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후보까지 막후 검증하는 MB 정권 ‘친위대’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8.10 19: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촛불 시위 진압과 용산 참사 등으로 곤욕을 치르며 ‘정권의 방패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경찰이 달라지고 있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사상 최초로 검사장 후보자를 검증했다는 증언이 나올 만큼 경찰의 위상은

경찰의 위상이 달라졌다. ‘수난의 시대’를 넘어 ‘권력의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이다.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도 공권력 강화를 향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현재 4대 권력기관 중 가장 앞장서서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중·하순께 20여 명에 이르는 검찰의 검사장 후보자를 검증하는 작업에 경찰이 참여했다. 국정원과 함께한 작업이었지만 경찰에서 검찰을 스크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경이 쓰였을 법하다. ‘집안 어른’의 정보가 자신들의 수사권 지휘를 받고 있는 경찰에 넘어간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았을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직접 내린 지시인 만큼 별다른 마찰 없이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에서 팀을 짜 개인별로 담당을 할당해 검사장 후보에 대한 각종 소문이나 인상 비평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고 다른 기관에서도 스크린을 한 만큼 비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정보를 찾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경찰 권력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검사장 후보자 검증은 청와대가 인사 시스템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시도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경찰이 권력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촛불 시위 정국과 용산 참사 등으로 ‘정권의 방패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경찰이 ‘수난의 시대’를 넘어 ‘권력의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이다. 정부 수립 초기 이승만 정권에서나 나돌았던 “대한민국은 경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이 반세기를 훌쩍 넘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 강희락 경찰청장이 지난 7월30일 경찰청 앞마당에서 광장 봉쇄용으로 도입될 예정인 차벽 차량의 성능을 직접 시험하고 있다.

내부에서 수사권 독립 문제 ‘솔솔’…“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이명박 정권 들어 경찰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공권력 강화’를 부르짖으며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저변에는 ‘법질서 확립’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 깔려 있다. 이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가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부터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강조하면서 공권력 강화를 이끌었다. 경찰도 이에 호응했다. 첫 경찰 수장이었던 어청수 전 청장은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질서 회복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라며 이대통령의 통치 철학에 코드를 맞추었다.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행보가 순탄하지는 않았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가 경찰 조직과 역할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내부 갈등과 외부 비판을 동시에 맞아야 했다. 대대적인 ‘물갈이’부터 이루어졌다. 경찰 조직의 특성상 지휘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전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경찰청장 인사는 항상 말썽을 빚어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한 국회의원은 “인사 자체가 투명하지 못한 데다가 매번 청장 인선 때마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그러니 밑에서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어청수 전 청장과 강희락 현 청장 간의 물밑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였고, 경쟁에서 이긴 어 전 청장은 촛불 정국을 겪은 후 사퇴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용산 참사로 인해 경찰청장이 교체된 일련의 과정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정권의 신임이 두터웠던 대구·경북 출신 인사인 김석기 전 서울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지 이틀 만에 발생한 용산 참사로 인해 결국 낙마했다. 갑작스런 돌출 변수에 대안이 마땅찮다 보니 후임 인선이 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청장 경쟁에서 밀려 해양경찰청으로 떠났던 강희락 청장을 다시 불러들이는 변수를 두게 되었다. 치안총감인 해양경찰청장이 역시 같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으로 옮긴 첫 번째 수평 인사였다. 경찰 사상 유례가 드문 인사 파동을 겪은 셈이다.

수장 인선이 혼선을 빚을수록 내홍은 깊어졌다. 경찰 정보에 밝은 한 야당 인사는 “경찰 내에서는 주류에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비주류로 줄을 잘못 섰다가는 일순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그런데 어청수 청장이 중간에 낙마하고, 다음 청장으로 확실했던 김석기 청장은 아예 자리에 오르지도 못하고, 이미 마음 접고 고향을 떠났던 강희락 청장이 다시 돌아오고, 좀처럼 상황을 종잡을 수가 없으니 간부들은 한마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니 조직이 제대로 틀이 잡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강희락호’는 항해를 시작한 지 넉 달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인사와 관련한 내홍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 단계이며, 정권 내에서 경찰이 맡은 역할도 차츰 확대되고 있다. 경찰 내에는 현 정권에서 위상이 강화되면, 오랜 염원인 수사권 독립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강청장은 취임 초 “수사권을 주기만 하면 잘할 수 있다. 옛날 경찰이 아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청장은 최근 “나는 사심이 없다. 믿고 따라달라”라며 직원들과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소폭주’를 돌리는 등 내부 화합에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강청장이 실세 청장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또 ‘청장 흔들기’를 시도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찰의 최대 염원인 수사권 독립 역시 그동안 우호적이던 야당과 시민단체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아졌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당론도 찬성이고 개인적으로도 찬성 입장이지만 지금은 우려가 더 크다. 수사권 독립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고위 간부를 지낸 한 전직 경찰도 사석에서 “MB 정권 들어 경찰이 거꾸로 가고 있다. 수뇌부가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용산 사태는 공권력의 범주를 넘어선다. 예전의 서슬 퍼런 공안 정국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강제 진압을 할 수 있나. 공권력의 남용이다”라고 주장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9일 강희락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치안감 이상 핵심 보직 70%가 영남 출신으로 지역 편중 심화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공권력은 여전히 강화 추세에 있다. 일부 과잉 충성이 부각되면서 그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충성 경쟁이 위아래 할 것 없이 펼쳐지고 있다. ‘MB에 충성하면 득을 본다’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같다. 여기에다가 촛불 시위 때 많이 당했다는 피해 의식이 강해 더욱 강경해지는 분위기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경찰 안팎 사정에 밝은 한 경찰 관계자는 “MB 정권 들어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역할이 줄었다. 보이지 않게 사정 기관으로서 경찰의 위상이 약화되었다. 권력은 오로지 물리적인 경찰력을 동원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렇게 된 데는 청와대 안팎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다 보니 여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중이며, 이미 일부에서는 친야당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감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경찰의 권력 구성은 크게 변했다. 특히 올해 3월 강희락 경찰청장 취임 이후 변화가 컸다. <시사저널>은 지방청장급인 치안감 이상 고위직 경찰의 현황과 지난 3년간의 변동 사항을 분석해 그 변화상을 살펴보았다.

