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까고’ 보는 디시인들의 비판적 활동은 계속된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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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때문에 성장했다는 말 수긍 못 해…건전한 게시물과 댓글이 사이트 키워”

ⓒ디자인인사이드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통칭 ‘유식대장’으로 통한다. 대장이지만 참 머리 아픈 수하(?)들을 두었다. 디시인들은 사이트에 광고라도 좀 설치하려고 하면 “상업적이다”라고 욕하고, 새로운 시스템이라도 해보려고 하면 “쓸데없는 짓 한다”라고 반발한다. 운영자와 치고받으며 ‘디시인사이드’라는 자리를 깔아준 지도 이제 곧 10년을 맞는다.

‘웃긴 대학’이나 ‘딴지일보’ 등은 정체된 반면, 디시인사이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딴지일보’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아니었고 언론을 표방했다. 쌍방향 미디어가 아니었다. ‘웃긴 대학’은 유머 한 가지에 치중했기 때문에 1천100개가 넘는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와 비교해보면 사회 현상 전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적지 않았을까. 포털사이트의 득세로 사라진 사이트들 대신 남아 있는 사이트에 더 힘이 실렸던 것 같다.

유동닉(로그인을 하지 않는 익명)이 디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요인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는데 굳이 누구인지 밝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디시는 개설할 때부터 비회원제를 지향했다. 하고 싶은 말을 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년 전부터 시행해 온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악플을 단절하는 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악플 이야기를 해야겠다. 디시인사이드에 달리는 악플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달라.

몇몇 분들이 디시는 악플 때문에 성장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매치기와 강도, 마약으로 성장한 나라가 없듯이 디시도 건전한 게시물과 댓글을 써주신 건전한 이용자들 덕택에 성장해왔다.

아이돌 그룹 2PM의 박재범 사건에 디시의 역할이 컸다.

신촌로터리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면 수긍하실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신촌로터리가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디시도 평소에 하던 디시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디시는 어느 한 방향으로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이용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극단적으로 탈퇴까지 해야만 했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글과 짤방(게시글에 첨부하는 짤림방지용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 같다.

게시물을 작성할 때 이미지를 게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합성이나 패러디, 드라마 캡처 등이 주요 콘텐츠로 생성되고 있어 걱정이 많았다.

이용자들도 개정 이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작권위원회에 문의해보니 불법 복제물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헤비 업로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정 전 저작권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정 이용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기대하고 있다.

짧은 글과 댓글로 가득 찬 디시가 앞으로 인터넷 여론에서 어떤 기능을 할 것이라고 보나?

디시인사이드 내의 글들을 보고 외부에서는 예의 없고 거칠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댓글들이 모여 인터넷 트렌드를 만들고 유행어를 생성하고 언론, TV 매체 자막으로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댓글 하나하나가 모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사례를 지금까지 보아왔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올리고, 글을 보기 위해 많은 이가 디시인사이드를 방문하는 한 무조건 ‘까고’ 보는 디시인들의 사회 비판적인 역할은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무너지는 일본의 공론장 2ch

디시인사이드와 비교되는 곳이 일본의 ‘2ch(투채널)’이다. 익명성을 보장받는다는 점, 배설하는 글들이 넘친다는 점에서 수시로 비교당한다. 디시 유저들이 자신들은 디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2ch의 유저들도 자신들을 ‘2ch 시민’이라고 자칭한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 반면, 게시판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글에는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2ch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부류이다. 디시인사이드는 카테고리별 갤러리로 이루어졌지만 2ch은 ‘쓰레드(thread: 특정 주제에 대해 논의한 글들의 묶음)’ 단위로 나누어진다. 박지성의 축구 경기를 볼 경우 디시인사이드에서는 ‘해외 축구 갤러리’에 글을 남겨야 하지만 2ch에서는 수백여 개 박지성 관련 쓰레드가 생긴다는 점이 다르다. ‘박지성은 왜 슛을 아낄까?’ ‘박지성의 주력에 대해 논해보자’라면 댓글이 주르륵 달리는 식이다.

일본에서 2ch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박지일 뉴스재팬 대표는 “사람이 워낙 많이 들어가고 하나의 주제로 토론하는 사람이 많다. 네티즌 수백만 명이 드나들고, 오래된 쓰레드는 없어지고 새로 채워지므로 정보 유통이 엄청나게 빠르다. 이것을 노리고 기업들이 광고도 하고 특정 목적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쓰레드를 관리한다”라고 말했다.

2ch은 기업이 아니다. 개인 사이트이다. 니시무라 히로유키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거칠게 표현하면 ‘거대한 블로그’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개인 사이트가 이렇게 커질 수 있을까? 인터넷 사이트가 그렇듯이 일본에서도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 2ch이 선점한 분야는 남성의 관심이 높은 애니메이션과 성인용 게임이었다. 정보를 공유하며 이야기할 곳을 찾던 사람들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이곳에 글을 풀게 되면서 많은 이용자가 유입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다양한 분야도 생겨났고, 대표 커뮤니티이자 공론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디시에서는 패러디와 합성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2ch에서는 오로지 텍스트만 존재한다. 이같은 차이가 나는 것은 양국의 저작권법 탓이다. 일본은 저작권에 관한 인식이 강해 글로 갈 수밖에 없다. 박대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양국의 인터넷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 디시는 가공하기 때문에 자체 생산 콘텐츠라고 보기 어렵지만, 2ch은 순수하게 자체에서 생산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 사이트나 다름없으므로 관리도 운영자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운영자인 히로유키는 관리에 손을 놓은 편이다. 2ch의 부작용을 염려한 정부가 간섭하려 하자 서버를 싱가포르로 옮겨버렸다. 히로유키는 “이용자들을 생각해 법적인 우려를 없애기 위해 옮겼다”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익 등이 공개될 것을 꺼려 해 이주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주간지 <니케이비즈니스>는 최근 2ch 게시판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시판 자체가 정치적 선전 장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니케이비즈니스>는 “투표 1주일 전 2ch ‘뉴스 속보+’ 난에는 자민당과 민주당을 각각 지지하는 2ch 시민들이 상대 당 대표와 후보자 정책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쓰레드가 난립했다. 이 탓에 서버가 다운되기까지 했다”라고 지적했다. 2ch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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