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직원들 “우리는 뭐냐”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7.0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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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되던 시기 기자회견에서 채권단에 항의 발언을 하는 대우건설 정창두 노조위원장. ⓒ연합뉴스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이 대우건설 직원들의 반응이다. 매번 회사 역량과는 무관하게 주인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대우그룹 해체 때가 그랬다. 2006년 11월 금호그룹 인수 때도 외부에 기업의 운명을 맡겨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 최근 또다시 재매각 얘기가 나오면서 대우건설 직원들의 착잡한 심정 또한 커지고 있다.

금호그룹측은 민감한 시기에 같은 식구들끼리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금호그룹에 적잖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처음 금호와 합쳐질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인수와 함께 진행된 금호그룹의 서울역 사옥 매각, 유상 감자, 자회사 매각 등으로 불만이 적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일부 직원의 경우 “산업은행에 인수되면 지금과 같은 험한 꼴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볼멘소리를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금호그룹은 지난 2007년 7월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매각했다. 이 매각 대금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유상 감자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와 계열사들은 1천5백46억원을 조기 회수할 수 있었다. 금호그룹측은 “대우빌딩 매각 대금으로 유상 증자를 하면서 주당 가치를 높였다. 남는 매각 대금은 대우건설의 차입금을 갚는 데 썼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시장에서도 대우건설의 감자로 향후 주식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오히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7월 초 1만5천원대에서 불과 보름 만에 1만원으로 하락했다. “금호그룹이 풋백옵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자에 나선 것이 아니겠냐”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대우ST(현 금호ST), 맑은물지킴이(현 금호환경개발), 지오CTS(법인소멸), 태천개발(파산) 등 대우건설의 알짜배기 자회사도 현재 대부분 사라진 상태이다. 금호 계열사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금호그룹에 소유권이 넘어가거나 파산되었다. 건설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자회사들이 복잡한 합병 절차를 거치면서 금호그룹으로 소유권이 넘어가거나 매각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금호그룹은 상당한 매각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직원들의 생활관격인 서울 당산동 대우로얄프라임 건물까지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건물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매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매각을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른바 ‘빨대 논란’이 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어서이다.

이같은 지적은 대우건설의 실적을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지난 2006년 12월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에 인수될 때 이 회사 매출액은 5조7천2백91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이 6조5천7백7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외형은 조금 커졌다. 그러나 내면을 뜯어보면 달라진다. 인수 전 4년 평균 매출 증가율이 13.5%에 달했지만, 인수 이후 2년간 매출 신장률은 7%에 그치고 있다. 이 기간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하락 폭이 큰 것이다. 매출 이익 증가율도 이전 평균은 19%였지만, 2007년 -4%, 2008년 -21%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채도 많이 늘어났다. 2006년 상반기 1백19%까지 떨어졌던 부채율이 지난해 말 2백7%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때문에 금호그룹에 대한 대우건설 직원들의 불만은 현재 극에 달한 상태라고 한다.

박성규 한기평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대한통운 유상 감자로 유입된 자금을 배당 등 영업외적으로 일정 부문 사용했다. 이로 인해 그룹의 재무 부담이 대우건설 등 계열사로 확대되고 있다. 이 재무적 부담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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