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귀 낚아챈‘후크송’ 전성시대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7.28 18: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짧은 멜로디·간결한 가사로 가요계 주류 트렌드 ‘접수’

 

▲ 타이틀곡 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2NE1. 요즘 가요계 트렌드인 ‘후크송’ 열풍을 이끌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바야흐로 ‘후크송 시대’이다. 짧은 멜로디에 간결한 가사를 넣은 후렴구를 반복해서 노출시키는 ‘후크송’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중독시키고 있다. 몇 번 들어보지 않고 곡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후크송’은 대중의 귀에 고리를 걸어 확 낚아챈다.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후렴구를 좀처럼 지워버릴 수 없게 만든다. 대표적인 노래가 소녀시대의 <Gee>이다. ‘지지지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초대박 성공을 기록했다. 원더걸스에 조금 밀리는 형국이던 소녀시대는 이 한 곡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며 말 그대로 ‘소녀시대’의 시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발표된 손담비의 <미쳤어>, 이효리의 <U- Go-Girl>,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등에서 시작된 ‘후크송’은 <Gee>로 정점을 찍고,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 2NE1의 <Fire>가 연이어 성공하며 가요계의 주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인기 끄는 특이한 현상

‘후크송’ 열풍의 중심에는 신진 작곡가 두 팀이 있다. ‘이트라이브(E-TRIBE)’와 ‘용감한 형제’이다. 이트라이브는 작사, 작곡, 편곡을 맡고 있는 안명원과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는 이디(ED)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용감한 형제는 강동철, 강흑철 형제로 팀을 이루다가 최근 강동철 혼자만의 팀이 되었지만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후크송’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가요계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이트라이브는 <Gee> <U-Go-Girl>에 최근 MBC <무한도전>을 통해 인기를 얻은 명카 드라이브의 <냉면>을, 용감한 형제는 <미쳤어> <어쩌다>, 애프터 스쿨의 <디바> 등을 작곡했다. 이밖에도 많은 가수가 이들의 곡을 받으려고 줄 서 있다. 주류 작곡가인 유영진과 원타임 출신의 테디가 각각 <Sorry Sorry>와 <Fire>로 후크송 대열에 동참한 것을 보면 이트라이브와 용감한 형제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가요계에 미친 영향은 막강했다.

이트라이브와 용감한 형제가 만들어낸 노래들은 대중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밝고 경쾌하며, 단순하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다. 음악평론가 이대화씨는 “이들이 인기 있는 것은 현재의 트렌드를 잘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전자 악기를 사용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발 빠르게 받아들여 실제 음악으로 구현해 주니 대중들이 선호한다”라고 평가했다. 두 팀은 강력한 후렴구를 가진 댄스곡을 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이트라이브의 안명원은 “용감한 형제가 원초적인 힙합의 느낌을 강하게 살린다면, 우리는 정서적이고 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이것이 각 팀의 색깔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진 말이지만 사실 ‘후크송’은 장르가 아니다. 하나의 작곡 기법에 가깝다. 한국에서 반복적인 멜로디를 가진 노래들이 인기를 얻다 보니 생겨난 조어이다. 이대화 평론가는 “국내 작곡가들에게도 영감을 준 플로라이다의 <Right Round>,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omanizer> 등이 후크송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독적인 짧은 마디의 노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국내만의 특징으로 세계적인 흐름의 하나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가요계가 유독 ‘후크송’에 빠진 것은 대중의 요구도 있겠지만, 성공하는 트렌드로 모두 몰려가는 가요계 행태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활동하는 가수들이 너나할 것 없이 ‘후크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트라이브와 용감한 형제 브랜드의 노래를 찾는 것은 국내 가요계의 고질적인 문제와 닿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몰이 창법’으로 무장한 미디엄 템포의 R&B가 창궐했다. 트렌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SG워너비, 박효신 등 대표 주자를 제외하고는 ‘소몰이 창법’을 앞세우는 가수는 사라졌다. ‘후크송’도 ‘소몰이 창법’의 뒤를 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후크송’은 여타 댄스 장르의 곡들처럼 평가 절하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댄스곡은 형태를 변형해 가며 주류를 형성해 왔지만 대중 영합적이라는 이유로 음악성에서 무시당하고는 했다. 기술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댄스곡이 기여한 측면이 크다. 국내 댄스곡의 성장은 팝 선진국과의 기술적 격차를 줄여왔다.

