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살다 뭍이 그리워 찾아왔나
  • 김연수 (생태사진가) ()
  • 승인 2009.06.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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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생기금(WWF)은 지구 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일부 지역의 조류 종은 최고 72%까지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기후 변화가 새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들이 대두되고 있다며 일부 철새들은 이동할 계절이 왔는데도 이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이동생물종협약(CMS)의 로버트 헵워스 사무국장은 목적지에 지나치게 일찍 도착하거나 너무 늦게 도착한 철새들은 먹잇감인 곤충이나 플랑크톤, 물고기 등을 찾지 못해 굶주림을 겪게 되며, 북방 지역의 일부 새들은 아예 이동을 포기해 다음번 겨울이 닥치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5~6월에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는 등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흰눈썹황금새는 20년 전만 해도 남서해안의 일부 섬에서만 목격되고 제주도에서 번식하는 보기 드문 새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반도 내륙에서 번식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3년 전 포천 지장산 자락에 한 쌍이 번식하더니 올해는 3쌍이나 찾아와 번식에 성공했다. 인천시 인천대공원과 경기 가평군 남이섬 등 사람이 많이 찾아오는 곳에서도 번식해, 많은 탐조객이 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찾아왔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흰눈썹황금새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기후 변화와 관련되어 있지나 않나 걱정스런 면도 있다.

흰눈썹황금새 수컷은 눈 위에 흰 눈썹선이 선명하게 나타나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검은색이지만 가슴과 배는 누런 황금색이다. 수컷의 외모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암컷은 전체적으로 녹색이 도는 황갈색이며 흰 눈썹선이 없다. 5월에 찾아와 6월 초까지 4~6마리의 새끼를 번식한다. 암컷이 알을 품는 기간은 9~12일 정도이며, 새끼들이 부화하면 암수가 교대로 먹이를 공급한다. 약 2주간 둥지에서 머무르다가 어미를 따라 둥지 밖으로 떠난다. 어미들은 둥지 근처에서 이들이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먹이를 계속 잡아다 주며, 가을이 되면 어린 새들을 데리고 동남아로 되돌아간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번식기의 흰눈썹황금새 부부가 하루에 4백~5백여 마리의 곤충을 잡아 새끼들에게 공수하고 있다. 새들이 늘어나면 이상 고온으로 늘어난 곤충을 적절히 구제해주는 효과도 있다. 올해 무사히 번식에 성공한 흰눈썹황금새들이 내년에는 더 많이 찾아와 식구를 늘리고 해충을 구제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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