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털고 튀어라!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8.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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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실존 강도 존 딜린저의 사랑과 죽음

▲ 감독: 마이클 만 / 주연: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미국판 <공공의 적>이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다. 조니 뎁이 공공의 적이 되었고, 크리스찬 베일이 강철중 역을 맡았다.

<히트> <콜래트럴>의 마이클 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가위손>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연을 맡아 주가를 올린 조니 뎁과 <다크 나이트>에서 우수에 찬 배트맨 역을 맡았던 크리스찬 베일 같은 초특급 배우가 캐스팅되었으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930년대, 대공황을 맞은 미국에 13개월 동안 11곳의 은행을 턴 전설적인 은행 강도 존 딜린저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대공황의 원흉인 은행을 1분40초 만에 털고 사라지는 그의 신출귀몰한 솜씨에 열광한다. 마이클 만 감독은 실제로 존재했던 이 영웅 같은 인물을 스크린에 옮겼다. 바로 <퍼블릭 에너미>이다. 공공의 적이지만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은 충분히 영화가 될 만했던 것이다.

스크린을 뒤흔드는 기관총 소리

은행을 터는 영화는 많았지만 <퍼블릭 에너미>처럼 톰슨 기관총을 들고 나타나 갈겨대며 대놓고 은행을 터는 영화는 처음이다. 존 딜린저(조니 뎁 분)는 동료들과 번개같이 해치우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는 경찰을 비웃는다. 너무 느리고 우둔하다는 것이다. 두둑한 지갑을 들고 클럽에 간 존은 그곳에서 가난한 처녀 빌리를 만나고 한눈에 반한다. 그는 빌리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만 그녀는 놀라지 않는다. 너무 유명한 강도이기 때문이다.

존에게 농락당한 FBI는 그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시카고 지국장에 멜빈(크리스찬 베일 분)을 새로 앉히고 전담반을 구성한다. 그러나 존은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은행을 터는 것으로 그를 비웃는다. 빌리는 그런 존이 불안하기만 하다. 언젠가는 잡히거나 죽을 것이라며 그를 설득한다. 그러나 존은 마지막 한탕을 외치며 다시 은행을 턴다.

<캐리비안 베이>에서 본 지저분한 조니 뎁이 이렇게 잘생긴 미남으로 등장할 줄은 몰랐다. 그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고, “연기자의 변신이 이럴 수도 있구나” 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비하면 수사관 멜빈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이 오히려 큰 손해를 본 영화가 되었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에도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사이가 없을 것 같다. 톰슨 기관총이 뿜어대는 요란한 총성이 청각을 계속 자극하고 천천히 나락으로 빠지는 존 딜린저의 행보에도 눈길을 떼지 못한다. 상영 시간 1백40분. 8월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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