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백신 나돌 수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9.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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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희 충남대 수의학대학 교수 인터뷰 / “유정란 부화 과정에서 문제 발생 가능성 있어”

ⓒ시사저널 이종현


백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가?

환자 콧속 체액에서 야생 균주를 분리한다. 이를 청정 양계장에 있는 암탉이 낳은 유정란에 주사한다. 48~72시간 37℃에서 배양한다. 유정란 윗부분을 절개하고 바이러스를 채독(수확)한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바이러스 분자를 분리해낸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불활화(不活化) 과정을 거친다. 1회 주사당 1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 비율로 희석하면 비로소 백신 원액을 얻을 수 있다. 

어떤 과정에서 유정란이 오염된다는 말인가?

부화 과정이다. 바이러스 균주를 주사하기 전에 유정란을 10일 동안 부화시킨다. 이 부화장 공기 중에 있는 살모넬라균 등 수많은 균이 유정란으로 흡수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균은 미리 잡아낼 수 있지만, 모르는(unknown) 균이나 곰팡이는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 이에 대한 설비나 대책이 미흡하다. 

검사나 소독을 하지 않는가?

검사 방법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불빛에 비춰보는 캔들링 검사 등 기본 검사만 한다. 유정란 청정도가 외국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독도 세게 못한다. 유정란이 과한 소독 약품에 의해 죽어버리면 바이러스를 배양하지 못하게 된다.

녹십자가 생산하는 백신에 사용되는 유정란이 그런 상태라는 말인가?

물론이다. 백신 생산 업체인 녹십자가 직접 부화장을 만들고 관리한다면 우려할 이유가 없다. 현 부화장은 양계장 세 곳이 공동 투자식으로 만들었다. 관리도 양계업자들이 한다. 일반 계란 부화장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열악하다. 이 부화장은 녹십자 공장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 있다.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녹십자는 양계업자로부터 유정란을 공급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WHO가 권장하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지켜 관리하는지 의문이다.

유정란이 쉽게 오염되는가?

살아 있는 생명체 즉, 암탉은 면역이 있어서 오히려 안심이다. 유정란은 면역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갓난아기이다. 세균이나 곰팡이에 약할 수밖에 없다. 미생물을 아는 학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오염된 유정란을 이용한 백신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가?

심하면 접종 후 몇 시간 만에 쇼크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일반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런 일로 미국의 한 백신 회사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약이라는 것이 본래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부작용이 날 수 있지만, 제대로 만든 백신이라면 일반인에게 부작용이 생기면 안 된다. 

유정란 100개 중 오염된 것을 제거하면 몇 개나 사용할 수 있는가?

비교적 완벽한 부화장을 거친 유정란은 95개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부화장 수준이라면 60~70개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확인할 수 없는 세균에 오염된 것을 합하면 그 수는 절반 이하도 되지 않는다.

백신이 고가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백신 단가는 7천~8천원 선에서 정해질 것 같다. 일반 독감 백신 단가가 7천원 정도이다. 유정란은 개당 5백50원이므로 백신은 3천원이면 된다. 세계적 대유행 질환에 필요한 약이 아닌가. 양계 농가와 국내 제약사 보호 등 특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백신 가격은 5천원이면 충분하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내가 일양약품에 백신 생산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일양약품도 백신 공장을 설립 중이다. 이 과정에서 양계업자 등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녹십자를 헐뜯을 의도는 조금도 없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학자의 양심이 걸렸다. 녹십자 공장은 국비를 받아 세우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공장 설비에 과도하게 투자한 정황이 있다. 나중에 감사원이 확인할 사항이다.

무슨 말인가?

녹십자는 정부로부터 약 1백80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안다. 공장 부지도 거의 무상으로 받았다. 그런데 농축기 한 대에 20억원이다. 그 농축기를 만든 외국 업체에는 판매가가 2억원인 농축기가 있다. 같은 제품인지 다른 제품인지 모르겠지만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100만원밖에 되지 않는 필터가 1천만원으로 둔갑되어 있다. 한 외국 장비업체는 돈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아예 녹십자 화순 공장 부근에 사무소까지 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장비 구입 거래가 눈에 보인다.

