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여론은 통합에 무게
  • 김선명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09.07.07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순천·광양 / 거점 대도시 유치 기싸움

▲ 지난 4월8일 전남 여수MBC 공개홀에서 ‘다시 뛰는 광양만권, 함께 여는 지역 통합’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지방에서는 이미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지자체장들이 상대에게 “통합하자”라고 제안하는가 하면 시민 단체들 간에도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지역 사정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이 천차만별이어서 향후 통합 논의가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주목되는 전남 여수·순천·광양과 경남 마산·창원·진해·함안의 분위기를 짚어 보았다.

광양만권 통합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여수·순천·광양시를 중심으로 한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이미 2000년부터 펼쳐졌다. 지역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촉발된 것은 여수세계박람회의 유치 과정에서였다. 여수시는 2010 세계박람회 유치를 추진하다 중국 상해와의 막판 경합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상해와의 경쟁에서 실패한 원인이 도시 규모의 한계 및 도시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제기되면서 3개시의 통합 논의가 급격히 확산되었다.

통합도시의 이름·청사 위치도 숙제

지역 여론은 통합에 무게가 실렸다. 지난 2005년 1월 여수·순천·광양시 시민 1천4백9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극적으로 찬성 의견을 제시한 시민이 54.4%에 달한 반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시민은 7.6%에 불과했다. 그 결과 2007년 9월5일 여수·순천·광양 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도시 통합을 위한 토론회’에서 3개시의 시장이 참여해 ‘2010년 3개시 통합을 목표로 10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라는 합의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광양시의회와 광양시민단체에서 3개시가 통합될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광양시가 소외될 것을 우려해 양해각서 체결 합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광양시장이 통합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광양시장의 통합 논의 중단 선언으로 3개시의 시장이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일 이전에 통합 양해각서를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제출하기로 한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의 광양만권 통합 논의의 핵심 쟁점은 통합 지역의 범주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각 도시를 통합 권역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지역의 이해관계가 표출된 것이다. 여수시는 고흥을 포함시켜 여수를 중심권역으로 삼고자 하고, 광양시는 하동과 남해를 포함시켜 광양시를 중심권역으로 삼고자 한다. 반면, 순천시는 3개시가 통합될 경우 자연스럽게 순천시가 중심도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까지의 통합에 대해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통합 권역 이외에 쟁점이 되는 사안들로는 통합도시의 이름과 청사의 위치 문제 등이 잠재해 있다.

광양만권 통합 논의가 지역 발전의 비전에 대한 주민들 간 소통 및 성찰 행위가 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토론과 창조적 대안 창출, 민주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통합의 시너지가 발현될 수 있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주체를 선발하고 지역 간 이해관계의 면밀한 절충이나 교환 행위 및 주민합의 과정을 통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