최근 세계적인 음악의 흐름은 멜로디에서 풍부한 사운드로 옮겨가고 있다. 대중들의 귀도 좋아졌다. 작곡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알아채지는 못할지라도 헤드폰을 통해 들리는 사운드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지한다. 이트라이브의 이디는 “앞으로는 사운드를 풍성히 채워나가는 것이 대중음악의 큰 흐름이 될 것이다. 세계 음악의 중심에 있는 프로디지, 저스티스, 데프트 펑크의 콘서트를 보면 멜로디적인 측면보다 디스크자키(DJ) 같은 느낌이 강하다. 갖가지 사운드가 치고받는 거대한 클럽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트라이브와 용감한 형제는 ‘후크송’의 강자이기도 하지만 트렌드세터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미 ‘후크송’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에 자기 색깔을 입혀나갈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 '이트라이브(E-TRIBE)'의 안명원(왼쪽)과 이디. ⓒ시사저널 임준선
“우리도 가수 데뷔 준비 중”

이트라이브와 용감한 형제는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용감한 형제가 먼저 8월18일 첫 싱글앨범 <attitude>를 발표하고 이트라이브의 앨범은 가을쯤 선보일 예정이다. 앨범 녹음 작업을 마쳤다는 이트라이브의 이디와 안명원을 만나보았다.

작곡만 하는 팀이 아니었나?

이디 : 지누션이 나오기 전 YG에서 1년 동안 가수를 준비했다. 당시 록에 심취해 있어 힙합이 강한 YG의 성향과 안 맞았다. 이후 DJ. DOC의 <런 투유>에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했다. 가수로서의 이트라이브는 보컬은 내가, 곡 작업은 명원이가 각각 담당하게 된다.

이트라이브의 ‘후크송’을 기대하면 되나?

명원 : 전혀 다르다. 이트라이브라는 팀의 음악 색깔이 변화무쌍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싱글로 먼저 나올 노래도 소울 느낌이 가미된 발라드이다. 기존 발라드와는 다른 우리 색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명원 : 대학 다닐 때 댄스 동아리에서 만났다. 댄스팀 이름이 이트라이브이다. 대학 졸업 후 이디 형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는 노래방 회사에서 음원데이터 만드는 일을 했다. 프로작곡가로서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6년부터이다.

<Gee>의 성공을 예상했나?

명원 : 곡을 작업하면서 감정이 울컥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곡들은 성공하곤 한다. <Gee>도 그런 경우이다. 티파니와 수정 녹음을 할 때 안무가 나왔는지를 묻고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걸 보니 느낌이 확 오더라. 춤을 추던 사람이라 음악과 안무의 어우러짐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킬지는 몰랐다. 대박에 ‘초’가 들어가는 것은 대중의 영역이다.

<무한도전>에서 쑥스러워 하던데, 가수 데뷔를 위해 TV 출연 준비는 하고 있나?

이디 : <무한도전>에서는 보조로 나오기도 했고, 출연자 분들이 워낙 말씀을 잘하셔서 끼어들기도 어려웠다. 음악적 컨셉이 있어서 예능적인 면이 많이 비치지는 않을 것이다. 음악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이트라이브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TV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네티즌 표절 수사대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명원 : 대중들의 수준이 전문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표절인지 아닌지는 음악 사이트의 댓글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그들의 평가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 작곡가로서도 고려하게 된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니까 작은 것도 신경쓰게 된다. 아직 자기 복제하는 작곡가라는 말이 안 나와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새롭고 좋은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