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만 일곱 개, 화장실 다섯 개 그들이 ‘호화’에 목매는 까닭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9.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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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도피 등 이유 갖가지…제재 거의 없어

 

ⓒ연합뉴스

 

그동안 국내 유명 인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기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재벌 회장이 구입한 호화 별장에서부터 전직 대통령 딸의 고급 아파트까지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한 채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도 상당수였다.

지난 199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미국에 호화 별장을 구입한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경실련은 김회장이 외화를 미국으로 밀반출한 후 로스앤젤레스에 시가 38억원 상당의 주택을 구입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 주택의 전 소유자는 미국의 유명 배우인 실베스터 스탤론이었다. 당시 주택 구입 자금은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받은 검은돈으로 드러났고, 김회장은 결국 구속되었다. 그는 구속된 지 52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무전유죄, 유전무죄’ 논란이 일었다.

김영삼 정권 말기인 지난 1997년 초 한보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해외 부동산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가 대리인을 내세워 해외에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검찰은 이와 관련해 조사를 했으나 밝혀내지는 못했다. 김씨는 다른 혐의로 구속되었다. 1997년 초 이번에는 ㄷ그룹 ㅂ명예회장이 구설에 올랐다. 그가 미국 베버리힐스에 100만 달러를 호가하는 호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휴양지인 팜 스프링스 등에도 자녀와 측근 명의로 부동산이 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으나 ㅂ명예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출국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

재벌 그룹 회장들의 단골 뉴스 중 하나

지난 2005년 6월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 8개월 동안의 해외 도피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들어왔다. 전대미문의 분식회계로 대우그룹의 몰락을 가져왔던 김회장은 해외에 많은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회장은 회삿돈으로 미국 보스턴의 주택을 80만 달러에 구입했으며, 2백90만 달러에 프랑스의 포도밭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회장이 국내에 소유하고 있던 재산에 대해서만 추징했을 뿐, 해외에 은닉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서는 한 푼도 받아내지 못했다.

2005년 중순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재벌 기업의 불법적인 해외 부동산 취득 실태를 고발했다. 이때 ㄷ그룹 ㄱ회장의 호화 주택이 문제가 되었다. ㄱ회장은 아들 명의로 미국 뉴저지 주 알파인의 한 호화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호화 주택은 침실만 예닐곱 개이고 화장실이 다섯 개, 테니스 코트와 수영장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구입 가격은 1백5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고가였다. 당시 방송에서 확인한 등기부등본에도 ㄱ회장의 두 아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두 자녀 가운데 한 명은 주택 구입 당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올해 초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조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미국 뉴저지 소재 고급 아파트 ‘허드슨 클럽’의 계약금 출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2년 동안 잔금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계약이 유지되고 있고, 단돈 1달러에 소유권이 넘어간 것 등이 논란이 되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해외 부동산 불법 취득’과 관련해 제재한 건수는 여덟 건에 불과했다. 취득자에 대해서는 탈세한 금액을 추징하고 최대 1년간 외국환 거래 정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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