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홍보에 인기 작가들 나섰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7.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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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창간에 동참하거나 소설 연재 등으로 활기 띄워

▲ 7월21일 문화 웹진 ‘나비’ 창간 기자회견장에 공동 편집인 자격으로 참석한 황석영 작가(왼쪽). ⓒ애플트리 제공

인터넷 서점들의 고객 모시기 기법들은 각양각색이다. 판매 대행 창구로 남아서는 생존 경쟁에서 뒤질 것이 뻔하기에 일찍부터 할인 경쟁이나 선물 공세 등을 시행해 왔는데, 이것은 출판사측에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었다. 이런 경쟁은 어려워지기만 하는 출판계의 현실과 한 출판사가 여러 인터넷 서점에 동시에 행사를 띄우는 등 변별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각 인터넷 서점들은 자체 행사를 풍성하게 마련해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전에도 인기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주선한다거나 작가의 블로그를 유치하는 등 사이트에 활기를 띄우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런데 최근 두드러진 움직임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기 작가의 소설을 연재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것에 착안해,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도 소설 연재와 문학 중심 웹진 창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알라딘’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29일부터 신경숙 작가의 신작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독점 연재하고 있다. 인기 작가인 만큼 예상했던 것처럼 알라딘에 독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알라딘은 7월20일 웅진씽크빅 단행본 사업본부와 함께 문학 웹진 ‘뿔’을 창간해 이제하·구효서·오현종 등 인기 작가들의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예스24는 지난해부터 자체 블로그를 통해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백영옥 작가의 <다이어트의 여왕>을 연재했다. 두 작가가 연재한 작품은 최근 책으로 묶여 나왔다. 더 나아가 ‘예스24’는 7월21일 문화 웹진 ‘나비’를 창간해 인기 작가들의 참여를 노리고 있다. ‘나비’ 창간 기념 기자회견장에는 공동 편집인을 맡은 황석영 작가, 문학평론가 도정일씨가 참석했다. 게다가 ‘나비’의 협력사인 7개 출판사가 인기 작가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인터넷 서점들의 인기 작가 모시기 전쟁에 적극 나선 모양새를 취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 1월22일자로 웹진 ‘북&’을 창간해 김경욱·전아리 작가 등의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북&’은 출판사와 제휴해 저자와의 온라인 만남을 적극 주선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시행해 왔다. ‘북&’은 따로 기자단을 모집하는 등 웹진 활성화를 꾀했는데, 타 서점의 웹진 창간으로 질적·양적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인터넷 서점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교보문고’는 정이현·전경린 작가 등의 소설을 독점 연재하며 주목을 끌었고, 지난 5월부터 장르 소설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 ‘디키스토리’를 운영하며 소설 연재와 함께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위로부터 알라딘의 문학 웹진 ‘뿔’, 예스24의 문화 웹진 ‘나비’, 인터파크도서의 웹진 ‘북&’.

주요 인터넷 서점들, 앞다퉈 웹진 띄워

이렇게 인터넷 서점들이 인기 작가의 글을 앞다퉈 연재하려 하는 데에는 기성 작가들이 작품 발표의 장으로써 인터넷 공간을 인식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기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네이버에 <촐라체>를 연재한 박범신 작가는 독자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워했다. 뒤이어 황석영 작가가 연재한

<개밥바라기별>은 책으로 묶이기 이전에 화제가 되면서 기성 작가의 인터넷 연재가 베스트셀러 탄생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인기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충성심’에 가려 목소리를 키우지 못한다는 것도 인터넷 서점과 작가의 협력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예스24의 문화 웹진 ‘나비’의 편집인으로 나선 황석영 작가는 창간사에서 “나비의 춤은 사람들을 가두고 옭아매고 발목 잡는 온갖 종류의 울타리와 장벽과 경계선을 넘어간다. 나비가 추고 싶어 하는 춤이 문화이다. 나비는 환영의 인사, 박수 소리, 대화이다. 나비는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밤새워 준비한 사람들을 환영하고 그들이 내놓는 다양한 표현들에 갈채를 보내려고 한다. 나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말길을 트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황작가는 <개밥바라기별>을 네이버에 연재하면서 네티즌의 리뷰에 댓글을 다는 등 대화를 나누었던 경험을 들려줘 그것이 웹진 ‘나비’ 창간에 적극 나서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했다.

등단 후 두 권의 책을 낸 소설가 명운화씨는 인터넷 서점들이 문학을 중심으로 한 웹진을 앞다퉈 창간하는 것에 대해, “기존 문학 전문 출판사가 만들었던 문학 웹진을 보면 독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면이 있다. 출판사의 성격이 고루해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한 것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결국, 등단을 꿈꾸는 일부 작가 지망생들만 들락거리는 ‘소굴’로 남게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명씨는 “인터넷 서점이든 어디든 인터넷 연재의 가벼움 때문에 대작가들까지 가벼운 작품 쓰기에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 하지만 통로가 없어 힘겨워하던 신진 작가들에게 경쟁적으로 작품을 띄울 공간이 많이 생겼다는 점에 기대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인터넷 서점이 운영하는 웹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서점의 여러 홍보 수단 중 하나로 별 반향 없이 사이트 한 구석을 차지할지, 서점의 매출 신장뿐 아니라 작가 등용문과 베스트셀러 탄생 창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각 웹진의 영향력 키우기에 달려 있다. 신경숙 작가가 알라딘에 연재하는 소설을 즐겨 보고 있다는 한 독자는 “디지털 시대에 늦은 감이 있는 문학 웹진의 경쟁이 ‘죽은 문학의 시대’라고까지 일컬어지던 한국 현대 문학을 살리는 데 한몫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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