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가을 대유행에 대비해 장기 대책 마련하라
  • 이두익 (인하의료원 의료원장) ()
  • 승인 2009.08.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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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독성 유형과 강한 전염력 가져 긴장 늦춰선 안 돼…지역 사회의 집단 감염 사례 늘어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어야

▲ 이두익 (인하의료원 의료원장)

세계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이하 신종플루) 유행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돼지인플루엔자(SI)로 시작되어 전세계적으로 퍼진 신종플루는 4월24일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된 이후 7월6일까지 1백35개국 9만4천5백12명이 확진되었다. 이들 중 4백29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국내에서는 4월28일 추정환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8월6일 현재 감염자가 1천6백명을 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종플루 증세가 감기 정도로 미미하고 사망률이 낮은 점을 들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에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촉구했다. 더욱이 전세계 대륙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 6월11일 경보 단계의 최고수준인 6단계(Pandemic)를 선포했다.

신종플루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도 감염 전파가 가능한 강한 전염력을 지니고 있다. 신종플루는 기존 계절 인플루엔자와는 달리 다양한 독성 유형과 잦은 발생 주기로 전 계절에 걸쳐 발생이 가능하다. 더욱이 남반부와 북반부의 여행이 1~2일권으로 좁혀짐에 따라 신속한 전파가 우려된다.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크고 작은 항원변이는 거의 매년 일어나며 이러한 항원변이에 의해 계속적으로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초래되고 있다. 항시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 지난 7월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까지 국내 보건 당국과 국민의 대응 수준은 우수한 편

이번 신종플루에 대한 한국의 재난 대응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수한 편이다. 보건의료 당국은 즉각적으로 적극적인 방역 체계를 가동했다. 보건 방역 대책에 대한 국민의 정책 순응도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사스(SARS)와 조류인플루엔자(AI)를 경험하며 2006년에 구축해놓은 방역정책지침서(KISS. Korea Influenza Surveillance Scheme)와 국민의 인플루엔자에 대한 조심성과 개인 위생 행동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예방과 감염에 대한 지침서, 신고 요령 및 위생 수칙 등이 잘 홍보되었다.

한 예로써 인천국제공항에서의 물 소비량이 4월25일 4천2백20만t에서 홍보 효과가 나타난 4월27일 4천7백20만t, 5월15일 5천2백20만t으로 증가했던 것을 볼 때 국민이 ‘손 씻기’의 위생수칙을 잘 지켜준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번 인플루엔자는 1918~19년 세계적으로 유행해 당시 인구 수가 감소할 정도로 많은 사망자를 초래했던 스페인 인플루엔자를 연상시킨다. 이 바이러스는 새로운 변성이어서 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과거 스페인 독감이나 1977년 유행한 러시아 독감과 비슷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러시아 독감이 유행할 당시 바이러스 유형이 현저히 달랐음에도 사망자 수가 과거 스페인 독감보다 훨씬 적은 경증 인플루엔자로 끝났다. 이번 신종플루 바이러스 역시 스페인 독감과는 같지 않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지금은 1918년과 달리 치료 수준이 매우 높아졌고, 특히 타미플루(Tamiflu)와 같은 치료제가 개발된 상태이므로 스페인 독감 때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러시아 독감 이후 30년 만에 출현한 이번 인플루엔자는 나이가 30세 이하인 사람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면역력이 없다. 신종플루가 젊은 사람을 위주로 전파되는 이유이다. 건강한 사람은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린 아이가 사망할 가능성은 있다. 유행이 진행되면서 최근 바이러스보다 독성이 강해진 바이러스에 노인들이 감염되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차 유행 후 가을철 재유행이 반복되어온 점을 볼 때 올가을에 재유행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만일 신종플루가 가을철에 재유행하면 환자의 발생 증가 속도는 더 커서, 단기간에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고 병실 부족으로 인한 입원 지연, 병원 감염 등이 우려된다. 의료 기관의 환자 기피, 국가 비축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의 부적절한 사용 및 남용도 예상할 수 있다.

치료제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신종플루 감염 증세가 비록 일반 감기 정도로 미미하더라도 65세 이상 노인과 59개월 이하 소아, 임산부, 만성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 환자에만 타미플루를 투약하고 그 외 환자에게는 일반 독감치료제를 권장하게 된다.

지역 사회의 집단 감염 증가 추세에 유의해야 하며 그 대응책이 절실하다. 최근 단체 생활을 하는 군이나 전경부대, 수련회나 캠프 등을 중심으로 신종플루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의 전파 차단을 위해 단체 생활 기관, 기업 및 각종 사회복지 시설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대응을 위한 지침을 보급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신종 인플루엔자의 변이와 전망을 이렇게 내다볼 수 있다. △동절기 피해 확산 및 바이러스의 병원성 강화 △조류독감 바이러스와의 유전자 치환, 변이로 치사율이 높은 신종 바이러스 출현 △양돈 농가로 감염 확산 및 새로운 돼지인플루엔자 출현 △현 상태에서 계절형 독감 수준으로 약화 소멸 등이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상황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신종플루가 국내에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지난 7월21일에 위기단계를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는 병원성이 미미함에도 예상을 벗어난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검열과 격리’ 중심의 관리 체계와 ‘환자 감시 및 조기 치료’ 체계를 병행 운영함으로써 유행을 지연시키고 사망률 및 발병률을 낮추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학 사이의 문제 공유 의식이 필요하고, 접촉·공간·체내 방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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