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면 심장 의심하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6.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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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다리 붓고 배 아픈 증상도 나타나

김수종씨(74)는 최근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찢어진 이마를 수술하기 전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을 발견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매일 아침 3km를 달리고 있지만 숨이 찬 적은 없었다. 그런데 부정맥에 의한 심부전이 우려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심부전에 걸리면 나타나는 주요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하지만 김씨처럼 숨이 차지 않아도 심부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피를 제대로 짜내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질병 이름이 아니라 심장 기능의 상태를 의미하므로 심기능부전(心機能不全)이라고도 한다. 방치하면 10명 중 4~5명이 심장마비 등으로 갑자기 사망(심급사)할 수 있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장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몸무게를 재는 것이다. 심부전이 생기면 체중 변화가 먼저 나타난다.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식사하기 전과,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자신의 체중을 확인하면 된다. 전은석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몸무게는 아침보다 저녁에 1~1.5kg 정도 더 나간다. 처음 몸무게를 쟀을 때 아침에는 57kg이고 저녁에 58kg이라고 하자. 다음 날부터 약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체중에 큰 변화가 없으면 정상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몸무게가 조금씩이라도 증가하면 눈여겨보아야 한다. 1주일 만에 2kg 이상 차이를 보이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맥박으로 심장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왼쪽 세 손가락으로 오른 손목을 짚으면 맥박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맥박이 1분에 60~90번 뛰면 정상이다. 그런데 50번 이하 또는 100번 이상 뛰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만일 40번 이하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맥박 수는 정상인데, 불규칙해도 비정상이다. 맥박이 잠시 쉬었다가 느닷없이 빨리 뛰는 경우가 있다.

아침 저녁 몸무게 비교해도 문제 찾아낼 수 있어

평소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답답하고 긴장했을 때에는 두근거리기까지 하지만, 걷거나 등산을 하면 증상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이는 심부전의 원인인 심장질환과 무관한 증상이다. 하지만, 걷거나 등산할 때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의 차원이 아니라 죽음이 연상될 정도로 기분 나쁜 통증을 느끼다 화를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예전보다 짧아질 때도 의심해야 한다. 평소 1km 정도는 별 무리없이 걸었지만 갑자기 5백m만 걸어도 숨이 차는 사람은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엑스레이 사진으로 심부전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엑스레이 필름에서 폐는 양쪽이 까맣게 보인다. 가운데 하얀 부분이 있는데 그곳이 심장이다. 그 크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에서 심장 크기가 엑스레이 필름 가로 길이의 절반을 넘게 차지할 정도로 커진 상태라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심부전에 걸리면 심장질환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리가 붓거나 배가 아픈 것이 대표적이다. 심장은 좌우로 나뉘는데 좌측에 문제가 발생하면 좌심부전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피를 보내는 역할을 심장의 좌심실이 담당한다. 그곳의 기능이 떨어져 피를 제대로 짜주지 못하면 좌심실의 압력이 높아지며, 이에 따라 좌심실에 피를 보내는 폐에 피가 고이고 물이 차서 폐부종이 생긴다.
이를 울혈성 심부전이라고 한다. 결국,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것이 좌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부전의 초기에는 자다가 소변을 보게 되는 야뇨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심실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우심부전이다. 모세혈관부터 심장(우심방)까지 대정맥을 통해 피가 흐른다. 그런데 우심실이 피를 받지 못하게 되면 우심방과 대정맥(상대정맥·하대정맥)에 피가 고이고 압력이 증가한다. 피가 심장으로 가지 못하면서 대정맥의 압력이 높아져 발목이나 정강이가 붓는 하지부종(下肢浮腫)이 생긴다. 간으로 가는 혈관에도 부담이 생기면서 간이나 비장이 커져서 복부 팽만감이 생긴다. 심하면 배가 아프거나 복수가 찬다.

다리가 붓는다고 해서 모두 우심부전은 아니다. 오래 서 있거나 걸어서 다리 부위가 붓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고혈압약이나 전립선비대증 약을 복용해도 하지부종이 생길수 있다. 

심부전의 주요 원인은 협심증, 심근경색, 고혈압, 심근질환, 심장판막질환 등 주로 혈관과 관련된 질환이다. 심부전을 치료하려면 이런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병원을 가면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심혈관질환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다음 의사는 무엇이 증세를 악화시키는지를 알아본다. 심혈관질환이 있지만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경미할 때가 있다. 일상생활을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며 급성 심부전에 빠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악화 요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생명을 건지는 지름길이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심부전의 악화 요인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부정맥, 호흡기 감염 등이다. 피에 콜레스테롤이 많아 고지혈증이 되면 동맥경화가 생긴다. 동맥경화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며, 결국 허혈성 심질환으로 이어진다. 심장 자체에 피가 모자란 상태인 허혈성 심질환으로 심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심부전)가 적지 않다고 한다.

주요 원인은 혈관과 관련된 질환

항암제도 심부전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항암제는 심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김학진 국립암센터 순환기클리닉 박사는 “미국심장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일부 항암제가 심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특정 항암제가 심부전 등 심혈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원인이나 악화 요인을 찾아낸다면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 BNP(호르몬 테스트) 등으로 심부전 여부를 확인한다. 의심되면 심초음파도(TEE)나 MRI 검사를 한다. 이 검사에서 문제가 나타나면 관동맥 조영이나 심도자법(cadiac cathterization)과 같은 정밀 검사를 거친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심부전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이 있다. 약물요법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약이 안지오텐진 전환효소 억제제(ACEI)이다. ACEI는 일종의 혈관 확장제이다. 혈압을 낮추어 심장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심부전의 진행을 늦춘다. 우리 몸에는 안지오텐진II라는 물질이 있는데, 혈관을 축소시켜 혈압을 올린다. ACEI는 이 물질의 기능을 방해한다. 이밖에 안지오텐진 수용체 차단제(ARBs), 베타차단제(beta blockers), 알도스테론 수용체 차단제, 디곡신, 이뇨제 등이 있다.

비약물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은 소금을 적게 먹는 것이다. 부종을 예방하기 위해 물도 조절해 마셔야 한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2ℓ(8컵)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 과일, 아이스크림, 커피 등도 수분에 해당된다.
한때 심부전 환자에게 운동을 금지시켰지만 적당한 운동은 심장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1주일에 2~3시간 정도 운동을 하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하는 것이 좋다.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부전 예방은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전문의들은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심부전 예방을 위해서는 폐렴이나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 1천5백m 이상의 산을 타는 과도한 등산이나 흡연, 음주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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