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선회 뒤에 국정원 있었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07.0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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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운영과 관련된 각종 문제점 점검해 대통령에게 보고…특정 인맥 독식 현상도 조사

▲ 원세훈 국정원장(가운데)이 지난 2월 인사청문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를 거론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이, 누가, 이대통령으로 하여금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선택을 하게 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또 오랫동안 이대통령을 자문해온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 등이 중도 강화라는 컨셉트를 지속적으로 이대통령에게 조언해왔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전략 수립 등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교수 등이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이들은 여권 내에서 소장 개혁파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과도 교감이 깊다. 하지만 김교수는 대통령이 찾지 않은 지 오래다. 박기획관과 곽위원장이 청와대에 들어간 지도 꽤 되었다. 때문에 이들의 영향으로 이대통령이 ‘중도’를 꺼내들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6월24일 만난 한나라당의 한 핵심 실세 의원은 주목되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국가정보원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대통령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실태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뀐 데에는 이러한 국정원의 역할이 컸다.” 국정원이 국정 운영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문제점 등에 대한 점검 결과와 특정 인맥의 독식 현상 등 여권 내부가 갈등하는 원인이 된 사안들에 대해서 제대로, 세밀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각종 공기업에 진출한 정치권 인사들이 누구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임원이 되었는지 등도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또한 최근 정무직으로 청와대에 진출한 인사들의 업무 적절성과 진출 배경 등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청와대와 여권의 개편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정치 개입’ 구설에 휘말릴 수도

사실 여권의 일부 소장파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이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개적으로 주장한 적도 있고, 은밀하게 보고서를 들이밀기도 했다. 핵심은 ‘영남 위주, 강경 보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역을 불문한 능력 있는 인사 기용, 중도로의 노선 되찾기’를 대안으로 거론했다.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이대통령은 계속 이런 보고서가 올라오자 갈수록 현실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형님과의 거리 두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원세훈 원장이 국정원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2월이다. 그는 이상득 의원 등 ‘원로’들과 관계없는 ‘이명박 사람’이다. 대통령은 ‘충성파’ 원원장을 국정원에 보내놓고 각종 현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도’와 관련해 “대통령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현실을 정확히 알게 되자 바로 문제를 고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국정원 역할’이 국정원에 반드시 긍정적인 쪽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차하면 ‘정치 개입’이라는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다. 국정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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