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고통’은 누가 치유하나
  • 합천·이은지 기자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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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폭피해자및 원폭2세환우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회원들이 농성을 벌였다.
원자폭탄에 노출된 가정은 대대로 재앙을 겪는다. 피폭자 부모를 둔 2세, 3세까지 고통이 그대로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5백여 명에 이르는 피폭자 2세들이 부모가 물려준 천형으로 고통받고 있다. 피폭자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몇 배 더 많은 피폭자 2세들이 원폭증에 신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폭자들의 최대 거주지인 경남 합천의 경우 피폭자들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일찍 죽거나, 살아 있어도 몸이 성치 않다고 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이하 원폭협회) 합천지부 심진태 지부장의 경우에는 건강하던 넷째딸이 돌을 갓 넘기더니 바짝 말라가며 죽었다. 한국 원폭 피해자 2세 환우회 한정순 회장네에서는 언니와 동생, 오빠 등 온 가족이 원폭증을 앓거나 고통 속에 죽어갔다. 한회장의 네 자매는 모두 피부병을 앓거나  ‘대퇴부 무혈성 괴사증’ 등으로 인공관절을 심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오빠 둘도 심근경색과 협심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중 큰오빠는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처럼 원폭 2세들은 피부병, 백혈병,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을 가지고 있다. 원폭협회 김용길 회장도 “아들이 자식을 낳았을 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피폭자 2세의 죽음과 고통이 유전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 방사선영향연구소는 ‘부모의 피폭에 의한 방사능 양과 피폭자 2세의 건강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피폭자 2세의 유전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전성 여부를 의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피폭자 2세에 대한 지원에는 팔짱을 끼고 있다.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 주는 정도이다.

우리나라 피폭자 2세들도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취업이 수월치 않다. 또, 병원비나 수술비가 없어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고통 속에 죽어간 피폭자 2세들도 상당수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피폭자 2세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고, 아무런 지원도 해 주지 않는다. 때문에 피폭자들은 버려졌다는 소외감과 차별받는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

한국 원폭 피해자 2세회 이태재 회장은 “피폭자 2세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가난에 허덕인다. 피폭자 1세대들은 신체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노동력이 없다. 곧 생활고로 이어지고 아들딸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 못 배우니 잘살기도 어렵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정부가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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