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즐기는 숲 속의 가수왕
  • 김연수 (생태사진가) ()
  • 승인 2009.07.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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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우리나라에 장마가 시작된다. 몇 주 동안은 장대비가 계속된다. 한반도에 사는 대부분의 새는 이 기간을 제일 고통스럽게 보낸다. 깃털을 적시는 굵은 비도 싫지만, 먹잇감인 곤충도 나들이를 적게 하기 때문에 먹이사냥에서 허탕칠 때가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때를 즐기는 녀석이 있다. 물고기와 양서류·파충류를 즐겨 먹는 물총새과의 호반새가 그중 하나이다.

‘쿄로로로로….’

목젖을 굴리는 맑고 아름다운 지저귐이 계곡을 타고 울리지만, 컴컴한 숲 속에서 이들을 찾기란 한강의 모래알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처럼 힘들다. 지난해 말까지 소리만 듣고 이놈을 찾으려고 경기도 팔당 주변의 계곡을 뒤지고 다닌 것이 7년째였다. 그때까지 강원도 강릉·춘천, 경기도 남양주에서 다섯 번 정도 목격했는데, 녀석이 잠시 전깃줄에 앉았을 때 우연히 보았을 뿐 그들의 둥지는 끝내 찾지 못했다. 2007년 여름 춘천에서 나무 구멍으로 들어가는 녀석을 관찰한 적이 있다. 흥분과 기대 속에 그 나무를 3주째 찾아갔으나 녀석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녀석을 올해 경기도 가평 남이섬에서 비교적 쉽게, 그것도 짝짓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녀석들은 대담하게도 행락객들이 빈번하게 다니는 길가의 고사목 구멍 속에 둥지를 텄다.

호반새는 물총새나 청호반새에 비해 개체 수가 적다. 서식지도 산림의 계곡을 선호한다. 흙벽에 구멍을 뚫기도 하지만, 대부분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튼다. 몸길이는 27cm 정도로 생김새는 청호반새와 거의 같다. 색깔은  몸 전체가 주황색이다. 허리에 파란빛의 세로 줄무늬가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의 새들이 급속히 파괴되어가는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수가 줄고 있지만, 그들 중에서도 물총새과 새들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청호반새나 호반새가 이제는 특정 지역을 찾아가도 만나기 힘들다.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인 양서류·파충류는 최근 100년간 지구에서 가장 급격히 감소한 종이다. 먹이가 줄기 때문에 그들의 숫자 또한 줄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인간이 그 심각성을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양서류·파충류가 줄어든 까닭은 인간의 남획보다는 그들의 서식지인 농경지와 습지가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 사용으로 이미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의 땅에서 대량으로 수확한 농산물로 다소 연명할지 몰라도 그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호반새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계곡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면 그 다음 차례는 결국, 우리 인간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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