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하나회 되살아나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6.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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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 안팎에서 다시 두드러진 결집력 보여…‘재기’ 또는 ‘제2 전성기’ 의심

▲ 1월8일 충남 계룡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군 준장 이상 지휘관 합동토론회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옥근 해군참모총장, 김태영 합참의장, 이상희 국방부장관, 임충빈 육군참모총장,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김근태 제1야전군사령관. ⓒ연합뉴스

내가 하나회를 척결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안 되었을 것이다. 하나회를 척결하기 전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SBS 라디오 <한국 현대사 증언>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 가운데 제일 첫머리에 ‘하나회 척결’을 올릴 정도로 상당한 자부심을 표명해왔다. 하나회란 1963년 육사 11기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조직된 육사 출신들의 군내 사조직이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하며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의 말처럼 하나회는 완전히 척결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이다. 지금도 군 주변에서는 하나회가 끊임없이 회자된다. 이를 ‘하나회의 부활’이라 말하기도 하고, ‘하나회 제2의 전성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회는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예견되었던 일…이종구 성우회장이 ‘중심’

하나회의 부활은 사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 내에서 국방 관련 정책을 보좌하던 핵심 인사들 가운데 하나회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이종구 성우회장(육사 14기)이 있었다. 전 전 대통령에 이어 지금은 그가 ‘하나회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그와 육사 동기였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의 친분 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이회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도록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이대통령이 당선된 지 8일 만에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장에 당선되었다. 이후 성우회의 부회장과 정책위의장 등 핵심 임원진 상당수를 하나회 출신이 차지했다.

성우회와 함께 양대 군 예비역단체인 재향군인회는 지난 4월 총회에서 박세직 현 회장(육사 12기)을 연임시켰다. 박회장 역시 하나회의 핵심 인사였다.

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알다시피 문민정부 때의 하나회 척결로 현재 고위 장성급에는 하나회 멤버가 거의 없다. 소장과 준장 중에 몇몇이 남아 있는 정도이다. 그나마 공식적인 하나회 명단도 육사 36기에서 끊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회의 부활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하나회의 결집력이 군복을 벗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또, 반드시 하나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현역 중에 ‘측근’이라는 구실로 또 다른 그룹이 형성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하나회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지난 4월에 단행된 군 진급 및 보직 인사의 여파와 무관치 않다. 위의 관계자는 “이번 군 인사에 대해 군 내부에서 불만이 상당히 많다. 군 수뇌부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사실상 국방부에 의해 인사가 거의 독점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군 인사 시스템이 오히려 과거 정권보다 퇴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국방 안보 분야의 핵심 참모로 참여했고, 현재 청와대 안보 관련 자문역을 맡고 있기도 한 한 예비역 장성 역시 “각 군 본부와 야전에서 들려오는 불만의 목소리가 심각한 수준이다. 군의 사기를 고려할 때 인사가 가장 중요한데 대통령이 너무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될 정도이다. 현재 참모총장은 아예 목소리도 못 내고 있고, 사실상 국방부와 청와대에서 나눠 먹기 식으로 다 한다는 불만이 많다”라고 전했다.

4월 군 인사에 대한 군 내부 불만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군 진급 인사는 각 군 참모총장이 주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국방부장관이 이를 받아 제청심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에게 재가받는 절차를 거치지만,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거의 원안대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당시 남재준 육군 참모총장이 군 인사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한때 사표를 냈다가 반려되기도 했던 이른바 ‘항명 파동’은 이런 역학관계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임충빈 육군 참모총장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대신 국방부와 청와대의 입김이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초대 국방부장관에 임명된 이상희 장관은 이종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전의 이씨’ 종친이다. 이 종친은 전국적으로 약 1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이장관은 하나회 출신이 아니다. 국방 관련 취재를 오래한 한 신문 기자는 “엄밀히 말해서 이장관은 하나회 전성기였던 5, 6공 시절 오히려 하나회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이다. 그때는 하나회 출신들이 진급 1순위와 주요 보직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요즘 국방부 주변에서는 이장관을 하나회 출신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하나회와 관련해서 이장관의 이름이 부쩍 자주 오르내린다”라고 전했다. 실제 일부 잘못된 자료에서는 이장관을 하나회 명단에 올려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

