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보다 더 힘든 ‘죽기’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6.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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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보다 더 힘든 ‘죽기’

▲ 감독: 박성범 / 주연: 남궁은숙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닌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기가 막혔고 어이가 없었다. 한 개인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을 수 있는 자살은 영화 쪽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한 소재이다. 너무 무겁게 나갈 염려가 있고, 치정을 바탕으로 하자니 이미 다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자살이 유행이 된 세상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한 편도 없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다. 살고 싶다는 본능을 거꾸로 표현하는 것이 자살이라고 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 세상에서 전혀 존재감을 느낄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자살은 사실상 타살과 다르지 않다. 나 살기에 바빠 옆 사람에게 무관심한 행위가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 소재가 아닌가. 희대의 살인마를 다루지 않고도, 우리 모두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자라고 규정한다면 재미있겠다.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은 수연(남궁은숙 분)이라는 한 평범한 직장 여성이 죽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그녀가 왜 자살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그저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죽을 수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고, 다리 위에서는 물이 차갑겠다는 이유만으로 돌아선다. 죽겠다는 여자가 출근을 하다 말고 자살을 깨닫는 장면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무섭게 고정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어서 씁쓸하다. 영화는 내내 수연 혼자 출연해 독백으로 이어진다.

‘자살’만 있고 ‘왜’는 보이지 않아


관객들은 수연이 정말 죽을 것인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죽을 것인지를 따라가지만 ‘왜’는 없이 ‘죽기’에만 집착하는 감독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영화는 지루하고 따분하다. 박성범 감독은 이를 배려하기라도 하듯 집에서 생활하는 남궁은숙에게 핫팬츠를 입혀 눈요기를 시키는 꾀를 부리기는 했다.


한국 영화 최초의 1인극이라는 실험을 너무 쉽게 생각한 듯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진주 역을 맡았던 남궁은숙의 첫 주연을 축하해주기 위해 시사회장에는 임순례 감독과 김정은, 문소리가 와서 같이 보았다.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은 개봉과 동시에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게 했다.


상영 시간 83분. 7월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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