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에서 최대의 화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이었다. 당시 MBC 아나운서 국장이었던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만년 1위’였던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을 제치고 처음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상당한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손교수 자신조차도 당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1위를 할 것 같나’라는 질문에 “김대중 고문이 10년 넘게 1위를 했지만, 이제 언론인 한 명이 몇 년간 영향력을 독점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교수의 예측은 어긋났다. 2005년 이후 그는 해마다 1위 자리를 독주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19.7%의 지목률로 1위를 지켰다.
손교수의 영향력이 이처럼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대중들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했다. 원교수는 “방송에서 손교수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쪽이 아니라 사회자이고 중재자이다. 그 속에서 그는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대신해서 잘 물어봐주고, 궁금증을 잘 파고들어서 논리적으로 잘 따진다.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TV와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프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분석했다.
2위는 엄기영 MBC 사장(10.6%)이 차지했다. 최근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재단 이사진이 전면 개편되어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지켰다. 엄사장은 특히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손교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위를 차지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그는 최근 3년간 4위에 머물러왔으나, 이번에는 3위로 올라섰다. 한 계단 상승했지만 지목률은 10.3%를 차지했다. 지난해 7.3% 등 최근 몇 년간 한자릿수의 정체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방사장은 언론인(19.0%)들이 높게 평가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조금씩 하향세에 있기는 하지만, 자리는 지키고 있다. 올해는 6.6%의 지목률로 4위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교수 집단에서 김고문을 1위(16.0%)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이병순 KBS 사장, 10위권에 처음 들어
이병순 KBS 사장은 이번에 처음 순위에 진입했다. 5.2%로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역대 조사에서 나타났던 KBS 사장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사장의 올해 지목률이나 순위는 낮은 편이다. 참고로 지난해의 경우 정연주 KBS 사장은 11.3%의 지목률로 3위에 오른 바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3.3%의 지목률로 6위에 오르며 지난해(공동 8위, 1.9%)에 비해 상승세를 나타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3.1%의 지목률로 7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8위, 1.9%),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9위, 1.8%)이 이었다.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는 공동10위(1.3%)로 나란히 10위권에 재진입했다. 이밖에 11위부터 20위까지의 순위를 살펴보면, MBC 인사가 여럿 눈에 띈다.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15위, 김주하 <뉴스24> 앵커가 공동 17위, 김환균 <PD수첩> 책임PD가 공동 20위에 각각 올랐다.
고광헌 한겨레 사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이 12, 13위를 차지했다. 최근 미디어 법안 폐기 시위를 주도하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16위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와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은 공동 17위이다.
“지금의 내 역할 바꿀 생각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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