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 사랑하는 사람이 성공한 리더 될 수 있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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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연희 베인앤컴퍼니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글로벌 전략컨설팅업체 국내 지사 대표.’ 김연희 베인앤컴퍼니 대표(43)가 공식 석상에 소개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수식어이다. 김대표는 여성으로서는 베인앤컴퍼니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지역 대표가 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유학은 다녀오지 않았다. 경영 컨설팅 분야에서 보인 문제 해결 능력과 전문 지식으로 한국 사회 곳곳에 설치된 보이지 않는 편견과 장벽을 넘어섰다. 이제 직장인으로서 성공을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김대표는 성공 모델이다. 지난 9월16일 연세대에서 ‘글로벌 리더’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치고 나온 김대표를 만났다.  

  

  


김대표는 젊은이들이 꿈꾸는 성공 모델이다.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 지금까지 고객사 최고 경영자들을 접하면서 이 사회에서 성공한 이들은 하나같이 자기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행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가’라고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베인앤컴퍼니에 몸 담기 전에 앤더슨컨설팅에서 일한 적이 있다. 첫 직장에서는 업무를 사랑하지 않았다. 직장 동료나 업무 환경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베인앤컴퍼니로 옮기고 나서 일·동료·환경을 사랑할 수 있었다. 아침마다 출근하고 싶어 행복했다. 그것이 오늘의 김연희를 만든 힘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이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팅업체 지역 대표가 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대표가 지닌 경쟁 우위 요소는 무엇인가?

젊은 여성 컨설턴트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내가 접한 고객사 경영진은 50세가 넘은 남성이 다수이다. 그들은 50대 중반 남성 컨설턴트에게 경쟁 의식을 느낀다. 라이벌 의식을 갖게 되면 컨설턴트가 제시한 경영 혁신 방안이나 문제 해결책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나이 어린 여성 컨설턴트는 자기와 아예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라고 생각해서인지 경쟁 의식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내가 제시한 문제 해결 방안을 귀담아 듣고 실천하는 사례가 많다. 나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이다.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께름칙하다. 50대 중반 남성 컨설턴트가 비슷한 연배 경영진에게 나처럼 직설적이고 분명하게 경영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면 반발심을 키워 컨설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 습관이나 특성은 무엇인가?

나는 호기심이 강하다. 낯선 분야라도 주어진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긴다. 리더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려면 수학과 논리학을 잘해야 한다. 학창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주어진 난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환희를 느꼈다. 지적 호기심에 기초를 둔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한 것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김대표가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

금융 산업에 뛰어들어 경영자가 되고 싶다. 베인앤컴퍼니에서 얼마나 더 일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17년 동안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한 직장에 몸 담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2~3년이 지나면 새 직장으로 떠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 기회가 온다면 국내외 금융 기관 최고 경영자가 되어 내 전문 지식과 컨설팅 경험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나 조직 내 부적응으로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소진시키지 말고 전문성과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라고 권하고 싶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업종은 상관없다. 은행, 유통업, 공학 같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사 후 10년 동안은 자기가 지닌 지식과 경험을 소비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전문 지식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경쟁사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입사 2~3년 만에 직장을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10년은 자기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 금융 위기 와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지닌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내 대기업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못해서 얻은 반사 이익이다.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GM,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잘 못한 덕을 현대차가 보는 것이다. 아마도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가장 많이 반사 이익을 보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도 도산하는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수두룩하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지금 상황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 “입사 후 10년 동안은 자기가 지닌 지식과 경험을 소비하지 말고 전문 지식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금융과 소비재 산업이 전공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금융 위기 와중에 한국 금융 산업이 발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금융 산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이다. 상업은행은 예금을 받아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하면서 자금을 흐르게 한다. 그러다 보니 상업은행은 실물경제와 연동되어 있다. 반면, 투자은행은 ‘돈 놓고 돈 먹기’이다. 부가가치를 얼마만큼 창출할지 의심스럽다. 지금 금융 위기는 투자은행 부문이 일으킨 거품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한국은 다행스럽게 투자은행 영역이 발달하지 않아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앞으로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지 않은 금융 산업은 국내 경제 구조상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시장 환경에서 투자은행 영역이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는 우리금융지주처럼 1조원이 넘는 투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 산업에서는 실물경제에 기초한 상업은행 영역이 착실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경제는 바닥을 쳤는가?

바닥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고통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세계 금융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미국과 영국이다. 중국,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는 피해를 가장 작게 입었다. 따라서 회복은 아시아 지역이 제일 빠를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나 영국은 회복 속도가 가장 더딜 수밖에 없다. 금융 위기 파장은 미국 가계 모기지 시장까지 다다랐으나 기업 보유 부동산시장이나 카드 같은 가계 대출 부문은 잠재되어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 부문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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