국방부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김용기 인사복지실장(육사 30기)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를 끝으로 전역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국방부에 입성했다. 그 역시 하나회 출신이다. 그는 이장관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지난 4월 단행된 군 인사 때 주요 보직에 임명된 몇몇 준장들이 김실장과 가까운 인맥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번 군 인사에서도 하나회는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육사 36기인 ㄱ소장과 ㅂ소장이 각각 진급해서 사단장이 되었는데 이들이 모두 하나회 출신이라는 것이다. 군 안팎의 여러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ㄱ소장은 하나회 멤버가 맞았다. 하지만 ㅂ소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나회 멤버가 아니라 알자회라는 주장도 있었고, 둘 다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회원 명단에도 이름이 없다는 지적이다. 알자회는 하나회의 후신으로 알려질 만큼 일정 세력을 지닌, 육사 34기 이후의 회원들로 구성된 또 하나의 군내 사조직이었다. 이런 논란은 현재 청와대 경호처에 근무 중인 ㅇ준장과 관련해서도 제기되었다. 그 역시 하나회 멤버로 알려져 있으나, 엄밀히 말해 알자회 멤버가 정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나쁘게만 보지 말자’는 동정론도 있어

이처럼 하나회 회원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생기는 까닭은 언론을 통해 발표된 명단이 각각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육사 27기를 전후해서 하나회 출신이 오히려 큰 핸디캡으로 작용한 이후부터는 “나는 하나회 회원이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해서 명단에서 빠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또한, 이때부터는 하나회 회원이라는 동질감이 거의 희박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하나회가 부쩍 회자되는 이유는 그런 불이익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야전 사단장 중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ㅂ소장을 빼고라도 하나회 출신으로 확인된 인사만 ㅇ소장(육사 35기), ㄱ소장, ㅊ소장(이상 육사 36기) 등 모두 세 명이다. 특히 육사 36기의 경우 10명도 채 안 되는 사단장 직위자 중 두 명이 하나회 출신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이장관의 경질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현재 유력하게 부각되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가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육사 25기)이다(상자기사 참조). 그 또한 하나회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하나회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동정론도 제기된다. 

지난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군 관련 인사가 전하는 다음과 같은 비화는 하나회가 갖는 피해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후보가 대선 직후 인수위 시절 한창 조각을 할 때, 갑자기 투서 하나가 나돌았다. ‘만나회’가 설친다는 것이었다. 당시 초대 국방부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몇몇 인사들이 어김없이 모두 만나회 출신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만나회가 설친다는데, 그 실체를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기무사에서 만나회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매우 정밀하게 조사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실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체도 없는 만나회가 왜 툭하면 나오는 것일까. 그 배경에 하나회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군내 사조직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하나회가 만나회라는 실체도 없는 대항마를 내세워 자신들에게 쏠리는 비판을 분산시켜 반사이익을 꾀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나회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
개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라고 밝혔지만, 그럼에도 ‘7월 개각설’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비서진까지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희 국방부장관의 거취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되고 있다. 그는 현 정부 초대 장관이어서 개각 대상자로 자주 이름이 거론된다.

실제 차기 국방부장관 하마평에 몇몇 인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이다. 그는 현재 대통령 외교안보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한·미 간의 굳건한 공조를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가능성이 크다는 중론이다. 다만, 하나회 출신이라는 점과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부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한 인사라는 점에서 보수층 인사들의 반발이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시 안실장은 2012년 전작권 전환은 너무 이르다는 지론으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을 정도로 소신이 있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나회 출신이라는 점 또한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큰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가 아니고,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까지 낳고 있다.

김관진 전 합참의장(육사 28기)과 김태영 현 합참의장(육사 29기)도 거론된다. 김 전 의장은 합리적인 성품으로 군 안팎에서 좋은 평을 듣고 있고, 또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에도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장은 이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현 이장관과도 가깝기 때문에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무난한 승계가 될 것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때 강력하게 나돌던 이장관 교체 가능성은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의 경색 국면으로 인해 수그러드는 듯한 흐름이다. 이장관은 개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차츰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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