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공연으로 돈 벌 생각 없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7.0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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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인터뷰 / “10대들에게 뮤지컬을”

▲ 설도윤 설앤컴퍼니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연극이 발전해야 뮤지컬도 발전한다고 말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청소년이 뮤지컬을 찾게끔 해야 한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장기 공연으로 한국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었던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가 또 하나의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빅뱅의 대성과 승리에게 주연을 맡긴 뮤지컬 <샤우팅>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스타를 꿈꾸는 두 청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샤우팅>은 빅뱅의 히트곡과 창작곡이 어우러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빅뱅의 두 멤버가 출연하니 관객을 동원하는 데는 걱정이 없다. 설대표 자신도 상업적으로 실패할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래도 ‘청소년의 코 묻은 돈을 노린 것 아니냐’ ‘뮤지컬보다 콘서트에 나오는 퍼포먼스에 가깝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설대표는 이에 대해 20~30대 관객 중심인 뮤지컬이 이제는 10대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샤우팅>의 오리지널 콘셉트도 본인이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으로 흥행을 위해 급조해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6월24일 한국 뮤지컬 ‘빅뱅’의 산 증인이기도 한 설대표에게 한국 뮤지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다.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은 이유는 무엇인가.

뮤지컬은 산업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의미라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저질 공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 좋은 공연을 만들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와는 인간적인 제휴라고 보면 된다. 양현석 대표와 서로 마음이 맞았다. 향후에 YG패밀리 멤버를 무대에 데뷔시키거나, 뮤지컬에서 발굴된 인재를 YG에 소개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기존 뮤지컬 관객에게 <샤우팅>이 매력적인 상품은 아닌 것 같다.

타깃층이 분명한 상품이다. 30~40대를 타깃으로 했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10~20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뮤지컬을 붐업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한국의 뮤지컬 관객은 20~40대 관객이 대다수이다. 10대 관객의 유입이 절실하다. 새로운 관객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10대들에게 극장에 와서 뮤지컬을 보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10대들이 극장에 플래카드와 풍선을 들고 오지 않을까.

<캣츠>에 대성을 출연시키면서도 그 점을 걱정했지만 사전 설명을 통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0대들을 뮤지컬 관객으로 교화시키는 과정이다.

왜 <캣츠>에 대성을 출연시켰나.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난 첫 작품이다. 빅뱅의 멤버 중 누구를 택할지 두 달을 고민하고 가창력과 연기력, 캐릭터를 생각해 결정했다.

관객 동원 면에서는 어땠나.

10대 매출이 굉장히 늘었다. 2백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 대성이다. 뮤지컬 관객들이 채우지 못하는 빈 자리를 10대 청소년들이 메워주었다. <캣츠>에서 대성의 출연료도 일반 뮤지컬 배우와 똑같았다. <샤우팅>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해 이익에 대한 지분을 나누게 된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콘서트를 하거나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상업적으로는 콘서트가 훨씬 낫다. 9백석 규모인 극장에서 20회 공연을 해봐야 2만석도 안 된다.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두 번만 해도 그 정도는 된다. 그럼에도 소속 가수에게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에 진출할 기회를 주어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사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체육관에서 좌석 번호도 없이 아침부터 기다려야 했던 10대 관객들에게는 편안한 극장에서 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의미도 있다.

설앤컴퍼니의 레퍼토리는 어떤 것이 있나.

<캣츠> <에비타>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들과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앞으로 무대에 올릴 <메리 포핀스> 등이 있다.

대부분 라이선스 작품인데.

창작뮤지컬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 투자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위험 부담도 많다. 

창작 작업은 안 하는 것인가.

물론 창작 작업도 한다. 개념이 조금 다를 뿐이다. 미국에서 작품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한 스탠더드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이다. 엠넷미디어와 준비 중인 <천국의 눈물>은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우리의 콘텐츠로 미국의 프로듀서, 디렉터, 배우들과 작품을 개발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해외에 대한 투자는 2001년부터 계속해왔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바즈 루어만의 <라보엠>이 어딘가에서 무대에 올려지면 우리도 로열티를 받는다. 호주 공연팀의 <오페라의 유령> 투어는 호주와 공동 프로듀싱한 작품이다.

최근 일부 뮤지컬 제작사 대표가 구속되는 등 뮤지컬 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정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 몇 개 회사가 좋았다 안 좋았다 하는 것이지, 나머지는 좋았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뮤지컬 제작 편수는 해마다 늘어난다.

투자처를 못 찾던 자본이, 공연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자본들이 실패해서 빠지면 양질의 작품이 제작될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한창 때에 한 해 3천억원이 들어왔다가 최근 침체에 빠진 영화계를 연상하면 된다.

뮤지컬 제작자가 많아지고 전용관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시장은 커졌다. 기점이 된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8년 만에 공연시장은 양적으로 세 배, 질적으로는 다섯 배 이상 좋아졌다. 당시에는 공연시장이 9백억원, 뮤지컬 시장이 4백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뮤지컬만 2천5백억원이 넘는다. 해마다 20%씩 성장하던 것이 경제적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1년 만에 많이 꺾였다. 현재는 상위 5% 회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어려움에 처해 있다.

설앤컴퍼니 정도면 전용관을 가지고 있을 만한 것 아닌가.

예전에는 극장을 갖는 것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뮤지컬을 산업이라고 인식한다면 제조업에서 공장 부지를 제공하듯이 정부가 극장을 지어주어야 한다. 개인이 하기는 어렵다. 강남에 극장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1천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연 산업에 대한 기반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극장을 지어야한다. 7년 전에 문화관광부에 대학로의 극장들을 최소 30개 정도 영구 임대하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뮤지컬이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연극이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격이 너무 올라 힘들어졌다. 연극이 발전해야 뮤지컬도 발전한다.

영종도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한국의 브로드웨이를 만들고 싶다. 그곳에 빌딩 14개가 올라가는데 그 안에 극장을 하나씩 넣겠다는 계획이다. 상주인구 3만에 유동인구 6만명, 제2연육교가 생기면 인천과 한 생활권이라고 보고 국제단지에서 유입되는 인원 2백만명, 경기 일원까지 6백만명을 대상으로 본다. 여기에 국제공항을 통해 환승으로 거쳐가는 연 인원 1천만명의 2.5%만 끌어와도 30만~60만명의 관객을 기대할 수 있다. 콘텐츠에 대한 개발비로 연 3천억원을 투자받을 것이다. 호텔, 콘도 등과 연계 상품도 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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