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성’ 깨뜨린 ‘매’ 다시 아성을 쌓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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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손석희, 5년째 선두 고수…엄기영 2위 방상훈·최시중 상승, 김대중은 하락세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2005년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에서 최대의 화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이었다. 당시 MBC 아나운서 국장이었던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만년 1위’였던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상당한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손교수 자신조차도 당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1위를 할 것 같나’라는 질문에 “김대중 고문이 10년 넘게 1위를 했지만, 이제 언론인 한 명이 몇 년간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교수의 예측은 어긋났다. 2005년 이후 그는 해마다 1위 자리를 독주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19.7%의 지목률로 1위를 지켰다. 

손교수의 영향력이 이처럼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대중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했다. 원교수는 “방송에서 손교수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쪽이 아니라 사회자이고 중재자이다. 그 속에서 그는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대신해서 잘 물어봐주고, 궁금증을 잘 파고들어서 논리적으로 잘 따진다.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TV와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프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분석했다. 

2위는 엄기영 MBC 사장(10.6%)이 차지했다. 최근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재단 이사진이 전면 개편되어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지켰다. 엄사장은 특히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손교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위를 차지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그는 최근 3년간 4위에 머물러왔으나, 이번에는 3위로 올라섰다. 한 계단 상승했지만 지목률은 10.3%를 차지했다. 지난해 7.3% 등 최근 몇 년간 한자릿수의 정체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방사장은 언론인(19.0%)들이 높게 평가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조금씩 하향세에 있기는 하지만, 자리는 지키고 있다. 올해는 6.6%의 지목률로 4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교수 집단에서 김고문을 1위(16.0%)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이병순 KBS 사장, 10위권에 처음 들어


▲ 엄기영 MBC 사장

이병순 KBS 사장은 이번에 처음 순위에 진입했다. 5.2%로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역대 조사에서 나타났던 KBS 사장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사장의 올해 지목률이나 순위는 낮은 편이다. 참고로 지난해의 경우 정연주 KBS 사장은 11.3%의 지목률로 3위에 오른 바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3.3%의 지목률로 6위에 오르며 지난해(공동 8위, 1.9%)에 비해 상승세를 나타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3.1%의 지목률로 7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8위, 1.9%),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9위, 1.8%)이 이었다.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는 공동10위(1.3%)로 나란히 10위권에 재진입했다. 이밖에 11위부터 20위까지의 순위를 살펴보면, MBC 인사가 여럿 눈에 띈다.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15위, 김주하 <뉴스24> 앵커가 공동 17위, 김환균 <PD수첩> 책임PD가 공동 20위에 각각 올랐다. 

고광헌 한겨레 사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이 12, 13위를 차지했다. 최근 미디어 법안 폐기 시위를 주도하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16위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은 공동 17위이다.


“지금의 내 역할 바꿀 생각 없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인터뷰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시사저널>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5년 연속 1위로 선정된 것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그래서일까. 한마디, 한마디에도 신중함이 묻어났다. 손교수는 “생각을 좀더 정리해서 e메일로 답변을 드리겠다”라며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글로 보내오기도 했다.   

4년 전(2005년) 본지 조사에서 처음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에 올랐을 때, 당시 인터뷰에서 “이제 언론인 한 명이 몇 년간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예측이 어긋난 셈인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당시 그렇게 얘기했던 것은 대략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정서적 문제인데,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이 좀 있었다. 사실 영향력이라는 것은 좀 막연한 것이기도 한데, 거기에 욕심을 부려 오래 머물고 싶어 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미디어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과거 매스미디어가 발휘했던 그 영향력이 이제는 ‘뉴미디어’들로 상당 부분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올드미디어’에 속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라디오나 텔레비전 같은 올드미디어도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가 확대 재생산해 주는 측면을 간과했던 것 같다. <시선집중>이나 <100분 토론>에서 다룬 내용을 인터넷이 키워내면서 ‘나’라는 존재도 역시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어떻게 보면 사회자와 조정자의 역할에 충실한 편인데,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는가?

이미 오랫동안 질문자와 조정자의 역할만을 해왔고, 시·청취자들도 거기에 익숙하실 것으로 본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역할을 바꿀 때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럴 이유를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언론학계의 한 교수가 손교수에 대해 “별로 친근하지 않은 성격인데, 인기가 높은 것이 참 아이러니이다”라고 농담 삼아 평가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성격상 어느 정도는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보아야 한다. 원래 성격도 흥이 많거나 그렇지 못하다. 시·청취자들께서는 프로그램과 이미지가 꽤 맞는 것 같으니까, ‘그래, 당신이 그래도 좀 거기에 맞는 것 같다’라고 봐주시는 것이지, 내가 친근하게 느껴져서 인정해 주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내가 또 그렇게 아주 재미없거나 정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시선집중>에서는 그래도 내 본 모습이 꽤 나오는 편이다.(웃음)

언론인으로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으로서는 없다. 현재 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힘들다. 다른 프로그램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계속 정치권 입문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가 정치 쪽으로 옮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의 생각을 분석할 이유는 없다. 굳이 내 의견을 말하자면, 아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부정할 만한 그런 이유를 아직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역할을 바꿀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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