의 자위 차원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본은 그간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마다 경제 제재 조치로 대응해 왔으나 이런 조치가 실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과 북한 간의 회의도 중지된 상태이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으나 북한이 무시한다”라는 한 정부 관리의 말 속에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즉, ‘제재 피로증’에 걸려 있다. 제재로 북한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제재로는 전면적인 수출 금지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연간 8억 엔(1백5억원) 정도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본의 외교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아베, 후쿠다 전 총리 그리고 현 아소 정부까지 이어지는 대북 정책에서 ‘대화인가, 압력인가’가 계속 흔들려 정책의 효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하 핵실험을 계기로 적극적이고 단호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자민당 납치 문제대책특별위원회는 5월27일 수출 전면 금지, 북한에 여행한 일본 내 재류외국인의 재입국 원칙적 금지, 조총련과 관련 단체의 과세 철저, 선박 검사와 구좌 동결 등 금융 제재도 강화하는 강경 조치를 결정했다.

북한의 가상 공격에 대한 방위 대책도 구체적으로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그동안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왔던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서자 북한 때리기와 방위 체제 강화 그리고 유엔의 제재 조치의 채택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의 거듭되는 독단적 핵실험 강행은 국제 사회의 고립을 자초함과 동시에 일본의 자위 방위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어주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노동 미사일의 사정권에 있는 일본으로서는 안보라는 명목 하에 언제든지 군비 증강을 도모할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또, 계속되는 북한의 핵실험, 플루토늄 증산, 우라늄 농축, 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카드에 대해 일본은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충실, 요격미사일의 배치 및 미국과의 정보 공유나 상호 운용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소수 의견이다. 신중한 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핵 보유 주장은 결국, 북한이 의도하는 시나리오에 말려든다는 것이다. 지금은 국제 공조와 경제적 제재를 통한 대응에 나설 때라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핵연료봉의 재처리 시설을 다시 가동하는 등 핵개발의 위험이 점점 높아져 긴장이 고조된다면 극소수의 주장이 일반적인 주장으로 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이 오는 중의원 선거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제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일본 사회가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을 타깃으로 삼아 질주할 경우, 그리고 북한이 핵개발의 무모한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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