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은 꼭 내가 잡을 겨”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6.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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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구석 게으른 형사의 탈주범 때려잡기…거북이가 이겼다

▲ 감독: 이연우 / 주연: 김윤석, 정경호

조연 없는 주연은 없다고 하지만 조연은 조연일 뿐이다. 주연을 살리기 위해 맞기도 하고 더 험한 꼴도 당해야 한다. 출연료도 비교가 되지 않아 늘 가난에 허덕인다. 하지만 탄탄한 조연은 언젠가 주연의 기회를 잡기도 한다. 지난해 영화 <추격자>는 4백만 관객이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연쇄 살인범을 쫓는 보도방 사장 역을 맡은 김윤석은 이 한 편으로 대종상영화제 등 남우주연상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얼굴도, 이름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 배우는 <타짜>에서 아귀로 나왔던 조연이다. 그는 <추격자> 이전에는 늘 조연 전문이었다.

주연 배우가 다시 조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 지난해 이맘때부터 찍기 시작했다는 <거북이 달린다>에서 김윤석은 다시 주연을 맡았다. 충청남도 예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은 ‘느림’이다. 충청도 사투리가 그렇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서 근무하는 게으른 형사도 마찬가지이다.

예산경찰서 강력계에서 근무하는 조필성(김윤석 분)은 출장 안마 혐의로 잡아들인 피의자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월급이 안 나오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는다.

아내에게 말도 못하고 이리저리 돈을 꾸던 그는 소싸움 대회에서 6배 배당을 받고 기분 좋게 친구 사무실로 돈을 받으러 간다.

송기태는 왜 예산에 나타났을까

탈주범 송기태(정경호 분)는 낮에 조필성의 친구들이 준 수모를 갚기 위해 사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나가다 그와 마주친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범인이 예산에 무슨 일로 나타났을까. 조필성은 실컷 두드려 맞고 강력계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런 촌구석에 그런 거물이 나타날 리 없다는 것이다. 송기태가 예산을 찾은 이유는 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는 연인 경주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경주 역할을 맡은 배우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사장 사모님을 연기한 선우선이다. <내조의 여왕>이 뜨지 않았다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조연이 될 뻔했다.

예산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펼쳐지는 <거북이 달린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를 깔아놓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능한 형사가 머리 좋고 싸움도 잘하는 범인을 잡겠다는 설정이 분명 범죄 영화일 텐데, 영화는 마냥 늘어져서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송기태가 반가울 지경이다. 상영 시간 1백17분. 6월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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