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이 된 풋백 옵션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8.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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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앞의 옛 대우빌딩.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위기를 불러온 것은 대우건설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요즘 1만5천원 미만이다. 그럼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12월15일까지 주당 3만1천5백원에 대우건설 주식 39.6%를 되사주어야 한다. 1만원대 주식을 3만원대 가격에 무조건 사줘야 하는 것, 이른바 대우건설 주식 풋백 옵션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4천2백55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파트너스 등 18개 투자자들로부터 주당 2만6천원의 가격에 3조5천억원을 지원받았다. 대우건설 지분 39.64%에 해당한다. 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때 제시한 당근이 이 풋백 옵션이다. 이 풋백 옵션의 수혜자로 요즘 미래에셋이 꼽히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투자 선구안이 또 한 번 빛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장에서 1만원대인 주식을 3만1천원대에 파니 투자의 귀재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대우건설 주주 명부에 제2대 주주로 미래에셋파트너스삼호가 올라와 있다. 지분율은 6.85%. 정말 미래에셋이 대우건설의 풋백 옵션을 행사하면 대박이 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증권사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요즘 주가가 1만원대이지만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주당 2만5천원대로, 이 주식을 4년 만에 3만원대에 파는 것을 이자로 계산하면 9.5% 채권 금리 정도이다. 대박과는 거리가 먼 투자이다”라고 평했다. 미래에셋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렸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박 수익률도 아닌 셈이다. 대우건설 인수를 주도한 박삼구 전 회장은 인수 이후 대우건설 주가가 적어도 4만원대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풋백 옵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선택으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재매각하면서 3조원대의 매각 손실과 평가 손실을 입으면서 휘청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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