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동 ‘살인의 추억’ 우리가 잡아냈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7.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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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마약2팀

ⓒ시사저널 우태윤


지난 2004년 10월 서울 방이동의 한 빌라에 가스 검침원을 가장한 낯선 남자가 침입해 부녀자 2명을 끔찍하게 살해했다. 이 남자는 마약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를 차려놓고 범인을 뒤쫓았으나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해 8월 드디어 범죄 실마리가 잡혔다. 석촌동 전당포 살인 사건의 공범이던 이 아무개씨(68)와 같은 감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수감자의 제보가 단초가 되었다. 그는 범인 이 아무개씨(43)가 공범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보다가 ‘송파 방이동 빌라에 들어가 부녀자 2명을 칼로 찔러 죽이는 등 강도 살인을 저질렀는데, 피해자의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라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마약2팀(사진 왼쪽부터 안선모 마약2팀장·안성 형사·박주진 대장·윤상호·이상희·김성래 형사)은 수감자로부터 이런 내용의 범죄 첩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5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범행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에는 박주진 대장까지 나서서 직·간접적으로 수사팀을 도왔다. 그런데 범인은 의외로 순순히 자백했다. 문제는 자백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안선모 마약2팀장은 “범인도 공범과 마찬가지로 석촌동 살인 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우리는 당시 수사 기록, 부검 기록, 관련자들의 면담과 탐문 수색 등을 실시했는데, 범인의 진술과 거의 일치했다. 사체와 현장 상황, 피해자의 감식과 부검 소견도 그대로 들어맞았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교도소에 수감 중인 공범 이씨가 지난 2004년 1월 강남구 논현동에서 40대 남자를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히고, 같은 해 2월 노원구 월계동 소재 이비인후과에서 환자를 칼로 협박해 20만원을 갈취한 것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경찰은  7월7일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범인들을 검찰에 기소하면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박주진 마약수사대장은 “유족들을 직접 만나서 상황을 충분하게 설명했다. 살인 사건이 미제로 남을 경우 주변 사람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되는데, 범인이 잡히면서 유족들이나 망자들의 한을 풀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칫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사건이었지만 우리 정보망에 걸리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윤상호 형사를 경장에서 경사로 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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