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좋으면 비싸도 먹힌다
  • 김미영 (창업전문기자) ()
  • 승인 2009.06.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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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 전략으로 성공 거둔 ‘명품 분식점’ 창업 노하우 / 독특한 메뉴 개발해 승부

▲ 명품 분식점을 지향하는 ‘스쿨푸드’ 신사가로수점에서는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시사저널 임영무

흔히 ‘분식집’이라고 하면 김밥을 대표 메뉴로 하는 저렴한 값에 한 끼 식사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식당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별한 음식 솜씨가 없어도 창업이 가능해 보이는 데다 식사 시간이면 손님으로 북적이는 모습에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높은 점포 비용에 비해 객단가가 높지 않아 수익이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4시간 운영을 병행한다면 인건비 부담까지 커진다. 앞으로 바쁘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분식점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상현씨(46)는 흔하디 흔한 학교 앞 분식집 메뉴를 고급화시켜 가격을 높이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씨의 분식점 성공 창업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김밥, 떡볶이, 순대, 만두, 라면….’ 이상현씨의 음식점에서는 다른 분식점에서처럼 50~60가지의 서민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메뉴판에서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눈이 동그래질 수밖에 없다. 음식 값이 5천원에서 1만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신의 음식점을 한마디로 ‘고급형 분식집’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떡볶이, 김밥을 사먹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걱정은 기우였다. 하루 평균 테이블 회전 수는 10회전, 하루 평균 매출 2백60만원 정도를 기록한다고 한다.

고급형 분식점의 시작은 논현동의 10㎡ 남짓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분식점에서 시작되었다. 이씨는 2002년 9월, 단돈 1천5백만원으로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메뉴는 장아찌를 곁들인 에그롤 김밥 단 하나였다. 대신 재료의 질을 높여 맛에 신경을 쓰고 가격은 1인분 4천원으로 높게 책정했다.

당시 논현동 일대의 배달 음식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와 같은 평범한 메뉴가 주류였고, 야식의 경우 맛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분식을 맛있게 만들어 배달하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배달 음식점은 소비자에게 그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우선 미용실을 중심으로 전단지를 뿌렸다. 반응은 빨랐다. 개업한 지 한 달 만에 하루 100여 개의 김밥이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장아찌 김밥 메뉴 한 가지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었다.

“배달을 가면 손님들이 맛있다며 다른 메뉴는 없냐고 아쉬워하더라. 다른 메뉴를 추가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고. 고민 끝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를 추가하게 되었다.”

떡볶이, 라면, 냉면 등 메뉴를 추가하면서 매출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40만원을 꾸준히 기록하던 매출은 눈 깜빡할 새 3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좀더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했다. 10㎡ 규모였던 작업장도 2백㎡로 커졌다.

인테리어는 레스토랑 수준…그릇도 도자기로 준비

배달 음식점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음식점 창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식을 참 좋아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1천원짜리 김밥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더 주더라도 제대로 된 김밥, 제대로 된 분식을 먹고 싶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5년 8월, 신사동에 1억8천만원(점포비용 제외)을 들여 1백50㎡ 규모로 배달 음식점이 아닌 일반 분식 전문점을 열었다. 매장은 젊은이들의 고급 선향과 대중적인 미각을 조화시킨 ‘럭셔리 분식점’을 표방했다. 인테리어는 고급 스테이크나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릇도 볼품없는 하얀색의 멜라닌 그릇이 아닌 도자기로 준비했다. 김밥은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사이즈를 차별화하고 날치알롤, 오징어먹물롤, 고추멸치롤, 베이컨마늘롤 등 종류를 다양화했다. 라면, 국수, 볶음밥을 비롯해 케이준 치킨 샐러드, 콩짜우치킨, 리조또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내놓았다.

처음에는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던 손님들은 맛을 본 뒤 점차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명품 분식점’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까다로운 강남 직장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사동 점포가 성공을 거두면서 가맹점 문의가 이어졌고 현재 압구정, 이대, 동대문, 홍대 등 모두 10여 곳에 추가로 점포를 열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비싼 재료 값 때문에 마진은 25% 정도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늘어나는 고객 수가 수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물가 변동으로 재료 값이 비싸지면 저가의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하고픈 마음이 시시때때로 들지만 이는 망하는 지름길임을 알기에 결코 타협하지 않으려 한단다.

대신 도자기 그릇과 식탁, 의자 등의 집기류를 중국에서 직접 대량 주문 생산해 창업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씨는 “분식점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류만 늘어놓는 것보다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개념으로 맛의 질을 높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스타트 비즈니스 김상훈 소장도 “분식점 성공을 위해서는 맛은 기본이며 특히 밑반찬 경쟁력이 아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점포 입지 선정에서 분식점의 1차적인 성패가 결정되므로 10~20대 수요층이 기본적으로 포진한 상권(주택가, 대학가, 오피스상권)에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잘생긴 매장을 고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현씨의 고급형 분식점 성공 Tip

1. 최고의 식재료로 제대로 된 맛을 제공하라

1천원짜리 김밥이 대세인 분식점 시장에 장아찌, 에그롤 등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차별화된 김밥을 내놓았다. 분식을 간식 개념이 아닌 한 끼 식사의 개념으로 품질을 높인 것. 값은 비쌌지만 제대로 된 맛에 손님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2. 음식점은 분위기도 중요하다


분식점이지만 고풍스러운 가구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도자기를 사용해 음식을 돋보이게 만드는 등 최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음식점을 만들었다. 젊은 여성층이 몰리면서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3. 음식 외의 것에서 비용을 절감하라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단, 그것이 식재료여서는 안 된다. 이씨는 도자기 그릇과 식탁, 의자 등 집기류를 중국에서 대량 주문해 생산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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