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명운 가를 관료 개혁 시동 걸었다
  • 도쿄·임수택 | 편집위원 ()
  • 승인 2009.09.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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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국가전략국 신설 등 야심찬 계획 내놓아

▲ 하토야마 일본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하토야마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크게 이겼다. 54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연립정권을 형성해 무라야마, 호소가와 등 비자민당 출신이 총리가 된 적은 있지만 일본에서 국민들에 의한 완전한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이는 혁명적이라고도 말한다. 명치유신과 패전 후 민주주의 시스템을 수용한 것과 같은 변화라고 평가한다. 정치·경제 등 모든 방면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0% 이상이 민주당에 큰 기대를 보내고 있다. 평소 정치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일본 국민들로서는 놀라운 모습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월 2만6천 엔의 자녀수당 지급, 농가 소득 지원 등 민생관련 공약들에 대한 기대감만은 아니다. 바로 관료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들이 결국 관료에서 시작하고 관료에서 끝난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의 정책 공약에 대해서는 재원 문제 등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은 관료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본 국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패전 후 국가 발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1960년대부터 1980년에 걸친 고도 성장기에는 관료들의 헌신적인 공공 의식이 있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정한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봉사 정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득권으로 변해 갔다. 특히 자민당과의 결탁은 이익과 권한의 먹이사슬 구조를 더 심화시켰다. 이러한 파워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이권 개입과 연결되어왔다. 각종 공공 시설 및 정비와 관련한 비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방위청의 오직 사건, 자민당의 ‘건설족’ 의원들과의 연대는 가장 전형적인 이권 개입 형태이다.

또한, 전문성으로 무장한 관료들은 교묘하게 개혁이라는 화살을 피해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정치인도 모르게 함정을 만드는 기술이다.

전문성과 결속력이 가장 강한 재무성은 어느 조직보다도 관료 집단으로서 색채가 강하다. 재무성의 고유 업무인 예산사정권, 징세권, 사찰권 자체만으로도 힘이 있지만 총리 관저 등 중요한 자리에 사람들을 파견해 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조정·전달하고 있다.

사회보험청의 연금 기록 누락 문제는 가쓰미카세키(도쿄 도의 관가) 복마전의 전형이다. 이는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 중의 하나로 전 국민의 분노를 산 사건이다. 약재 피해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사회·약사회 협회가 관료와 자민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해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파란을 일으킨 곳은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28세의 후쿠다 에리코 씨가 자민당의 백전노장인 9선의 규마 후미오 방위상을 제치고 승리한 나카사키 2구 선거였다. 후쿠다 에리코 씨는 투여받은 혈액제로 인해 간염에 걸린 피해자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한 대표자 중 한 사람이었다. 국민들은 관료와 자민당 정부에 대한 불만을 후쿠타 에리코 씨를 통해서 폭발시켰다.

이권 개입·낙하산 근절 위해 정치 주도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 지난 2월 일본 재무성에서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료 집단의 폐해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또 하나가 낙하산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행정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번에 집권한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내세우면서 각론에서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바로 낙하산 인사의 근절이었다.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된 상황에서도 낙하산 인사 관행은 계속될 정도로 담대(?)하다. 지난해 9월에 부정 사건과 연루되어 사임한 전 농림수산성 차관이 선거 직후인 9월1일 산하 기관인 사단법인 대일본수산회 회장에 취임했다. 또 한 사람은 옛 후생성 출신의 전 내각부 심의관이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 지난 8월29일 사단법인 국민건강보험중앙회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독립행정법인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상부 기관에서 온 낙하산 인사 네 명은 현역 시절보다도 많은 급여를 받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들만 죽으라고 일했다”라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분개했다. 낙하산 인사의 가장 큰 피해는 예산 낭비이다. 민주당의 호소노 고우시 의원이 추정한 바에 의하면 매장금이 약 96조 엔에 이를 정도이다. 매장금은 가쓰미카세키의 성·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특별회계로 독립 행정 법인 등의 잉여금이나 적립금을 말한다. 향후 4년간 소비세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장금을 발본색원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관료들은 이권에 개입하고 국익보다는 성·청의 이익을 우선시할 뿐 아니라 퇴임 후까지 안전판 구축을 위해 고도의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관료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총리 직할로 국가전략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그동안 관료들의 전유물이었던 국가 예산의 골격을 결정하는 일과 외교·안보의 기본 정책을 국가전략국에서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관료 중심에서 정치 주도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따라서 하토야마 정부에서 가장 관심 있는 조직인 국가전략국 책임자에 누가 임명될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또 100명 정도의 국회의원을 성·청에 보내 개혁을 주도할 계획이다. 차관들이 모여 정책을 조정·결정하던 관료주의의 상징인 경제재정자문회의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고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을 할 행정쇄신회의를 만들어 국가전략국과 쌍두마차 체제로 기존의 관료 조직을 변화시켜 간다는 구상이다.

하토야마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성패는 관료 중심의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관료 조직 개혁의 성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하토야마 대표와 오자와씨가 참여한 1993년 비자민당의 연립정권은 8개월 만에 붕괴되었다. 관료 지배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소중한 경험이 이제 약으로 쓰이게 되었다. 하토아먀 대표는 자민당 관료들이 만든 내년도 개요 예산안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총사업비 4천6백억 엔이 드는 얀바댐의 공사 입찰도 동결시켰다. 일본 사회의 세 번째 혁명적 변화의 전주곡인 관료 대개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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