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마저 돌려세운 ‘분열의 강’
  • 신혁진 (불교포커스 기자), 김철영 (뉴스파워 기자) ()
  • 승인 2009.06.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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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기독교가 상반된 시국성명 내놓은 내막 / 현 정부에 불신·기대 갈려

▲ 6월9일 불교계 스님들 인사 1백8명이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왼쪽). 같은 날 열린 기독교 원로 시국선언 간담회에서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오른쪽).

불교계와 개신교계의 엇갈린 시국선언이 화제이다. 두 종교계의 유력 단체·인사들이 이처럼 다른 시각의 시국선언을 낸 데는 이명박 정권과 두 종교계의 관계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두 종교계의 시국선언이 나온 배경을 짚어보았다.

■불교계-공약 불이행 등에 불만 높아 강경 목소리

3백8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지난 6월9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국민을 기만한 대운하 사업이라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 단체가 농성 천막을 친 곳은 조계사 일주문 앞이다. 이명박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거점으로 불교 사찰을 택한 것이다. 같은 시각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는 스님 1백8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민주화 후퇴와 국민 기본권 위축, 남북 관계 경색,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 실종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라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6월15일에는 조계종 소속 스님 1천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국선언이 예고되어 있다. 15일 시국선언에는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과 고불총림 백양사 유나·지선 스님은 물론 전국의 사찰에서 조용히 수행하고 포교 활동을 하던 스님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야말로 불가의 대중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뜻을 모으는 대중 공사가 불교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의 문제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불교계가 최근 들어 정부를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종교 편향 문제에 대해 많은 우려를 받았다. 이대통령은 이미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불교계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고, 대선 과정에서 종교 차별은 없을 것임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교계의 우려는 사찰이 모두 빠진 정부지도 ‘알고가’ 사건과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개신교 관련 행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대한 검문 검색 등으로 현실화되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불교 관련 공약이 모두 공약(空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불교 공약은 △사찰관련법의 전통사찰보존법으로의 일원화 △불교문화재 유지보수 정부 예산 확충 △연등축제의 국가전통문화 축제 지정 △국제불교문화 교류센터 건립 지원 △10·27 법난 특별법 제정과 피해 보상 추진 및 불교인이 임명되는 청와대 전통문화담당 비서관직 신설 △남북 불교 교류와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 사업 지원 △지속적 공약 실천을 위한 ‘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조계종은 과도한 중복 규제로 포교 활동이 어렵다며 불교 관련 법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이마저도 벽에 부딪힌 상태이다. 최근에는 ‘전통사찰보존법’의 폐지와 사찰 토지의 국립공원구역 지정 해제를 주장할 정도로 강경해졌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수행 환경과 불교문화재 파괴가 우려되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기준 완화와 대운하 강행 등 개발 일변도의 정책을 강행하는 것도 불교계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라는 대승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가르침을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불교계 시국선언의 바탕에 깔려 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출가 수행자라고 산속의 절간에 앉아만 있을 수 없다는 마음이고 실천 행동이라는 것이다.

신혁진 (불교포커스 기자)

■개신교계-국론통합 앞세우며 ‘장로 대통령’ 옹호

지난 6월9일 정진경·조용기·길자연·최성규·김홍도·엄신형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등 보수 개신교 지도자 33인이 시국성명을 냈다. 원로들은 ‘국가의 현 사태를 걱정하는 한국 교회 원로 시국성명’에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해 상심한 국민들이 심기 일전해 용기와 희망을 갖고 경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 통합과 국정 쇄신에 더욱 매진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에게는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국회로 즉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최근 지식인, 정치인,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국가의 안위를 해치며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교회 원로들의 성명을 들여다보면 친정부적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 보수 개신교계 원로들은 왜 이같은 시국성명을 발표했을까.

한국 교회는 지난 대선에서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2007년 4월 중앙일보가 미디어다음과 공동으로 종교인들의 대선 예비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인들의 74.8%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했을 만큼 이후보에 대한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는 확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한국 교회는 그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는 8월2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기총 주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에서는 “지금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닌 것으로 배후에 마귀 사탄이 있는 것이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원수 마귀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방송국을 점령하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잘못된 신문을 사용하는 원수 마귀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한국 보수 개신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교회의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세 명의 장로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조국을 떠나 이국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IMF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아 국민의 비난을 받으면서 권부에서 내려왔다. 한국 교회는 두 장로 대통령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명박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장로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기도하며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학적 배경도 한몫하고 있다. 예수님은 세금 문제를 질문한 제자들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마태복음 22:21)라고 하셨다. 성경은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라”(딤전2:2)라고 했고, “통치자들과 권세 잡은 자들에게 복종하며 순종하며”(디도서 3:1)라고 했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로마서 13:1)를 정부에 순종하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 한국 보수 개신교계는 이 말씀을 대통령과 정부에 순복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한국 보수 개신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김일성 북한 정권에 의해 북한의 교회가 폐쇄되고 목회자와 신자들이 처형당했던 아픔을 안고 있다. 한국전쟁 때도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순교를 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단체보다 북한 인권과 핵실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다. 교회개혁단체에서는 원로들의 시국성명을 비판한다. “기독교적 가치와 국민적 인식에 어긋나는 당파적 성명이며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복음의 문을 닫는 행동이다”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보수 개신교계는 정부가 한국 교회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이런 성명서를 계속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철영 (뉴스파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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