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입을 열어야 그녀가 편히 잠든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7.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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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송환된 고 장자연씨의 소속사 대표 김 아무개씨

ⓒ시사저널 임영무

지난 3월7일 고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그는 “곧 한국으로 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본에 머물고 있던 장씨의 소속사 대표인 김 아무개씨(41)는 결국, 경찰의 손에 의해 한국으로 송환되었다. 지난 7월3일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공항에 도착한 김씨는 “고 장자연씨에게 술 접대를 강요한 적이 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접대를 받았다는 리스트가 돌았고, 거기에 사회지도층·방송계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궁금증은 증폭되었다. 보수언론의 사주가 연관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장씨의 죽음은 ‘진보 대 보수’의 이념 대결 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김씨를 아는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충분히 술 접대를 시킬만한 인물이었다”라고. 과거부터 유명했다는 이유에서이다. 김씨의 주변에는 그런 행동에 분노하는 이들이 많았다. 장씨의 로드매니저였던 조 아무개씨는 “김대표가 들어오면 내가 나서서 진실을 밝히겠다.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분노했다. 김씨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그가 어떤 식으로 소속 연예인들을 대했는지, 주로 어떤 인물들이 접대를 받았는지도 알려졌다. 김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02년, 정·재계 성상납 의혹 사건 때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해외에 머물며 시간을 끌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외압설’이 나왔다. 김규헌 서울고검 부장검사(당시 수사검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압송된 김씨가 만약 입을 연다면 세상이 시끄러워질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해야 한다. 잘못된 연예계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고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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