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을 확률’ 생각보다 높다
  • 이왕열 (수학·과학 교육평론가) ()
  • 승인 2009.08.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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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 벼락 많은 장소로 한정시키면 높아…낙뢰에 경각심 가져야


최근 영국에서 소피 프로스트(14)라는 소녀가 30만Ⅴ에 달하는 벼락을 맞았으나 귀에 꽂고 있던 아이팟(iPod) 헤드폰으로 전류가 방전되며 약간의 화상만 입었다. 이 소식은 ‘목숨을 구한 아이팟’이라는 기사로 외신을 타고 국내에 전해졌다. 2년 전에는 비슷한 사건이 정반대로 보도되어 관심거리가 된 적도 있다. 지난 2007년 7월, 의학 전문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는 캐나다에서 번개가 나무를 때린 뒤 마침 근처에서 아이팟을 착용한 채 조깅을 하던 한 남성의 몸으로 튀어올라 부상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는 비가 올 때 아이팟 등의 MP3플레이어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조언도 실렸다.

실제로 골프장이나 길거리에서 벼락을 맞아 사람이 죽은 경우는 대부분 신문에 기사로 나오게 된다. 이같은 일이 ‘보도’가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벼락을 맞을 확률 자체가 매우 낮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벼락 맞을 확률’이라는 말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을 나타낼 때 사용된다.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NLSI)에 따르면 확률적으로 연간 2백 가구 중 한 가구가 벼락을 맞으며, 28만명 중 한 사람이 벼락에 의해 희생된다고 한다. 벼락 맞을 확률은 1/28만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기상청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연평균 1백14만여 회의 낙뢰로 59명의 사상자(사망 27, 부상 32)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재산 피해 규모가 2백50억원에 달하며, 전체 사고의 86%가 6~8월, 특히 8월에서 최고점을 찍는다”라고 분석했다.

1년이라는 기간을 단위로 보면 벼락 맞을 확률은 매우 낮은 것임에 틀림없지만, 전체 사고의 절반 정도가 일어나는 8월로 한정시키고, 또한 벼락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장소로 한정시킨다면 실제로 벼락 맞을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벼락 맞은 다섯 명 중 세 명은 여름 골프장에서 사고

여름철 비 오는 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의 경우 벼락 맞을 확률은 결코 낮은 확률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다섯 명이 벼락을 맞아 사망하는데, 그중 세 명 정도가 여름철 골프장에서 사고를 당한다고 한다. 결국, 한여름에 골프장에서 활보하고 다니다가 먹구름을 만난다면 그때의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이 아닌, 진짜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높은 확률’ 속에 위치하는 것이다.

로또의 경우처럼 전국 어디에서 로또를 구입하든 당첨될 확률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수학적 확률이 있는 반면에(그럼에도 1등이 탄생된 복권 판매점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시간·장소·환경 등의 상황에 따라 확률이 크게 변할 수 있는 벼락 맞을 확률 등도 존재한다. 더구나 벼락을 맞았을 경우 그 피해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로 매우 크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벼락을 맞을 확률은 당하면 1, 당하지 않으면 0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설마 내게…’라는 생각의 근거로 확률을 사용하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 유제곤 팀장은 “낙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낙뢰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하고, 등산이나 골프 등의 야외 활동을 할 때 낙뢰가 발생한다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등 국민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안전하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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