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잘 씻으면서 금연·금주는 왜 못하나
  • 이왕열 | 수학·교육평론가 ()
  • 승인 2009.09.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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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보다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1만 배 이상 많아

ⓒ시사저널 이종현

‘신종플루로 인한 네 번째 사망자 발생’ ‘영화배우 장진영씨 위암으로 사망’. 두 사건을 놓고 대다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전자는 미지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고 후자는 애도의 표현이다.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신종플루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한국 사람은 김치를 많이 먹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믿음’이 팽배했다. 그러나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위험하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커졌다. 초·중·고생들이 등교할 때나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체온을 재거나 휴교령을 내리는 등 사회 전체가 미지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비해 영화배우 장진영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암으로 인한 위험에 공포를 보이기보다는 고인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위의 두 경우에 대해 수학적·확률적으로 따져보자. 지난달 8월30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8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의하면 장진영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암은 전체 사망 순위 1위였다. 통계청은 “인구 10만명당 1백39.5명이라는 사망률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이라 가정할 때, 연간 6만9천7백50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는 9월3일 현재까지 4명이다. 전체 인구에 대비해 생각하면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난다 하더라도 신종플루와 암의 사망률은 약 1만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2위에 해당하는 심장질환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신종플루와 한국인 사망률 1위인 암에 대한 개인들의 대응 방식은 너무 다르다. 신종플루의 예방을 위해 손을 씻고, 관련 휴대용 소독약을 사용하며 마스크도 쓴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개인 위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암을 예방하기 위한 식생활 개선 혹은 금연·금주 등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확률 통계 정보 무시한 감정적 판단도 합리적이지 못해

정작 사망률 또는 위험률이 훨씬 큰 암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훨씬 위험률이 작은 신종플루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의사 결정 차원에서 볼 때 합리적 선택이라기보다 소문에 의해 증폭된 정보를 중심으로 한 결정일 수 있다.

확률이 위험의 정도를 확정짓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개인의 차원에서 선택에 참고할 만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 통계 전문가와 수학자들 사이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조건 확률에만 근거한 과학주의적인 입장은 경계해야 하지만 이와 반대로 확률 통계 정보를 무시한 채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것 역시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새로 출현할 낯선 질병이나 한국인 사망의 주요 원인인 암, 뇌혈관 질환, 심장병, 자살 등에 쏟는다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학적인 통계와 확률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위기 상황 또는 일상생활에서 합리적이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로 적절하게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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