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클럽이 키워 TV에서 뜨면 ‘한류’까지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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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연예 상품 ‘아이돌 그룹’의 성공 방정식

▲ 2PM은 박재범(아래 맨 가운데)이 탈퇴함에 따라 6인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 ⓒJYP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는 아이돌 그룹이다. 음반이나 음원 판매 수입만 갖고는 기획사가 생존하기 어렵다. 음악시장의 환경이 바뀐 탓이다. 음원은 공개되자마자 불법 다운로드된다. 인터넷을 뒤지거나 콘텐츠 다운로드 사이트를 찾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 듣고 싶은 곡을 다운로드해 무한 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1만원이 넘는 음반을 살 리 없다. 그래서 기획사가 새 수입 모델로 선택한 것이 아이돌 그룹이다. 아이돌 그룹은 음악을 매개로 한 종합 연예 상품이다. 음악성보다는 생김새나 패션이 돋보이는 엔터테이너를 내세워 수익 모델을 다각화한다. 아이돌 그룹 멤버를 가수라고 하지만 이들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출판, 패션,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한다.

댄스와 힙합 음악으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은 음악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소녀시대가 입고 나온 스키니진이나 핫팬츠는 패션 트렌드가 되어 상점 진열대를 채운다.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몰을 지나는 쇼핑객은 2NE1이 부르는 <I don’t care(난 상관없어)>라는 곡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한다.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음악, 패션, TV드라마, 예능 같은 대중문화는 아이돌 그룹으로 채워지고 꾸려진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종합 연예 상품을 생산하는 곳은 연예기획사이다. 그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이다. SM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만) 소속 아이돌 그룹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이다.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 소속으로는 빅뱅, 2NE1이 있다. 원더걸스와 2PM은 JYP엔터테인먼트(대표 박진영) 소속이다. 이들을 연예기획사 ‘빅 3’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외에 SS501, 카라가 소속된 DSP미디어, 주얼리의 소속사 스타제국이 있으나 아이돌 그룹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진화시킨 것은 이 빅 3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 곳은 아이돌 그룹에 치중한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사업 추진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SM은 꽃미남이나 꽃미녀 군단을 내세운다. YG는 외모보다 개성이 강하고 재능이 돋보이는 멤버로 그룹을 구성한다. 빅뱅이나 2NE1은 SM 소속 소녀시대나 슈퍼주니어와 비교해 구성원들의 개성이 기존 아이돌 그룹과 유사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JYP는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의 개인기에 의존한다. 원더걸스는 박진영씨 창작물이다. 음악, 창법, 춤까지 박진영씨가 일일이 만들어냈다. 

재능과 끼를 갖춘 아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고등학생은 연예인을 장래 희망 1순위로 꼽는다. 기획사가 오디션을 열면 수많은 지망생이 몰린다. 기획사는 원석을 골라낼 눈만 있으면 된다. 오디션에 합격한 이들은 연습생이 된다. 데뷔 전까지 중도 탈락하는 이들이 많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아이돌 그룹에 편입되는 이들은 노래, 댄스, 랩, 외모 가운데 한 분야에서 특출한 자질이나 능력을 갖춘다. 개별 능력이 캐릭터를 구성하고 아이돌 그룹의 개성을 창출한다.

처음부터 연기 겸업 감안해 멤버 구성하기도

▲ 로 Mnet과 YG는 윈윈 효과를 누렸다. ⓒMnet

아이돌 그룹 마케팅은 팬클럽과 함께 시작한다. 빅 3 기획사에는 고정 팬클럽이 있다. 팬클럽은 아직 선보이지 않은 아이돌에게까지 관심을 보인다. 연습생 시절 두각을 나타내는 멤버에게는 팬클럽이 생긴다. 연습생 시절을 벗어나 팀이 구성되는 순간 개별 팬클럽은 팀 팬클럽으로 헤쳐 모인다. 아이돌 그룹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팬클럽이다. 데뷔 초기 인지도 낮은 아이돌 그룹에게 팬클럽은 큰 힘이다. 팬클럽은 홍보에 앞장서고 팬미팅에 참석하거나 콘서트 자리를 메운다. 마케팅 현장 요원이자 여론 조성자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기획사마다 팬클럽을 관장하는 담당자가 있다. 이들은 팬클럽과 연결 고리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라고 말했다. 데뷔 초기 인지도를 높이고자 기획사는 케이블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아이돌 그룹이 연습하고 앨범을 내고 데뷔하기까지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해 방영한다. Mnet이 방송한 <빅뱅 더 비기닝>이 대표 사례이다. 이 프로그램은 빅뱅이 인기 그룹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JYP 소속 2PM과 2AM은 Mnet 프로그램 <열혈남아>를 거쳤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다. 얼마 전 종영된 <2NE1 TV>는 시청률 3%를 거두었다. 2PM이 출연한 <와일드바니>도 인기가 높았다. 김기웅 Mnet 프로듀서는 “시청층이 분명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 젊은 시청자에게 소구하는 것이 지상파에 비해 효과적이다. 기획사는 신인 아이돌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케이블TV는 시청률로 보상받는다”라고 말했다.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가 높아지면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선다. 생김새가 수려한 멤버는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다. 애초 연기 겸업을 감안해 멤버를 구성하기도 한다. 소녀시대 윤아와 슈퍼주니어 소속 김희철, 김기범이 대표 사례이다. 지금 방송되는 MBC 드라마 <맨땅에 헤딩>에 정윤호가, SBS <천만 번 사랑해>에 김희철이 출연한다. 빅뱅 소속 승리는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 <샤우팅> 무대에 섰다. 

국내에서 충분히 수입을 거둔 뒤에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다. 글로벌 스타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이라 기획사는 소속 아이돌 그룹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SM은 일본 기획사 에이벡스를 통해 보아, 동방신기, 천상지희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JYP에서는 소속 그룹 원더걸스가 미국 아이돌 팝스타 조나스 브라더스 전미 투어에 동행하고 있다. 한류 상품이 되어 세계 시장에 수출되는 셈이다. 내수 시장에서 거둔 성공에 힘입어 수출을 꾀한다는 점에서 자동차나 선박 같은 제품과 차이가 없다. 문화평론가 송준씨는 “국산 아이돌 그룹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음악성이나 상품성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때 반짝했던 한류 TV 드라마 꼴이 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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