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과학자 중개연구 필요하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7.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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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해독만으로 암 정복 불가능…외부 환경 밝혀내야

▲ 초음파 치료기 하이푸 나이프를 이용한 암 치료 장면. ⓒ삼성서울병원 제공

과학자들은 백신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암 관련 유전자를 발견해서 백신으로 고치면 된다는 논리이다. 실제 백신으로 예방하는 암도 있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그러나 암은 유전자만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전자 해독만으로는 암을 정복할 수 없는 이유이다. 유전자 변이와 암을 유발하는 외부 환경이 맞아떨어질 때 암이 생긴다. 따라서 암 예측이 가능하다면 암 유전자와 그 암을 유발하는 외부 환경이 무엇인지 밝혀내면 암 예방이 결코 꿈같은 소리는 아니다. 또, 예방이 되지 않는 암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원장은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서 암에 대한 정보를 뽑아낸다. 그 암이 어떤 항암제에 취약한지 파악해 둔다. 그러면 암이 생겼을 때 그 항암제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플로리다에 있는 머핏 암센터 등 미국 병원에서는 이미 이런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유전자 해독에 기반을 둔 암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항상 변하는 암을 찾아내는 데에도 유전자를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면역 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암세포가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기와 비슷하다. 과거에는 면역력을 올려주면 암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패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암을 찾아내는 방법도 필요하다.

“모든 암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어”

무엇보다 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원장은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받아도 왜 암이 완치되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사람이 있다. 치료받는 5년 동안 만큼 생존한 것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상이 생긴 암 유전자를 발견해서 암을 예측하는 기술이 확보되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암을 예방할 방법이 부족하다. 대장암이나 유방암 유전자를 발견하면 해당 장기를 제거하는 수준이다. 적이 쳐들어올 것이 뻔하지만 막을 방법이 거의 없는 셈이다.

기형적인 암 예측과 예방 수준에 대해 정현철 연세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원장은 “의사와 과학자가 정보를 공유하며 연구하는 중개연구가 필요하다. 과학자가 유전자를 해독하지만 실제 환자에게 사용할 방법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암 예측에 걸맞은 암 예방법이 나올 것이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한편, 모든 암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암센터 원장은 “천연두처럼 암도 정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암 예측과 예방으로 미래의 암 치료는 괄목상대하게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암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암 정복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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