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식탁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6.16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의 제삿날에 모인 가족들…후회와 안타까움 잔잔히 그려

▲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주연 :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유, 키키 키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알 수 없는 사람을 꼽으라면 누가 생각날까. 바로 가족이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슬프게도, 이는 사실이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사는 부모도 상대방의 과거를 잘 알지 못한다. 자식도 크면 부모에게 비밀이 많아진다.

한집에서 같이 사는 가족이어도 살아가면서 대화하는 시간보다 침묵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나가 산다는 이유로, 자존심 때문에, 한순간의 일탈이 부끄러워 가족들은 입을 다물고 산다. 그래서 점점 더 낯설어진다.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는 관객을 슬프게 하거나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우리는, 아들을 위해 미쳐가는 엄마를 볼 수 있다. 그의 전작 <괴물>도 따지고 보면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괴물에게 납치된 가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족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만든 영화라고 한다. 생전에 못다 한 후회를 스크린에 담은 것이다.

영화는 장남 준페이의 제사를 위해 부모 집에 자식들이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편과 사별한 여자(나츠카와 유이 분)와 결혼한 막내아들 료타(아베 히로시 분)는 형 제사가 썩 내키지 않지만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따라나선다. 이미 도착한 누나(유 분)는 엄마(키키 키린 분)를 도와 음식을 준비한다. 의원을 개업해 존경받던 아버지는 나이 먹어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는 두 아들이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장남은 사람을 구하다 죽었고 막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왜 아버지의 뜻을 저버렸나

풍성하고 웃음이 그치지 않는 식탁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아버지나 엄마, 자식들과 며느리, 사위는 각자 다 생각이 다르다. 어머니는 죽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고, 아버지는 아직도 의사가 되지 않은 아들이 원망스럽다. 늙어가는 부모와 다 큰 자식 그리고 가족으로 편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두 시간 가까이 화면에 풀어진다. 지나간 앨범을 보고 낡은 음반을 듣고 … 해가 저물어간다.
수채화처럼 찍어서 화면이 깨끗하다. 그러나 두 시간 가까운 영화는 아무래도 지루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전에 <아무도 모른다>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것도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이 넘는다. 호흡이 길다고 해야 하나, 편집에 인색한 감독이라고 해야 하나.

상영 시간 1백14분. 6월18일 개봉.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