노무현 정권에서 고위직 경찰의 마지막 정기 인사는 지난 2006년 12월1일에 있었다. 당시 치안감 이상 고위직 인사 총 31명 중에서 이택순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18명이 현재 경찰을 떠난 상태이다. 58%에 이르는 교체율이다. 반면, 이강덕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포함한 19명은 정권 교체 이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 고위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분석을 해 보니 야당으로부터 ‘영남 향우회’라는 비난을 받은 것처럼 영남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현재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 33명 중에 영남 출신이 모두 18명이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각각 9명씩이다. 전체의 55%에 이른다. 호남 출신은 10명이다. 다음으로 충청 출신이 3명, 경기 출신이 2명이다. 강원과 제주 출신은 없다.

현 정권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경우도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총 19명 중 영남 출신이 TK와 PK 각각 다섯 명씩, 모두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호남 출신은 여섯 명이며 충청 두 명, 경기 한 명 순이다. 하지만 전체 치안감 이상의 고위직 인사 비율 가운데 영·호남 출신이 각각 55% 대 30%의 비율이라는 것은 사실, 지역 편중 현상이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내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호남 정권(김대중 정권) 시절이면 모를까, 그 외에는 통상 영·호남 간부 비율이 6대 4 정도를 유지했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 정부 들어 그보다는 조금 더 격차가 벌어진 감(6.5 대 3.5)은 있지만, 편차가 심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치안감급 이상 인사 중 치안정감 이상인 최고위직 인사 다섯 명과, 핵심 보직에 있는 치안감 인사들을 따로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찰 사정에 밝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각 지방청장으로 채워지는 치안감의 경우 경찰의 특성상 대개 그 지역 출신들이 맡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출신 지역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청와대에 파견 나가 있는 치안비서관을 비롯해 경찰청 본청 내에서 주요 부서를 책임지는 국장급 등 이른바 핵심 보직 인사들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현 정부 들어 대부분 영남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청 서열을 보면, 치안총감(경찰청장) 한 명, 치안정감 네 명 외에 치안감이 26명 있다. 본청의 국장과 서울청과 경기청 차장 그리고 각 지방청장들이다. 청와대 치안비서관도 역시 치안감이다. 이 중에서 통상적으로 치안비서관과 본청의 여섯 개 보직 국장 그리고 서울청 차장 등 여덟 자리를 치안감 핵심보직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치안총감 및 치안정감 그리고 핵심 보직 치안감 인사 등 모두 13명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보면 지역 편중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우선 경찰 최고위직 ‘톱5’로 꼽히는 치안정감급 이상에서 세 명이 영남 출신이다. 강희락 경찰청장과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대표적인 TK 인사이다. 강청장은 경북 성주, 주청장은 경북 울진이 고향이며, 고등학교는 모두 대구에서 다녔다. 조현오 경기청장은 부산고를 나온 대표적인 PK 인사이다. 이들은 모두 고려대를 졸업해 이른바 ‘고소영’ 인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호남 출신은 전남 화순이 고향인 최병민 경찰청 차장이 있다. 김정식 경찰대학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나왔다. 지역 안배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전체 13명으로 확대해 보자. TK 인사는 강희락 청장과 주상용 서울청장 외에 이강덕 청와대 치안비서관, 채한철 경찰청 경비국장 등 네 명이다. 이비서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이대통령과 동향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치안감에 올라 향후 경찰청장감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PK 인사로는 조현오 경기청장 외에 윤재옥 경찰청 정보국장, 조만기 보안국장, 김병철 수사국장, 이명규 외사국장 등 다섯 명이다. 이 가운데 윤재옥 국장은 경남 합천 출신이면서 대구 오성고를 졸업해 TK 인사로도 분류된다.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과 동문이어서 한때 경찰 내부에서 친분설이 나돌기도 했다.

