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무슨 얼어 죽을”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7.07 12: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년대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먹고사는 것이 먼저였다

▲ 감독: 배해성 / 주연: 전무송, 박철민, 박탐희, 조문국
지금의 50대는 자식에게 버림받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 봉양이 당연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자식이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하면 따로 나가 사는 풍속이 자리 잡으면서 부모는 다 늙어 둘이 살다, 하나가 먼저 가면 독거노인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들여다보는 자식 없이 홀로 외로이 살다 생을 마감하는 지금 세상에서 돈 없이 나이 먹는 일은 두렵다.

온 국민이 다 가난했던 1970년대는 새벽종 소리에 일어나 새아침을 맞으며 새마을을 만들어야 했다. 제3공화국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만들어 국민의 배를 불리겠다며 공포 정치를 폈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 한국식 민주주의가 생겨났다. 국민들은 입을 다문 채 죽어라고 일에 매달렸다. 그 정점에 우리 아버지들이 있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그는 또 다른 독재자가 되어야 했다.

학교보다 농사가 더 중요해

<아부지>는 1970년대의 우리 시골 아버지(전무송 분)를 그리고 있다. 농사꾼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는 이 까막눈 아버지는 자식 공부에 관심이 없다. 그가 믿는 것은 오직 땅이다. 땅을 파면 먹을 것이 나오지만 공부는 잘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기수(조문국 분)는 전교에서 1등을 하며 책벌레로 통하지만 아버지 때문에 고민이다. 농사나 지으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공부 안 했어도 평생 먹고 살았다는 아버지 말에 할 말이 없다. 열댓 명의 학생이 다니는 기수의 학교 담임 봉달(박철민 분)은 아이들에게 연극을 가르칠 생각으로 서울에 사는 후배(박탐희 분)를 데려온다. 하지만 이 광대 짓에 학부모들은 혀를 차고 연습하는 자식들을 데려가기 일쑤이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기수의 형은 밤마다 마을회관에서 동네 청년들에게 영농조합의 횡포에 저항하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워낭소리>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자 농촌에서 가난에 찌든 아버지를 내세워 <아부지>가 나타났다. 산간 마을을 배경으로 소달구지를 끄는 농부에 얹어, 그의 어깨 위에 ‘가장’이라는 무게를 실었다. 뼈 빠지게 일해도 조합에서 빌린 돈도 갚지 못하고 장남의 자살 소식을 들어야 했던 아버지, 그러나 <아부지>에서 아버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수의 담임 박철민이 주연처럼 보일 정도로 비중이 너무 크다. 아이들의 연기도 겉돌고 당시에 그같은 시골에서 연극 발표회가 가능했을지도 의문스럽다.

상영 시간 100분. 7월16일 개봉.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