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반갑다! 중원의 해결사 김두현·오범석
  •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
  • 승인 2009.08.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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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K리그로 유턴한 배경과 전망 분석

▲ 수원 삼성으로 복귀 한 김두현은 K리그에서 오범석과 경쟁 상대로 만나게 되었다. ⓒ연합뉴스

떠나는 이가 있으면 돌아오는 이도 있다. FC서울의 이청용이 볼턴행을 이룬 것과 때를 같이해 두 명의 국가대표급 스타가 K리그로 귀환했다. 바로 김두현(수원 삼성)과 오범석(울산 현대). 유럽 무대를 뒤로 하고 K리그 그라운드로 돌아온 김두현과 오범석을 둘러싼 궁금증과 화제거리들을 짚어본다.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과의 계약이 1년 더 남아 있던 김두현, 크릴리야 소베토프 사마라와의 계약이 2년 반이나 남아 있던 오범석이지만, 둘의 공통점은 그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성남 소속이던 2007년 12월, 당시로서는 2부에 속했던 웨스트 브롬위치에 임대되며 잉글랜드 입성에 성공한 김두현은 이듬해 웨스트 브롬위치의 프리미어리그 승격과 더불어 완전 이적해 ‘단계형 프리미어리거’로서의 성공 예감을 낳기도 했다.

출발은 좋았다. 시즌 초반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것을 포함해 여섯 경기 연속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인상적인 중거리 슈팅, 다른 동료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창조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하지만 불운이 찾아왔다. 2008년 9월27일 미들즈브러 원정에서 경기 초반 불의의 무릎 부상을 입었던 김두현은 11월8일 리버풀전을 통해 복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복귀는 다소 빠른 것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는 슬럼프로 연결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김두현의 특성에 덜 어울리는 역할들이 계속 부여되었다. 올 2월7일의 뉴캐슬전이 사실상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어진 좋지 않은 소식은 결국 2부로 강등된 웨스트 브롬위치에 이탈리아 출신의 새로운 감독 로베르토 디 마테오가 부임했다는 점이다.

전임 감독 토니 모브레이도 어느 순간부터는 김두현의 팬이 결코 아니었지만, 그나마 모브레이마저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니 김두현의 입지는 더욱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소속 클럽의 문제 등으로 고전

오범석의 경우도 처음 1년은 매우 좋았다. 소속 클럽 포항과의 갈등 끝에 2008년 크릴리야로 옮겨간 오범석은 첫 시즌 27경기(팀당 30라운드)에 출장해 팀의 주전으로 완벽하게 입지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2009년 시즌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크릴리야가 러시아 대표 경력의 젊은 수비 자원 로만 쉬슈킨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로부터 임대해 온 것이다.

시즌 개막전에 출전했던 오범석은 이후 14경기를 연속 결장하게 되고 결국, 이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크릴리야가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난 또한 오범석의 이적에 한몫했다.

크릴리야는 선수들의 급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오범석이 러시아 땅에 남아야 할 이유를 그만큼 감소시켰다. 심지어 크릴리야는 6월 초 테렉과의 경기에서 ‘승부 조작’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클럽이었다.

김두현과 오범석의 복귀를 두고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우선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간단히 말해 이들이 유럽에서 금세 실패한 채 K리그를 향해 다시 짐을 쌌다는 유형의 비판이다. 박지성이 여전히 건재하고, 이영표가 한동안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박주영이 가능성을 보이는 한편, 설기현이 대담한 재도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김두현과 오범석은 너무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는가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들의 컴백을 그렇게 가혹하게만 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 김두현과 오범석의 사례는 전적으로 ‘도전 포기’로 요약될 만한 K리그 복귀는 아니다.

수원·울산 공격력 향상에 도움 될 듯

▲ 울산 현대로 복귀한 오범석 선수. ⓒ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현저히 작은 재정 수입만이 보장되는 2부 리그로 떨어진 웨스트 브롬위치는 선수단을 재편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지난 시즌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두현이 일단 클럽의 정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만 27세가 된 김두현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시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지원 마감 연령이 만 27세로 정해져 있는 까닭에, 김두현의 경우 올 4/4분기 선발자가 되어 다음 시즌부터 상무 유니폼을 입는 코스를 밟아야만 하는 입장이다.

웨스트 브롬위치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의 다른 클럽들도 이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결국 다른 유럽 클럽으로 이적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김두현보다 두 살 어린 오범석의 경우는 병역 문제가 눈앞에 닥쳐온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릴리야의 각종 문제들과 더불어, 오범석에게는 ‘규칙적인 출장’의 문제가 가장 화급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김두현은 수원, 오범석은 울산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새로운 팀에서의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선수 모두 현 상황에서 아주 적절한 보금자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다.

그들의 특성과 능력이 각자의 소속팀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클럽과 선수 모두 ‘윈-윈’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의 대부분을 고전으로 일관해 온 수원은 김두현의 가세로 미드필드의 공격력을 꽤나 향상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김두현이 지닌 정확한 롱패스 및 강력한 중거리 슈팅, 세트플레이 능력은 수원의 전통적 강점들을 제대로 살려줄 수 있는 옵션이다.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의 질이 떨어지면서 공격수들의 득점 기회가 축소되어왔던 수원에게 김두현의 패스는 그야말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할 법하다. 또한, 김두현은 마토의 이탈 이후 위력적인 키커의 공백을 느껴왔던 수원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인물이다.

역시 방출 및 부상자들로 인해 시즌 초반부터 수원 뺨치게 고생을 많이 해 온 울산은 최근 들어 선발 라인업의 틀이 잡혀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오범석의 가세야말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격이 될 듯하다. 울산의 상승세에는 슬라브코, 오장은, 알미르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드의 파워에다 왼쪽의 ‘어시스트 명수’ 현영민의 분전, 부상에서 회복한 공격수 이진호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중앙 수비의 안정감도 좋아진 데다 염기훈까지 부상에서 돌아왔다.

그럼에도 울산에게 단 하나 아쉬운 포지션이 있었다면 바로 오른쪽 윙백이다. 김영삼의 부상 공백 속에 이세환, 이상돈, 김용태 등이 이 위치에서 활약해 왔지만 다른 포지션의 상승 곡선에 비해서는 미약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공수를 겸비한 오범석의 영입이야말로 울산의 선발 라인업에 완벽한 짜임새를 불어넣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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