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넘어선 개신교 해외 선교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9.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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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피랍·테러 사건에도 개신교의 ‘목숨 건’ 해외 선교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선교사들이 잇따라 추방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 아슬아슬한 선교 실태를 추적했다.

ⓒ연합뉴스


개신교단은 오는 2030년까지 해외에 선교사 10만명을 파송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만명이 파송된 것을 감안하면 매년 4천5백명의 선교사를 추가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분당 샘물교회 신도 23명이 피랍되고, 이 중 두 명이 살해당한 이후 ‘선교 활동’이 위축되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더욱이 최근 이슬람 지역에서는 한국 선교사들의 추방이 잇따르고 테러 위협까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개신교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교사들을 계속 보내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지금 중동 지역에 있는 선교사들이나 재외 국민들의 안전은 풍전등화이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참수 사건, 2007년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신도 피랍 사건, 지난 3월 예멘에서 있었던 관광객 자살 폭탄 피습 사건, 6월 예멘 의료 봉사단원 엄영선씨 납치 살해 사건과 같은 일이 언제 재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 이런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이슬람 국가에서 추방당한 선교사가 20명을 넘어섰다. 비공식적인 추방자까지 합치면 올해 추방된 선교사는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추방된 선교사만 100여 명에 이를 듯

7월만 해도 7월10일 예멘 다마르 지역에서 네 명, 다음 날인 11일에는 이란 타브리즈 등에서 선교사 12명이 현지 당국에 체포되었다. 이틀 후인 13일 요르단 마다바시에서는 선교사 네 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현지인들에게 선교 활동을 벌이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후, 모두 본국으로 추방당했다. 

더욱이 지난 6월 요르단 정보 당국은 한국인의 선교 활동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을 정부 당국에 공식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는 “비공식 추방자도 상당수일 것으로 판단되나 그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최근 들어 해외 국가에서 (선교 활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특정 선교사를 지칭해서 공식 문서가 왔고, 예멘과 이란은 구두로 (테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라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추방되면 재입국이 금지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특별 관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은 추방에서 끝나지 않고 보복이 뒤따른다. 선교사 자신뿐만 아니라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과 관광객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재외 국민에 대한 테러 등이 발생하면 외교 분쟁, 국가 신뢰도 추락, 국력 낭비 등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에 겪은 몇 차례의 뼈저린 경험이 반면교사가 되었다. 지금까지 중동 지역에서 일어난 한국인 대상 테러를 종합해보면 테러 주기가 2년 단위에서 몇 개월 단위로 앞당겨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현지 무장 단체의 테러 우선순위에 올라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부는 지난 8월22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 인터콥 등 네 개 교계 단체에 ‘위험 지역에 대한 선교팀 파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위험 지역에 한해 선교 활동을 선별적으로 제한하겠다’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슬람권 국가 등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추방된 국민은 한시적 출국 금지나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내놓은 극약 처방이다.

그러자 개신교계는 ‘기본권 침해’라며 발끈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는 지난 8월29일 각 선교 대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갖고 정부 방침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여기서는 외교부의 선교팀 파견 자제 요청은 신중하게 받아들이되 여권법 제한은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외교부도 개신교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는 “선교 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에 정부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또, 정부가 선교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지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종합적인 방향에서 검토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개신교의 반발이 워낙 심해 정부 대책 안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이다. 분명한 것은 현지 사정이 그 정도로 급박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단 내에서도 선교 단체에 따라 선교 방식이나 선교 활동 등에 차이가 있어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선교의 기본인 ‘조용한 선교’를 무시하고 ‘이벤트·홍보성 선교’,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집단 선교’ 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눈총을 받는 선교 단체가 ‘인터콥’이다. 이 단체는 지난 1983년에 ‘미전도 종족 개척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이슬람권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 개신교 내에서는 인터콥의 선교 방식에 대해 ‘공격적이고 전투적’이라고 말한다.

