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투사’의 등 뒤에 어른거리는 찜찜한 과거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6.23 1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이란 총리

ⓒ연합뉴스
이란 대선에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과 지식인이었다. 무사비는 이들에게 “경제 부문의 민영화가 중요하다. 경제·정치·사회·문화의 각 영역은 서로 관련이 깊으며 균형을 잘 이루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에 비해 무사비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 선거가 부정 시비로 얼룩지면서 그의 개혁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반민주적’이고, 무사비는 ‘민주적’이라는 등식이 첨가되면서부터이다. 지난 6월18일 시위 도중 사망한 사람들을 위해 열린 추모 집회는 마치 ‘민주 투사’ 무사비를 위한 출정식 같았다.

과거 무사비를 직접 선택한 사람은 이란의 절대자인 호메이니였다. 그는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이란의 총리직을 수행했다. 당시 정치적 반대파의 숙청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 현재 개혁적이라는 무사비의 가장 큰 지원자는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다. 1989~97년 이란의 대통령을 지낸 라프산자니는 이란의 개방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반면, 자신의 아들들에게 국영석유회사를 맡기거나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도록 해 엄청난 부를 축적해 경제 잡지 <포브스>에 갑부로 등재될 정도였다. 개혁적인 후보와 부패한 전 대통령, 앞뒤가 좀 맞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이란의 내부 사정을 주로 인터넷을 통해 듣는다. 이들은 주로 도시의 중산층, 지식인, 대학생 등으로 무사비의 지지층이다. 아마디네자드의 지지층은 빈민과 농민층이다. 아마디네자드 정부가 경제 제재를 받아 가장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은 무사비의 지지층이다. 아마디네자드에게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듣는 무사비의 모습도 대부분 이들을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