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5약이 물밑에서 ‘꿈틀’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6.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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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로 다가온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하안거 끝나면 출마 선언 이어질 듯

▲ (왼쪽부터 순서대로)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 자승 스님, 호계원장 법등 스님. ⓒ연합뉴스

누가 차기 조계종 총무원장이 될까? 조계종과 정부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올 10월로 예정된 차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주목된다. 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은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없으나 자천 타천으로 10여 명의 스님들이 거론되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하안거 결제 기간이 끝나는 오는 8월5일 이후 출마자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부터 조계종도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 돌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출마가 유력시되는 스님은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 자승 스님(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 법등 스님(직지사·호계원장) 등이다. 이밖에 설정 스님(수덕사 방장), 정호 스님(용주사 주지), 정우 스님(통도사 주지),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 일면 스님(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중앙승가대·중앙종회가 미는 정념·자승 스님 유력

불교계 안팎에서는 이 가운데 정념 스님, 자승 스님, 법등 스님을 ‘3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념 스님의 출마 선언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스님께서는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고 깊이 생각하셨다. 하안거 결제 기간이 끝나면 출마를 선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념 스님의 가장 든든한 배경은 중앙승가대이다. 현재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으며,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 동문회 차원에서 ‘원장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산사, 화엄사, 대흥사, 관음사, 봉선사 등의 주지 스님이 중앙승가대 출신이다.

전 중앙종회 의장 자승 스님과 호계원장 법등 스님은 조계종단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 자승 스님은 ‘불교계의 국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종회의 최대 계파인 화엄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앙종회에는 4개의 종책 모임(무차회, 화엄회, 무량회, 보림회)이 있는데, 이들 계파의 움직임에 따라 원장 선거가 좌우될 수 있다. 자승 스님은 지난해 11월 중앙종 회의장을 보선 스님에게 물려준 뒤 현재 불교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재단인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용주사 주지인 정호 스님도 유력한 후보 중의 한 명이다. 화엄회 소속인 정호 스님은 자승 스님이 불출마할 경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낸 무량회 소속인 법등 스님과 전 군종교구장 일면 스님 등의 출마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설정 스님은 본인이 출마를 부인했음에도 끊임없이 후보군에 거명되고 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출마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봉은사는 서거 정국에서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봉은사 관계자는 “스님은 평소 ‘봉은사를 잘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총무원장에는 뜻이 없다고 보인다”라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은 최근 통도사 주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다툼이 있는 자리는 나서지 않겠다. 그만한 능력이 없다”라며 선거 출마를 부인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예의상 한 말일 수 있다. 출마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라고 말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결과는 향후 정권과 불교계의 관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도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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