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대우건설, 누가 사갈까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8.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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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매각 작업 본격화…LG·포스코·롯데·효성 등 입찰 참여사 12곳 넘을 듯

▲ 지난 1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 인사회에 모인 재계 총수들.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매각 의사를 밝힌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7월 말부터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를 의뢰해 8월7일까지 실사를 마치고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제안서(IM)를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인수 작업에 관심을 표시한 곳은 국내외 기업 12곳 정도와 해외 사모펀드 등이다. 이처럼 인수전 입찰에 참여할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은행에서는 “현 단계의 관심 표현은 실제 인수 작업 참여 의사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기업 중 인수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LG, 포스코, 롯데, 효성 등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은 공식적으로는 “관심없다”라는 입장이다.

금융가의 관심은 대우건설의 매각 가격이 어떤 수준에서 결정될지 여부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사들일 때 들인 총액은 6조5천여 억원이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주식 32.5%를 주당 2만5천원에 인수했다. 또, 같은 가격에 대우건설 주식 39.6%를 인수해 준 재무적 투자자에게 2009년 12월에 이 주식을 주당 3만1천5백원에 되사주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지분 72.1%를 확보하는 데 6조5천여 억원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그런데 매격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일단 산업은행은 시가에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말 대우건설 주식의 종가인 1만3천원을 기준으로 할 때, 인수가는 주당 1만7천원 수준이 된다. 대우건설의 총 발행 주식 수가 3억3천9백29만4백54주이고 이것의 50%를 새 인수 후보자가 인수한다고 치면 인수 가액은 2조8천8백40여 억원이 된다. 금호아시아나 입장에서는 풋백 옵션 지분 전량(39.6%)과 금호아시아나 지분 중 10.4%를 합친 ‘50%+1주’를 이 가격에 팔면, 2조2천여 억원의 매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는 이외에도 추가적인 평가손실액까지 따져서 대우건설을 재매각하더라도 3조원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다.

금호아시아나의 손실이 큰 만큼 이를 되사가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대우건설의 메리트를 더해 준다. 금호아시아나가 3년 전에 6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산 것을 3년 뒤에 그 반값인 3조원 정도만 들이면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산업은행이 무조건 비싼 매각가만 고집할 수도 없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비싼 값에 매각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금호아시아나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바람에 결국, 재매각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비판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3년 전보다 대우건설이 지닌 매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대우건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주택 분야의 경기가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수직 하락했다. 또,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사들인 뒤 주요 자산인 대우센터빌딩을 2007년 7월 모건스탠리 부동산펀드에 9천6백억원에 파는 등 보유 자산은 줄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략에 따라 아시아나와 같은 지분(23.95%)을 갖고 대한통운 공동 1대 지배주주로 올라 있는 등 껍데기로 전락하지만은 않았다.

금융가 “건설 불경기라 적절한 시점 아니지만 매력적” 평가

금융가에서는 최근 건설 경기가 불황이어서 대우건설 매각에 적당한 타이밍이 아니지만 대우건설이 여전히 매력적인 물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토러스증권에서 건설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경자 애널리스트는 “매각 시점이었던 2006년은 대우건설의 수익성이나 매출이 극대화되었던 시점으로 그에 비하면 요즘은 매각 타이밍이 안 좋다. 게다가 최근 주가도 기업의 성적에 비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각 작업에서 “매입 가격보다는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인수 후보가 인수 가액을 얼마나 더 써낼 수 있는지 여부보다는 대우건설의 해외 인프라나 인적 자원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해외 사모펀드보다는 국내 재벌 기업군에서 인수 기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중 건설사가 없는 LG나 10대 그룹 중 건설 계열사가 그룹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롯데나 포스코 등이 유력한 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나 LG 쪽에서는 ‘관련 부서에서 알아본 정도이지 이렇다 할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주목되는 효성 역시 “관심이 없다”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서울역 앞의 옛 대우빌딩.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위기를 불러온 것은 대우건설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요즘 1만5천원 미만이다. 그럼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12월15일까지 주당 3만1천5백원에 대우건설 주식 39.6%를 되사주어야 한다. 1만원대 주식을 3만원대 가격에 무조건 사줘야 하는 것, 이른바 대우건설 주식 풋백 옵션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72.1%를 6조4천2백55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파트너스 등 18개 투자자들로부터 주당 2만6천원의 가격에 3조5천억원을 지원받았다. 대우건설 지분 39.64%에 해당한다. 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때 제시한 당근이 이 풋백 옵션이다. 이 풋백 옵션의 수혜자로 요즘 미래에셋이 꼽히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투자 선구안이 또 한 번 빛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장에서 1만원대인 주식을 3만1천원대에 파니 투자의 귀재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대우건설 주주 명부에 제2대 주주로 미래에셋파트너스삼호가 올라와 있다. 지분율은 6.85%. 정말 미래에셋이 대우건설의 풋백 옵션을 행사하면 대박이 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증권사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요즘 주가가 1만원대이지만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주당 2만5천원대로, 이 주식을 4년 만에 3만원대에 파는 것을 이자로 계산하면 9.5% 채권 금리 정도이다. 대박과는 거리가 먼 투자이다”라고 평했다. 미래에셋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렸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박 수익률도 아닌 셈이다. 대우건설 인수를 주도한 박삼구 전 회장은 인수 이후 대우건설 주가가 적어도 4만원대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풋백 옵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선택으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재매각하면서 3조원대의 매각 손실과 평가 손실을 입으면서 휘청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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