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복수 혈전’…사랑이 두렵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8.18 1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황일병 미니홈피에 올려진 게시물.

애인이 변심하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하고 다른 한쪽은 가슴앓이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세태가 달라졌다. 일방적으로 차인 쪽은 눈물 대신 독기를 품고 비수를 든다. 변심한 애인에게는 가혹한 보복이 뒤따른다. 올해 들어서만 변심한 애인을 살해하거나 살인 미수에 그친 사건이 10여 건에 달할 정도이다. 변심한 애인의 애꿎은 상대편이나 친구가 희생되기도 했다.

올해 발생한 대표적인 ‘변심 애인 보복 사건’은 일명 ‘황일병 미니홈피’ 사건이다. 육군 모 사단 소속 상근예비역인 황 아무개 일병(21)은 지난 5월16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 모텔에서 애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그 이후 황일병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여자친구’ 등의 신상을 공개하고 살인을 예고했다.

황일병이 여자친구를 죽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유는 ‘변심’에 대한 복수이다. 황일병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실제 범행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당사자는 엄청난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황일병 사건 이후에도 변심한 애인에 대한 보복 사건은 몇 차례 더 있었다. 지난 6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ㅇ씨(41·여)가 변심한 애인의 새 여자친구인 ㅂ씨(53·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자신의 애인인 ㅊ씨(45)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ㅇ씨는 8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ㅊ씨와 사귀던 중 ㅊ씨가 ㅂ씨를 만나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같은 달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50대 남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지난 7월에는 변심한 애인의 친구를 살해한 ㅎ씨(29)가 경찰에 붙잡혔다. ㅎ씨는 자신과 사귀다 갑자기 결별을 선언한 ㅊ씨(29·여)의 집에 찾아갔다 혼자 잠을 자던 ㅊ씨의 초등학교 동창 ㅇ씨(29·여)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처럼 전국에서 변심한 애인에게 보복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기에’ 살인까지 불러오는 것일까. 이제는 남녀가 사귀기 전에 ‘보복 안 한다’라는 각서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