그런 만큼 문제도 많았다. 올해 이슬람 지역에서 추방당한 선교사 중 상당수가 인터콥 소속이라고 한다. 지난 2007년 샘물교회 신도 피랍 사건 때에도 인터콥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인터콥은 일부 우려에도 지난 2006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프간 평화 축제’를 강행했다. 이것이 탈레반을 자극했고 피랍 사건의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터콥은 지난 2000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실크로드 2000’과 2004년 ‘예루살렘 행진’ 등을 강행하다 현지 선교사’ 외교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에 이 단체 소속 단기 봉사팀이 러시아 내 위험 지역인 다게스탄 공화국에 들어갔다가 외교부의 공문을 받고 철수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수년간 이슬람 반군의 공격이 빈발해 ‘여행 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합동세계선교회(GMS)도 인터콥의 선교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용한 선교’ ‘겸손한 선교’를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바울 인터콥 대표는 “우리 정부는 이슬람에 대한 정보도 없고 심층적인 분석도 안 한 것 같다. 이슬람 지역 선교는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그동안 일어난 테러를 보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한국군이 미군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예멘 테러는 독일인 속에 한국인들이 끼어 있다 보니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리고 우리 단체는 공격적인 선교를 하지 않는다. 모든 선교 활동은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고 한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선교를 안 한다. 2006년 아프간 축제도 아프간 당국의 허가를 받고 한 일인데 우리 정부가 중단시켰다”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교사는 “인터콥의 선교 방식이 전체 개신교의 선교 활동으로 비치는 것이 우려스럽다. 대다수 선교사들은 희생과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겸손한 선교를 한다. 일부 선교 단체의 무분별한 선교로 인해 전체 선교사들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 향후 교단 내에서도 선교 룰을 지키지 않는 선교 단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6~8월에 집중되는 ‘단기 선교’가 더 큰 위험에 노출

▲ 해외 선교사와 이슬람 어린이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인터콥 제공

해외 선교는 보통 ‘단기 선교’와 ‘장기 선교’로 분류된다. 단기 선교는 여름방학·휴가철인 6~8월에 집중된다. 개신교 내 각 선교 단체나 교회별로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몇 개월 단위로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현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대부분 단기 선교에서 일어났다. 해외 추방자가 6~8월에 급증하는 것도 해외에 파송된 단기 선교사가 많기 때문이다.

단기 선교의 문제는 선교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일부가 ‘돌출 행동’을 하는 데에 있다. 현지 문화를 경시하고 일방적으로 선교하려다 보니 현지인과 마찰을 빚거나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섣부른 단기 선교로 인해 기존의 장기 선교사까지 노출되어 추방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장기 선교사들은 ‘무모한 단기 선교를 자제해달라’라며 호소하기도 한다. 선교 전문가들은 “무슬림 지역의 선교는 단기 선교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단기 선교가 장기 선교를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WMA는 단기 해외 선교팀에 대한 교육을 부쩍 강화하고 나섰다. 단기팀이 해외에 나가기 전에 현지에서 위험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하는 ‘위기 관리 요령’ 등을 교육시키고 있다.

단기 선교사에 비해 장기 선교사들은 첩보 영화 같은 선교를 한다. 그 내막을 보면 영락없는 <007> 영화의 한 장면이다. 현재 이슬람 국가들은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개종자들은 중형에 처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인 이란에서는 지난 1988년부터 성경을 배포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개종자를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개종 헌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때문에 선교사들이나 개종자들은 자기 신분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선교사들이 처음부터 선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에 파송되면 의료 봉사, 교육 봉사 등을 통해 현지인과 신뢰를 쌓은 다음 선교에 나서고 있다. 만약 선교사와 개종자들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추방과 죽음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선교사들에게 ‘보안’은 생명이다. 이슬람 지역의 사역(선교 활동)이 장기 선교인 것도 이런 현지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한다. 이를테면 장기 선교사는 ‘고정 간첩’과도 같다.

지난 2004년 이란에서 추방된 이만석 이란인교회 목사도 건설 현장의 근로자 신분으로 이란에 들어가 최초 8년간은 비밀 선교를 했다. 그러다가 선교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란 정부 당국에 신분이 노출되고 추방까지 당했다. 이목사는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 활동은 지하 예배나 가정 예배 등을 통해 비밀리에 한다. 선교사와 주민들의 신뢰 관계도 좋다. 보통 장기 선교들은 무슬림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 내가 이란에서 추방 명령이 나자 무슬림들이 나를 추방하지 말라며 탄원서를 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해외 선교 활동이 불법은 아니다. 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선교 활동으로 인해 선교사들이나 재외 국민들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시각이다. 이미 지나친 선교 활동으로 인해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일부 개신교도들의 해외 선교 활동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것을 말해준다. 

▲ 주 : 비거주(순회)는 둘로스호 사역,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등 정해진 나라 없이 광범위하게 사역 수습, 안식은 파송 전 훈련 중인 선교사와 안식년으로 한국이나 타 국가에 머무르는 선교사, 선교지 사정으로 돌아와 휴직인 선교사를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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