9월부터 8주간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한다.

임상시험 결과는 한 달이면 다 나온다. 늘려 잡아도 5주 정도면 충분하다. 8주로 잡은 것은 녹십자가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녹십자의 백신 생산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인가?

양계장 한 곳으로부터 매일 13만5천개 정도의 유정란을 공급받는 것으로 안다. 한 달에 50만명분 정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녹십자는 6백만명분을 생산하겠다고 한다. 식약청 담당자도 믿지 않는 수치이다.

백신 부족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견된 일이다. 나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정부에 백신을 미리 확보할 것을 수없이 강조했다. 최소한 1천만명분을 확보하고 비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물론 청와대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정부는 국내의 백신 생산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또, 정부는 신종플루에 대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사실’이란 무슨 의미인가?

지금은 신종플루 사망자가 생겼지만, 그 이전부터 신종플루에 의한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폐렴으로 사망했더라도 신종플루가 원인인지 확인하지 않는다.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추적을 하지 않을 뿐이다. 신종플루 진단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진단해야 적극적인 것인가?

보건소에 노인이 오면 신종플루 검사를 무조건 해야 한다. 혈청검사만 해도 1~2일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진단비가 비싼 것도 아니다.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불필요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사실은 밝히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을 감추면 나중에 더 큰 혼란이 도래한다. 단순한 예이지만, 대유행이 오면 지하철과 버스 운행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때 닥칠 사회적 쇼크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전문가들은 왜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보는가?

사실을 아는 학자는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당연히 사실대로 말을 못한다. 학자는 연구를 해야 하고 대중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신종플루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에이즈처럼 개인 위생과 관련된 질병이라면 손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 그러나 호흡기질환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방하지 않으면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개인이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숨을 쉬지 않는 것뿐이다. 정부는 백신 확보에 실패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녹십자도 백신 생산량을 부풀린 것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신종플루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가?

신종플루 변종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신종플루에 다른 독감 바이러스가 결합할 수는 있다. 치사율이 현재 1%도 안 되지만 1.5~2%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최대 15만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보고서도 정부에 올렸다. 이 예상이 틀리기를 바란다.



서교수 문제 제기에 대한 녹십자의 입장

서교수의 인터뷰에는 민감한 내용이 여럿 있다. <시사저널>은 반론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서교수의 주장에 대한 녹십자측의 주장을 내용별로 요약했다.

유정란이 공기 중에 있는 특정 균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에 대해 

“세균은 멸균 시스템과 필터링(여과) 등 공정 과정을 통해 이중 삼중으로 걸러진다. 유정란은 단계별로 검사한다. 부화장에서는 전수검사를 한다. 캔들링 검사로 유정란 표면도 검사한다. 포르말린을 이용한 훈증 소독으로 세균도 제거한다.”

양계업체가 부화장을 설립했으므로 시설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양계업체 세 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투자·설립했다.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의 부화장을 둘러보며 최신 시설로 부화장을 만들었다. 소요 경비를 누가 댔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양계업체의) 시설 투자는 적정한 계란 값을 통해 보상되고 있다. 양계업체는 최신 시설을 갖춤으로써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녹십자가 부화장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녹십자 품질보증팀이 수시로 관리하고 있다.”

백신 공장 내 농축기 등 기기 구입에 예산이 과하게 집행되었다는 의혹에 대해

“농축기는 전남 바이오센터가 조달청을 통해 구매했다.”

백신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에 대해

“최근 정부와 주사 1회분에 8천원으로 계약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어려워 프랑스의 경우에는 15달러이다. 녹십자는 국제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백신 임상시험 기간 8주는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지적에 대해

“임상시험 기간과 임상 방법은 식약청이 승인한 방법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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