공권력, 약하면 사회 혼란…강하면 사회 경직

이처럼 핵심 인사 13명 가운데 무려 아홉 명이 영남 출신이다. 약 70%에 해당한다. 호남 출신으로는 최병민 차장과 손창완 서울청 차장 두 명뿐이다. 이밖에 충청 출신으로는 김정식 경찰대학장과 김윤환 경찰청 경무기획국장이 있다.

물론,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경찰 고위직에는 영남 출신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그 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2006년 12월 인사 결과에 따르면, 치안정감 이상 다섯 명 중 용산고를 나온 이택순 경찰청장과 경기고를 나온 김상환 경기청장은 서울 출신이다. TK 출신 강희락 경찰청 차장과 PK 출신 어청수 경찰대학장 등 영남 출신은 두 명이었다. 홍영기 서울청장은 전남 신안이 고향이다. 치안감 핵심 보직 인사 여덟 명을 포함한 13명의 출신 비율을 보면, PK 출신이 네 명, TK 출신이 두 명으로 영남권이 모두 여섯 명이었다. 호남 출신은 두 명이며 서울·경기가 세 명, 충청이 두 명이었다. 영남 인사는 전체의 46%에 머문다. 전체적으로 비교적 지역 안배가 된 모양새이다. 

공권력은 빛과 그늘을 동시에 지녔다. 약하면 사회가 혼란해질 수 있고, 강하면 사회가 경직될 수 있다. 양쪽 모두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경찰은 4대 권력기관 가운데 가장 앞장서서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도 없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느냐”라는 불만이 내부에서 움트는 것이 주목된다.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수뇌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친절한 경찰’이 으뜸팀 되려 단속 경쟁?

이명박 정부의 성과주의 바람이 경찰에도 불어닥쳤다. 실적에 따른 평가 시스템이 일선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른바 ‘으뜸팀 선정’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말 그대로 단속 실적이 가장 으뜸인 팀을 선정해 상을 주는 성과 보상 제도이다. 지난 2월부터 경기청에서 먼저 시행했으며, 7월부터 경찰청 차원에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이 제도가 채 정착이 되기도 전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적에 따라 동료들 간에 서열이 매겨지는 데 대한 부담감과 과열 경쟁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일선 경찰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청 소속의 한 지구대 간부는 “범법자야 당연히 검거해야겠지만 실적을 올릴 목적으로 무작정 단속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그동안 친절한 경찰을 강조해 왔는데 단속 한 번 잘못하면 말짱 헛일이 될 수 있어 부담스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경찰 내부의 언로가 막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사이버경찰청 경찰발전제언 코너에 성과주의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박 아무개 경사가 지난 5월4일 파면을 당하자 뒷말이 무성했다. 박경사의 글은 최대 3천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경찰은 지휘부에 대한 비방과 주요 시책을 부정하는 글을 올린 데 대해 감찰에 들어갔고, 그 결과 직무유기 등이 드러나 파면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일이 알려진 이후 일부 경찰들이 절필을 선언하는 등 내부 비판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박경사는 현재 경찰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현재 경찰청의 수장은 강희락 경찰청장이다. 사시 26회 출신인 강청장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7년 경찰에 입문한 후 경찰청 공보관과 수사국장, 경찰청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지난해 초 어청수 전 청장에 밀려 이명박 정부의 첫 경찰 총수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같은 치안총감인 해양경찰청장으로 승진했지만, 경찰의 수장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듯이 보였다. 당시 경찰 안팎에서는 ‘강희락의 시대는 이제 지났다’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하지만 올해 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맞아 경찰 총수 자리로 금의환향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용산 참사로 인해 낙마한 것이다. 첫 번째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두 번째는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강청장의 복귀를 놓고 청와대의 대안 부재가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지 사장’ ‘얼굴 마담’ 등의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TK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화합형’으로 평가되는 성향도 그가 총수로 발탁되는 데 한몫을 했다. 무엇보다 내홍을 겪던 경찰 조직을 잘 추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실제 강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내부 단합을 가장 우선시해 왔다고 한다.

실질적인 경찰청 내 2인자로 통하는 주상용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러한 강청장과 대비되는 성향으로 주목되고 있다. 주청장은 강성 이미지에 걸맞게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무리하다”라는 지적이 잇따를 정도이다. 서울광장 봉쇄와 노무현 전 대통령 분양소 철거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가 가장 잘 맞는다고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주청장이 실세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별명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청장은 원래 ‘주순경’으로 불렸다. 직위에 맞지 않게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챙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장실 청소까지 검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서울청장까지 오르자 ‘주상전하’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주청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경찰청장을 바라보기는 어렵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