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7.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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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벌어지는 진검 승부…칼만 있고 배우는 안 보여

▲ 감독: 여명준 / 주연: 이상홍, 여명준, 유재욱

도시 어디에서인가 두 사람이 목숨을 건 결투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불법인가 합법인가. 더군다나 경찰관과 공증인 입회 아래 서슬이 시퍼런 진짜 칼을 들고 마주 선다면 기분이 어떨까. “2년 넘게 도장에 다니면서 느낀 점은 사회인으로서의 나와 검사(劍士)로서의 나와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남들과 다르지 않고 모나지 않게 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맞춰 사는 것과, 쓸데없는 칼부림으로 여겨지는 검술을 익히는 것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은 이중생활이다.” 여명준 감독의 말이다. 여가 생활을 위해 검도를 익히지만 쓸데가 없는 검술에 착안해 여감독은 결투가 허용되는 대한민국을 설정했다. 가상의 세계라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고수’에 대한 동경이다. 일대일의 상황에서 깨끗하게 벌어지는 승부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신이 계속 승수를 쌓아간다면 그 쾌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여명준 감독은 1년여의 제작 끝에 영화 <도시락>을 완성했다.

‘칼의 시간을 즐기다’라는 뜻을 가진 <도시락>은 여감독이 1인 6역으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쳐서 만들었다. 가난한 감독에 주어진 숙명이다. 직장인 유영빈(이상홍 분)은 회사에서 늘 야단만 맞는 평범한 월급쟁이이다. 퇴근 후에는 도장을 운영하는 진운광(여명준 분)을 찾아가 체력도 단련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유영빈 앞에 고등학생인 최본국(유재욱 분)이 나타나 자칭 진운광의 수제자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원수를 찾는 고등학생

유영빈은 이미 결투를 통해 적수가 없는 고수로 명성을 쌓고 있다.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는 결투는 당사자와 경찰 그리고 공증인밖에 모르는 비밀 장소에서 펼쳐진다. 내가 죽든지 상대가 죽는 이 결투는 복수가 또 복수를 부르고, 승수를 쌓아갈수록 결투 신청은 점점 늘어난다. TV는 갑자기 결투 금지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보도한다. 날짜는 얼마 남지 않았다. 미성년자인 최본국은 관장인 진운광의 칼을 훔쳐 아버지를 죽인 검사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출연 배우들이 와이어나 CG 없이 진검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줄거리가 너무 단조롭고 연출도 거칠어 안쓰러울 뿐이다. 도시무협을 내세우며 나섰지만 칼부림은 세 장면뿐이다. 장편영화를 처음 찍어 그런지 장면과 장면이 늘어지고 있다. 칼만 보이고 배우는 보이지 않는다. 돈 많은 제작자가 리메이크 영화로 만들면 좋을 작품이 되어버렸다. 상영 시간 87분. 8월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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