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과 동방신기 ‘갈등의 미로’ 끝은?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8.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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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계약 관련해 법정 소송으로 치달아 팀 해체시 위약금 둘러싼 국제 분쟁도 예상

ⓒ연합뉴스(왼쪽), 뉴시스(오른쪽)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동방신기 일부 멤버(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간의 대립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일까.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동방신기가 해체될지, 지속될지 여부이다. 단순히 한 아이돌 그룹이 사라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거대 기획사와 이들이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이 장악하고 있는 대중음악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한류 부활을 노리는 국내 연예계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대중음악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80% 이상으로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10여 년 동안 국내와 아시아권에서 입지를 다져왔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동방신기의 해체 또는 지속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양상으로 보면 결국 합의점을 찾아 그룹을 존속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는 견해 중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존속을 예상하는 이들은 “그룹이 해체되면 양쪽 모두에게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너무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대립으로 치달으면서도 그룹 존속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절대 그룹이 해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동방신기는 8월6일 일본에서 열린 ‘2009 진구 불꽃놀이대회’ 축하무대에 올랐다. 그룹 존속에 대한 심리적 동의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동방신기가 해체 수순을 밟을 경우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이는 SM이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많은 정상급 아이돌 그룹을 거느리고 있는 SM이지만 동방신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그룹이다. 일본을 축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제패하고자 하는 SM의 야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팀이기도 하다. 라인업에서 동방신기가 빠진다면 SM의 해외 진출 계획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동방신기는 2006년 일본에 진출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데뷔 3년째인 지난해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고, 총 4회 정상을 차지했다. 외국인 그룹 가운데서는 최고 기록이다. 올해는 일본 전역을 도는 투어 콘서트에서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앨범 판매와 콘서트 입장권 판매를 통해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거둔 수익만 7백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SM의 파트너인 일본 연예기획사 에이백스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벡스)는 일본 시장에서 동방신기의 성공을 이끌어낸 주역 중 하나이다. 에이백스가 아니었다면 동방신기가 짧은 시간에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다는 것이 정설이다. 에이백스는 일본에서의 성공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동방신기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동방신기의 해체는 당장 에이백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경우 에이백스와 SM 간에 맺어진 계약을 둘러싸고 국제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이 점이 SM이 부담해야 할 큰 짐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SM과 에이백스가 정확히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는 대외비라서 알 수 없지만, 동방신기가 해체될 경우 SM이 에이백스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SM으로서는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서로 잃을 것 많지만 입장 차 커 정상 복귀 장담 못해

잃을 게 많은 것은 동방신기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동방신기가 최고 아이돌 그룹이기는 하지만 각자 활동을 했을 때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기 힘들다. 동방신기는 멤버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다. 이제는 아이돌 그룹의 활동 방식으로 정착한 ‘따로 또 같이’가 동방신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따로 또 같이’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멤버 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말한다. 원조 아이돌 그룹 신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신화는 A급 연기자로 자리 잡은 에릭을 비롯해 전진, 민우, 동완, 앤디, 혜성 등 모든 멤버가 연기, 예능, 솔로 앨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인 아이돌 그룹이 이름을 알리는 방식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닉 쿤’이 얼굴을 내밀다가 이제는 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2PM이 대표적이다. 동방신기 멤버는 SM에서 준비하고 있던 아이돌 그룹의 리더로만 꾸려졌을 정도로 노래와 춤에서는 정상급이지만 그룹 활동 이외의 영역에서 능력을 증명한 경우는 거의 없다. 최근에 들어서야 유노윤호가 드라마 <맨땅에 헤딩>, 최강창민이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개인 활동이라는 측면에서는 출발선상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팬들의 마음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동방신기의 팬클럽인 ‘카시오페아’는 80만명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이들은 SM과 동방신기 멤버 간 분쟁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뿌리고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동방신기의 존속이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동방신기가 존속한다면 팬심이 이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팀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면 80만 ‘카시오페아’가 멤버 개인의 팬으로 헤쳐 모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부 팬들은 배신감에 또 다른 오빠들을 찾아 떠나 버릴 수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팬클럽에 가입한 청소년들 모두를 열혈 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가입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열혈 팬이라고 할지라도 요즘에는 다른 아이돌 그룹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로가 잃을 것이 많다고 해도 갈라설 여지는 충분하다.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동방신기 멤버 3인은 지난 7월31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8월3일에는 세종을 통해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SM도 8월1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양측이 내놓은 공식 입장을 살펴보면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 동방신기 멤버측은 “부당한 계약을 벗어나고 싶다” “13년(군대 2년을 포함하면 15년)에 달하는 전속계약 기간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의미했다”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지도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장기 계약과 수익 배분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최초 계약에서 앨범이 50만장 넘게 판매될 경우에만 다음 앨범에서 1인당 1천만원을 받게 되어 있었다. 차후에 개정된 계약에서도 앨범 판매 수익금이 1인당 0.4~1%에 불과하다. 반면, SM측은 “소송을 제기한 세 멤버의 부모님이 펼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이 사건의 실질적 이유이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계약을 수정했다” “수익 배분에서도 지금까지 현금 1백10억원을 지급했고 외제차를 제공하기도 했다”라고 주장하며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합의점 찾고 서로 윈-윈하는 장치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 동방신기 세 맴버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관련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본사 벽면에 동방신기 팬들이 써놓은 글귀들이 눈에 띈다. ⓒ시사저널 임영무

양측이 간극을 해소하고 극적인 타결점을 찾지 못하게 되면 결국에는 법원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SM과 동방신기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동방신기라는 팀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팬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기획사와 아이돌 그룹 간의 투명하지 못한 계약 관행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형 연예기획사의 운영에 대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은 국내 연예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노예 계약과 수익 구조 등 가려져왔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 이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지금처럼 아이돌 스타가 회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소모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거대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 모두에게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스타 아이돌’ 과거를 말해봐

‘스타 아이돌’ 과거를 말해봐이돌 그룹 한 팀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까. 우선 수많은 연습생이 필요하다. 이들은 더 많은 연예인 지망생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자질을 인정받아 선발된 재목들이다. 연습생 중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소수만이 데뷔라는 단맛을 경험하게 된다. 단맛도 잠깐, 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와 함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관장하고 있는 것이 거대 기획사이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으로 대변되는 국내 대중음악계는 이들이 3등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 기획사는 스타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다. 연습생 단계에서부터 노래, 안무, 작곡, 외국어, 상식, 말하기 등 스타가 되기 위한 각종 교육을 전담한다. 연습생들에게 기획사는 기숙학교와 다름없다. 빅뱅이 한 광고에서 “친구들이 대학생이 될 때 우리는 연습생이 되었다”라고 한 말은 연습생과 기획사의 관계를 잘 대변해 준다.

동방신기 사태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인 장기 계약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그룹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기획사로서는 수익을 얻기 위해 장기간의 계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최소 5년에서 13년까지 장기 계약에 묶여 있다. 만약 법원에서 아이돌 그룹의 장기 계약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거대 기획사들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시스템에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1인당 수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사들이 SM과 동방신기 멤버 간의 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내는 거대 기획사들이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음악평론가 성시권씨는 “이번 판결 여부에 따라 기획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기획사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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