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잊혀질 거야”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6.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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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과거에 갇힌 채 볼수록 ‘알 수 없는 여자’ 따라 가기

▲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 주연: 크세니아 라포포트

관객들이 유럽 영화를 멀리 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고 지루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중독이 되어서 그런 탓도 있지만 흥행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의 취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가 보는 영화가 명화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전혀 속도감 없이 때로는 난해한 명화 앞에서, 더군다나 요즘처럼 멀티 상영관이 여러 영화를 동시에 내걸었을 때,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언노운 우먼>은 <시네마 천국>으로 유명한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두 사람의 명성으로만 치자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보아도 될 영화이다.

그런데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제목도 ‘알 수 없는 여자’이다. 주연 배우의 이름도 러시아 국적의 크세니아 라포포트로 낯설다. 이 영화를 보려면 우선 <시네마 천국>을 잊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이레나(크세니아 라포포트 분)는 보석 세공사 아다처 일가가 사는 아파트 건너편에 방을 구하고 날마다 바라본다. 월세도 다른 곳보다 세 배나 비싸고 천장이 흔들리는 집이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구하던 이레나는 마침내 아파트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아다처 일가의 하녀로 취직한다. 가정부와 친해진 이레나는 결국, 그녀를 사고로 위장해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화면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레나의 행동에 관객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저 여자가 왜 저러는지’ 감독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

아다처 부인의 아이에게 집착하고, 할 줄도 모르는 운전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여자.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아다처 부인의 칭찬을 듣지만 이레나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 시간이 가면서 그녀의 과거가 천천히 드러난다. 이레나의 과거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역시 거장다웠고, 그의 음악이 아니었더라면 <언노운 우먼>은 관객의 머리만 쥐어짠 최악의 영화가 될 뻔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아귀가 안 맞는다. 2006년 작품이다. 이탈리아 영화평론가들이 그해 최고의 영화로 호평했다고 한다.

상영 시간 1백18분. 7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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